정력 약화된다고 고혈압 약 안 먹으면…

   “왜 약을 안 드셨지요?”
발기부전으로 의사를 찾은 중년 남성 J씨는 이미 상당한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의 성인병을 갖고 있다. 의사가 안타까운 마음에 묻자 J씨는 뜬금없는 답변을 한다.
“아, 고혈압 약 말이죠? 남들이 고혈압 약 먹으면 평생 먹어야 된대서….”
의사뿐 아니라 많은 의료진이 흔히 겪는 얘기다. 고혈압ㆍ당뇨ㆍ고지혈증 등 만성 성인병은 특히 동맥경화를 유발하여 성기능을 악화시킨다. 심지어 성인병의 치료제가 중독성이 있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는 의학적 약물 의존 개념과 전혀 맞지 않다. 약물 의존은 약이 없으면 못 견디는 심리적ㆍ신체적 불안과 금단증상 때문에 약을 끊을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성인병이 아주 경증이거나 초기라면 의사들도 약부터 권하지는 않는다. 이때는 운동이나 식이요법, 체중 감량 등으로 성인병의 진행을 막는 것이 옳다. 성인병에 따른 성기능 장애가 있다 해도, 원인이 되는 성인병이 경증이라면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성인병이 제법 심할 때는 우선 혈압이나 혈당이 정상 수준을 유지하도록 치료제로 개선시키고, 기타 식이요법, 체중 감량, 운동 등을 보조적으로 쓰는 게 옳다. 

   성인병이 계속 진행되면 해당 질환이 성기능 장애뿐 아니라 건강의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성인병을 오래 앓다 보면 혈관의 동맥경화와 혈류 순환의 저하, 이차적인 장기 손상이 진행될 수 있다. 그러다가 회복 가능한 선을 넘게 되면 뒤늦게 약을 써봤자 혈압이나 혈당을 안정시키기도 어렵고, 이미 진행된 동맥경화와 신체적 합병증을 되돌리기도 힘들다. 마찬가지로 성기능 저하도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셈이 된다.

   요약하자면, 성기능 장애나 성인병과 관련된 약물 복용에 있어 아래와 같은 대원칙을 지키기 바란다.
첫째, 각종 치료 목적의 약은 의사의 지시에 따라 복용한다. 다만, 해당 치료제 중에 상대적으로 성기능 부작용이 적은 약이 있는지 전문가와 상의해 정하도록 한다.
둘째, 인공적인 발기를 일으키는 발기 유발약은 사용 전에 발기부전의 원인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셋째, 성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정체불명의 약이나 영양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옳다.
특히 성인병에 따른 혈관 문제로 생긴 발기부전은 심혈관 질환의 경계신호다. 발기와 관련된 음경의 혈관은 심근경색ㆍ협심증을 일으키는 심장의 관상동맥이나 중풍을 일으키는 뇌혈관보다 가늘기 때문이다. 발기부전이라는 조기 신호탄을 무시하고, 만성적인 성인병의 치료제 복용에 소홀하면 결국엔 성기능과 건강 모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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