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하루에도 몇 번씩 했는데 요즘은 며칠씩 거기서 대답이 없군요.”
성기능이라면 남부럽지 않았던 T씨였지만, 30대 중반을 넘기면서 한 차례 열정적인 관계를 맺고 나면 불러도 불러도 아랫도리가 묵묵부답이라며 하소연했다. 이 문제는 T씨의 자존심을 꺾어놨을 뿐만 아니라 아내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게 무슨 나이 탓이에요? 딴 곳은 다 건강한데 하필이면 그 능력만 확 줄어요? 사랑이 식은 거겠죠.”
T씨의 아내는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라며 행여 외도라도 하지 않는지 의심했다. T씨 부부의 이런 서글픈 갈등은 바로 성기능의 불응기 때문이다.
발기되어 성적 극치감을 느끼며 사정하고 나면 일정 시간 성욕이 줄고 발기도 잘 안 되는 시기가 찾아오는데, 이를 ‘성적 불응기(refractory period)’라고 한다. 이때 성기에 자극을 가하면 쾌감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불쾌한 기분이 든다.

   젊은 20대에는 불응기가 워낙 짧아 수분에서 수십 분 내에 성행위를 다시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욕과 발기력이 빨리 회복된다. 하룻밤에도 몇 차례 성행위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불응기는 나이가 들면서 길어진다. 40~50대가 되면 불응기는 수시간에서 수일까지 늘어난다. 남성들의 성행위 빈도가 줄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인 것이다.
불응기만 놓고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이고, 진화된 생명체라고 할 수 있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이론적으로 성적 불응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은 한 번의 성행위에도 오르가슴을 몇 번씩이나 느끼는 멀티 오르가슴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로 대다수 여성은 한 번의 오르가슴을 제대로 느끼길 바라지, 얼마나 여러 번 느낄 수 있느냐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이에 따라 불응기가 길어지는 것은 자연현상이다. 불응기가 길어졌다고 해도 발기부전이 됐다거나 사랑이 식었다는 것은 아니다. 성행위 빈도가 줄어들더라도 성행위 시 적절한 발기 강직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발기능력 자체의 문제라고 보긴 어렵기 때문에 발기부전이라 진단할 수도 없다.
또 불응기는 성욕저하증과 구분해야 한다. 불응기에서는 성행위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댐에 물이 차오르듯 다시 성욕이 회복되는 데 반해, 성욕저하증은 성욕이 지속적으로 없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가 난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불응기가 지나치게 길어지고 점점 섹스리스로 빠지는 상황이라면 이는 명백한 적신호다.

   성기능에 악영향을 주는 각종 성인병, 신체상태, 전립선 문제, 남성 호르몬 부족에 따른 남성 갱년기 등이 원인일 수 있으니 병원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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