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의 발명

   오늘날 우리는 생활 속 많은 물건에서 손잡이 하나만을 잡고 ‘휘~익’ 움직이기만 하면 손쉽게 물건을 여닫으며 살고 있다. 점퍼의 여밈과 가방의 여닫이에서, 부츠와 같은 신발까지 지퍼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지퍼가 없다면 우리는 점퍼를 여미기 위해 코트처럼 단추를 채우고 있어야 하고, 단추를 채웠어도 사이 사이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지퍼는 원래 끈 많은 군화에서 비롯되었다. 1893년 미국의 엔지니어였던 워트컴 저드슨(Whitcomb L. Judson)은 길거리에서 군화를 주워 구두대용으로 신고 다녔는데, 다소 뚱뚱한 편이었던 그가 군화의 많은 끈을 매고 출근하려니 지각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사장이 “그렇게 늦으려면 당장 회사를 그만둬!”라고 질책을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에 발끈한 저드슨은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군화의 끈매기’를 개량하는 연구에 몰두해 결국 지퍼를 발명해냈다.
처음에 저드슨이 개발한 지퍼에는 소형 쇠사슬에 끝이 구부러진 쇠 돌기를 집어넣은 형태여서 편리하기는 하지만 모양이 좀 흉측했다. 그러다 1923년 이를 접한 쿤 모스라는 한 양복점주인이 옷에 맞게 형태를 고치면서 지퍼는 오늘날의 영광을 맞게 되었다.

지퍼의 생김새와 원리

   지퍼는 이빨, 슬라이더, 테이프의 3부분으로 구성된다. 각 부분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이빨(Teeth 혹은 elements)
테이프(Tape)의 양쪽에 부착되어있는 이빨은 슬라이더가 지나가면서 결합 또는 분리되는 부분인 작은 조각들을 말하며, 오른쪽, 왼쪽 이빨이 결합되어 있는 것을 체인(chain)이라고 부른다.
슬라이더(slider)
슬라이더는 지퍼를 열거나 닫을 때 지퍼의 이빨을 결합시키거나 분리시키는 지퍼의 부속이다. 슬라이더 내부에는 2가지 종류의 쐐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Y모양 구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테이프(tape)
지퍼부속들을 결합하고 봉제를 위한 부분을 테이프라고 하는데 주로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지며, 용도에 따라 합성섬유 테이프(Synthetic Fiber Tape), 비닐 테이프(Vinyl tape) 그리고 면 테이프(Cotton Tape) 등이 사용된다. 이러한 구조의 지퍼는 지퍼의 경사면을 지나는 작은 힘이 수직방향의 큰 힘으로 바뀌는 빗면의 원리를 이용한 제품이다. 빗면의 원리란 물체를 수직면으로 들어 올릴 때 빗면을 사용하면 빗면으로 이동하는 길어진 거리만큼 수직으로 들어 올리는 힘이 반비례하여 감소해,  한 일은 똑같아진다는 것이다.
등산을 할 때 가파른 길을 올라가면 시간은 적게 들지만 큰 힘을 필요로 하는데 반해 거리는 멀지만 경사가 완만한 길을 걸어 올라가면 시간은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지만 힘이 적게 드는 것이 빗면의 원리이다. 빗면의 원리를 이용하는 도구들은 대부분은 쐐기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쐐기 형태를 가진 도구들은 직각방향으로 직접 힘을 주려면 큰 힘이 필요한 일을 쐐기의 빗면을 이용하여 적은 힘으로도 일이 일어나도록 하거나 반대로 빗면으로 주어지는 힘이 직각방향으로 보내지면 거리가 짧아진 만큼 힘이 커져 같은 양의 일이 발생하도록 한다.

   손으로 아무리 힘을 써도 지퍼의 이빨들을 서로 맞물리게 하거나 떼어내지 못하지만 지퍼의 슬라이드를 쓰면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퍼에 쓰인 빗면의 원리는 장작을 패는 도끼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도끼는 쐐기에 손잡이가 달린 도구이다. 도끼의 쐐기 단면을 보면 앞부분은 얇고 뒷부분은 두껍게 된 삼각형 모양이다.
도끼가 나무에 수직 방향으로 내리쳐질 때 도끼는 쪼개지지 않으려 하는 나무의 저항을 도끼의 옆쪽 즉 경사진 빗면을 통해 흘려보낸다. 이 힘은 직각방향의 힘으로 전환되는데 이 때 도끼의 빗면 길이보다 도끼의 직각방향의 길이가 짧아 발생하는 힘은 내리쳐서 생기는 힘보다 훨씬 크다. 그래서 나무쪽에서 보면 파고드는 도끼는 나무의 수평 방향으로 엄청난 힘을 발생시키게 되면서 나무는 옆으로 쪼개져 버리는 것이다.
지퍼의 경우도 이와 같다. 지퍼의 이빨들이 나무라면 지퍼 가운데의 움직이는 부분, 즉 슬라이드는 도끼에 해당된다. 슬라이드 내부에는 도끼날처럼 삼각형으로 된 쐐기들이 안쪽에 설치되어 있는데 이 쐐기가 서로 단단하게 맞물려 있는 지퍼의 이빨들을 간단히 분리시키기도 하고 서로 죄어서 결합시키기도 한다. 지퍼의 이빨들을 결합시킬 때를 살펴보면 지퍼를 올리는 자그마한 힘은 슬라이드 내부 아래쪽 쐐기의 경사진 빗면을 통해 쐐기의 직각방향으로 향하는 큰 힘으로 바뀌게 되고 이에 따라 지퍼의 이빨들은 간단하게 결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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