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제117회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두 차례나 폭탄이 터지면서 현재까지 3명이 사망하고 170 여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FBI 주도로 테러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용의자의 신변 및 단서 확보, 범행동기 등을 찾는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보스턴 마라톤 폭발 사건 이후 뉴욕, 워싱턴 D.C.,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의 주요도시들은 물론, 영국과 프랑스 등지에도 테러 경계령이 내려졌다.
이번 폭탄 테러의 무대가 된 보스턴은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었다. 이달 초 발표한 2012년 ‘안전 체감도’ 조사 결과에서 보스턴은 미국 50대 도시 가운데 안전한 도시 4위를 기록했고, 보스턴 주민의 77%가 혼자 밤길을 걸을 때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답했을 정도다. 2011년에는 미네아폴리스와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한 보스턴은 미국의 안전인증기관인 UL(Underwriters Laboratories)이 지난 2010년 선정한 ‘어린 아이를 둔 가족이 살기에 가장 안전한 도시’ 10곳에도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테러로 보스턴 시민이 체감하는 충격과 공포의 강도는 미국 내 어느 지역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의 꽃인 마라톤, 그의 결승선 현장은 무자비한 테러에 유혈의 전쟁터가 됐다. 목격자들은 당시 사건 현장에는 팔, 다리가 잘린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다며 악몽과 같았던 순간들을 전했다. 사망자 가운데 마틴 리처드라는 이름의 8세 소년이 포함되었다는 소식은 전 국민들을 깊은 슬픔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이 소년은 엄마와 다른 두 형제자매와 함께 결승선에서 출전한 아빠를 기다리던 중 변을 당했다. 마틴이 결승선을 통과한 아빠를 껴안아주려고 나갔다가 다시 엄마에게 되돌아가던 순간, 첫번째 폭발이 일어났다. 마틴의 여동생은 다리가 절단됐다. 보스턴 어린이 병원에 실려간 부상자 명단에는 머리를 다친 두 살배기 남자 아이와 그 외 15세 이하 어린이 6명이 포함되어 있다. 전문의들은 이외 많은 부상자들이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테러의 목표가 보스턴 마라톤 대회인 것에 주목한다. 보스턴 대회는 매년 4월 셋째주 월요일에 열리는 117년 전통의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마라톤 경기다. 특히 15일은 애국자의 날(Patriots Day)이다. 원래 ‘애국자의 날’은 19일이지만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4월 셋째 월요일에 기념하고 있다. 이 4월 19일은 1775년 미국 민병대가 렉싱턴과 콩코드 전투에서 영국군에 승리해 미국 독립전쟁의 서막을 알렸던 뜻 깊은 날이다. 그래서 테러범이 미국의 독립정신과 자유 민주주의의 본산인 보스턴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가설도 나온다. 12년 전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세계무역센터를 겨냥했던 9.11 테러와 비슷한 맥락에서 본다면 가능성이 전혀 없는 얘기도 아니다.

      따져보면 지금까지 스포츠 대회에서 일어난 테러는 많았다. 1972년 9월 뮌헨 올림픽 기간동안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8명이 새벽에 올림픽 선수촌에 난입해 이스라엘 선수단의 2명을 살해하고 9명을 인질로 잡았다. 하지만 구출작전의 실패로 9명의 선수 전원과 5명의 테러범, 경찰관 1명이 모두 숨졌다. 1996년 7월 애틀랜타 올림픽 중 센테니얼 올림픽 파크에서 파이프 폭탄이 폭발해 여성 1명이 숨지고 111명이 부상했다. 범인 에릭 루돌프는 이 범행과 다른 3건의 폭파 혐의로 체포돼 이곳 콜로라도 연방 교도소에서 종신형을 살고 있다. 2010년 1월 앙골라에서 토고 축구팀의 버스가 매복 기습을 당해 국가대표팀 선수 전원과 함께 있던 2명의 경찰관, 버스 운전사가 숨졌다. 2011년 2월 소말리아의 모가디슈에서 경찰서로 자살폭탄 차량이 돌진해 축구 대표팀의 선수 1명을 비롯한 8명이 죽고 35명이 부상당했는데, 이 사건은 내전으로 찢긴 소말리아에서도 가장 악랄한 무장단체인 알샤바브가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스포츠 행사는 남녀노소가 모두 즐기는 건전한 민간 행사이다. 이런 의미에서 선량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테러 배후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테러 발생 48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이슬람 과격주의 단체인지 아니면 미국내 자생적인 테러리스트의 소행인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번 테러에 사용된 ‘압력솥 폭탄’이 주로 아프가니스탄, 인도, 네팔, 파키스탄 등에서 사용되는 것이라 짐작은 하지만 이또한 확실한 증거는 없다.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역임한 후안 카를로스 자르테는 이번 사건이 9·11테러 이후 미국령에서 발생한 첫 ‘성공적인 테러’라고 했지만, 진정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란다.  
미국에 살면 살수록 세계 강국인 미국을 향한 국제적인 원망도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번 테러로 인해 안전한 도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불안한 사실도 다시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수사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기간이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사건의 배후를 철저히 밝혀 세계 경찰 국가의 자존심을 지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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