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두 달여 만에 첫 해외순방 일정으로 미국에 왔다. 본격적인 대미 현장 외교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은 5일, 뉴욕 동포 간담회를 시작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면담, 워싱턴 동포 및 경제인 간담회, 한미동맹 60주년 기념행사, 오바마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워싱턴 포스터지, CBS와의 인터뷰, 상하원 합동회의 참석, 미국 상공회의소 주최 간담회, LA 시장주최 만찬에 참석하는 등으로 빼곡히 짜여있다.
워싱턴, 뉴욕 동포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창조경제를 위해서 지구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많은 재외동포 인재들이야말로 능력있는 글로벌 맞춤형 인재라며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재외동포들의 지원을 당부했다.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위기를 조성해 처벌 대신 보상을 받아내는 시기는 끝났다”며 “한미는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두 대통령은 새로운 대북 제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는 한 어떤 대북 제안도 의미가 없다는데 서로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8일 오전에 열린 미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더욱 빛났다. 그는 한미 동맹이 21세기에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40여분을 영어로 당당하게 연설했다. 그는 “세계인들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 성취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 한국인들은 독일의 광산에서, 베트남의 정글에서, 열사의 중동 사막에서 많은 땀을 흘려야 했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이런 기적을 이룬 국민들의 대표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인의 저력을 자랑했다. 또한 지난 60년 동안 미국은 한국의 가장 좋은 친구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한국전 참전 용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외에도 박 대통령은 북가주와 가교 역할을 할 FTA,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문직 비자쿼터 확대를 강조하면서 한인들의 의견을 대변했다. 또, 북한을 지키는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한미 동맹이 통일한국을 향한 여정에 함께 나설 때라며 북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도록 유도했다.  
공식 실무 방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박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 미국 의회의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에 나섰다는 것은 사실상 국빈 방문급 예우를 받은 것이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이승만,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박 대통령이 여섯번째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11년 10월 상하원 합동연설 이후 같은 나라 정상이 연이어 연설을 하게 된 것은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에 이어 1945년 클레멘트 애틀리 총리가 연설에 나선 이후 처음 있는 일로 매우 특별한 사례다. 미 정치권에서 이러한 예우를 받은 것은 미국 또한 한국과의 동맹관계를 중요시한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집중할만한 부분은 박 대통령의 연설 태도였다. 박 대통령은 올해 초 대통령 취임연설을 할 당시에도 메모지 한 장 없이 단상에 올라 자신이 대통령이 된 이후 만들 한국의 청사진에 대해 조근조근 밝혀 국민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무조건 외운다고 해서 말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 많은 분량을 외워서, 또박또박 의사를 전달한다는 것은 자신의 머릿속에 정확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는 얘기다. 그는 말을 하면서 사람들과의 눈을 맞추고,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실어 상대를 설득시키는 힘을 가졌다.
이번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영어로 연설을 하면서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참전 용사 출신인 존 코니어스, 찰스 랭글, 샘 존슨, 하워드 코블 의원의 이름을 차례로 언급했고, 자신의 의견을 차근차근 피력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까지 한국에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는 출중한 영어 실력을 과시하며 미국에 한발 더 가까워진 듯 보였다. 친숙하게 영어로 소통하는 덕에 오바마 대통령과도 더욱 친밀감을 가질 수 있었고, 박 대통령에 대한 오바마의 배려도 극진했다. 그의 언변에 중국도 그를 다시 보고 있다. 최근 중국 지도부가 박 대통령에게 보이고 있는 관심과 호의를 보면 짐작이 간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방문지로 미국을 찾은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일정의 많은 부분을 한국전쟁기념 행사와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만찬 등의 행사에 할애한 것은 한미 동맹이 한국의 안보와 경제 발전의 버팀목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라고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미국에 사는 모든 동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여성이라는 외적인 조건보다도, 강건하고 올곧은 이미지를 내세워 한국의 현실과 미래에 협조를 구하는 모습이 진정 한국의 대표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그가 앞으로 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우선, 시급한 대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향후 상당 기간 동아시아권 힘의 균형자 역할을 할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굳건히 하는 동시에, 중국의 호의를 외교적 자산으로 삼아 대 중국 외교도 풀어가야 한다. 이번 연설에서 본 박 대통령이라면 충분히 해낼 것이라 믿는다. 위풍당당한 그의 모습에 선진 한국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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