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건설회사 기획조정실 차장인 조모(45)씨. 유학을 다녀와 늦깎이로 군에 입대해 32세에 비로소 제대를 했다. 그 후 1년 만에 75㎏이던 체중이 90㎏까지 불어 몸이 무거울 정도였다. 키는 1m78㎝. 운동 매니어여서 나름대로 ‘몸짱’이었던 조 차장은 이때부터 배에 힘을 잔뜩 주고 벨트를 바짝 조여 배를 억지로 집어넣고 다녔다. 하지만 이 같은 행동이 건강에 독이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

유학 시절에 한두 차례 호흡이 거칠고 송곳으로 가슴을 찌르는 듯한 통증과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얼마 전 그는 심장비대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비만에다 10여 년간 배를 집어넣고 다녀 심장에 무리를 준 것이다. 그는 지난해 혈관확장제(니트로글리세린)를 5회나 복용했다.

복압 올라가 실신할 수도

우리 몸에 압박을 주는 의류들이 많다. 똥배를 넣어주고 엉덩이를 올려 옷맵시를 살린다는 체형 보정 속옷, 그리고 복대와 벨트는 남녀 공통적으로 복부를 짓누른다. 체형 보정 속옷은 골반·생식기도 죈다. 몸에 꽉 맞는 브래지어나 탱크톱 역시 여성의 가슴에 부담을 준다. 무리하게 배를 압박하면 호흡에 영향을 주고, 결국 심장 이상을 부른다. 특히 김씨처럼 복부 비만이 있는 상태에서 배를 압박하면 복압(배의 압력)이 급격히 올라가 더 위험하다. 복압이 올라가면 심장에 공급되거나 내보내는 혈액이 부족해 맥박이 빨라진다. 특히 비만인 사람은 폐 기능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인위적으로 배를 압박하면 저호흡증이 심해지고, 실신할 수도 있다.

복부를 압박하면 소화기 계통의 문제도 발생한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병센터 심찬섭 교수는 “음식의 역류를 막는 조임근이 느슨한 사람은 평소에도 위산이 역류하는데 배에 압력이 가해지면 이런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위산이 목까지 올라와 기도로 넘어가면 천식을 유발하기도 한다.

골반·생식기 꽉 끼면 질염 유발

여성이 골반·생식기가 꽉 끼는 옷을 입으면 통풍이 안 돼 생식기 질환으로 고생할 수 있다. 질염을 일으키는 혐기성 균이나 진균(곰팡이)류는 산소가 없는 곳에서 활동이 왕성하다. 생식기 주위를 꽉 죄는 옷을 입는 것 만으로 평소에 없던 질 분비물(대하증)이 나오며 염증이 생기면 푸른색, 더 안 좋아지면 누런 색으로 변하고 악취도 난다. 이 경우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서 통풍이 잘 되는 헐렁한 옷을 입어야 한다. 외음부에 각질이 생기는 접촉성 피부염이나 가려움증도 유발한다. 남성도 마찬가지다.

골반·복부를 조이면 하지정맥류가 나타날 수 있다. 이 질환은 다리 정맥의 판막이 손상돼 혈관이 기형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종아리에 지렁이가 기어가듯 정맥이 구불구불하게 솟아 오른다. 다리에서 올라오는 정맥혈이나 림프액이 골반으로 진입하기 힘들면 하지정맥류와 다리가 붓는 부종이 나타난다. 너무 꽉 끼는 브래지어·탱크톱을 착용하면 들숨 때 평소보다 많은 힘을 줘야 한다. 혈액 순환이 잘 안 되고, 피로감이 빨리 오므로 불가피하게 착용했다면 집에 돌아와선 마사지와 스트레칭으로 경직된 몸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남 36·여 34 인치 이상이면 복부 비만

복부 비만의 기준은 여성의 경우 85㎝(34인치), 남성은 90㎝(36인치) 이상이다. 허리 둘레를 잴 때는 옆구리 쪽에서 갈비뼈 맨 아랫부분과 골반 맨 윗부분의 중간 지점에서 수평으로 잰다. 비만의 원인은 고열량·고지방 음식 섭취, 폭식 등 불규칙한 식사와 운동 부족이다. 식사를 자주 거르면 우리 몸은 또 언제 굶을지 모른다고 인식해 열량을 최대한 저장하려고 한다. 복부 비만이 걱정인 사람은 스트레스와 흡연을 피해야 한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된다”며 “이 코르티솔이 내장에 체지방 축적을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복부 비만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식사·운동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강 교수는 “1일 섭취 열량을 1200~1500㎉l로 조절하고, 주 3회 이상 1회에 30분 이상 걷기·조깅·줄넘기 등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리둘레 1인치 줄이기 십계명

1 금연한다 2 매일 6~8잔의 물을 마신다 3 지방은 적게, 섬유질은 많이 먹는다 4 다른 사람의 음식에는 손대지 않는다 5 식사는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한다 6 천천히 그리고 조금 부족한 듯 먹는다 7 군것질, 특히 저녁 식사 후 야식은 하지 않는다 8 스트레스를 적극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9 절제하지 못하고 많이 먹게 되는 음식은 아예 먹지 않는다 10 일주일에 3회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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