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을 통틀어서 제가 가장 사랑하는 단어는 내시경으로 바뀌었습니다.” 한국의 전설적인 록그룹 ‘부활’의 리더인 김태원씨가 한 말이다. 그는 한국의 KBS TV에서 방송하는 프로그램의 한 순서로 위 내시경 검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내시경 검사에서 위암 진단을 받게 된 것이다. 의료진도 방송진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정작 본인은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다행히 김태원의 위암은 초기였고, 곧바로 시행된 두 차례 내시경 점막 절제 수술을 통해 암세포가 완벽하게 제거하게 되었다.
오락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서 했던 검진 덕분에 암세포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생명을 다시 얻게 된 셈이다. 건강 검진의 중요성을 새삼 절실하게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었다. 지난 1월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내를 통해 4시간에 한 번씩 혈압을 재고, 맥박, 몸의 온도를 체크하는 것을 보았다. 하루에 6번씩이나 귀찮을 정도로 점검을 했다. 하루에 한 번씩 피를 채취해서 검사를 했다. 입으로는 음식을 먹을 수 없어서 혈관으로 영양분을 공급하는 조치를 했다. 집으로 퇴원한 뒤에도 한 달 이상 혈관을 통해 영양을 공급했다. 의사들이 매일 혈당을 세 번씩 체크해서 알려달라고 하였다. 혈관 영양공급이 시작된 후 2시간, 끝난 후 2 시간 그리고 낮에 한 번 더 혈당을 확인해야 했다. 영양제가 들어갈 때는 혈당 수치가 많이 올라간다. 영양제를 중단한 다음에도 조금 높은 상태로 유지가 된다. 하지만 영양제를 맞은 지 6시간이 지난 후에는 정상적인 수치로 돌아온다. 그 혈당 수치에 따라서 공급되는 영양도 달라지고 치료도 바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몸에 이상이 있을 때는 검사 수치에 얼마나 신경이 쓰이는 지 모른다.
우리 몸에는 심심치 않게 병이 찾아온다. 가벼운 병은 왔다가 금방 사라진다. 하루 이틀 푹 쉬고 나면 회복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랫동안 우리 몸에 머무르는 병도 있다. 거의 모든 종류의 병의 진행과정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없는 병의 경우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병은 커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빨리 발견해서 치료하면 할수록 병을 이겨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는 법이다. 정기 검진을 통해서 몸의 질병을 조기에 발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에는 불치병이라 여기던 암조차도 조기에 발견만 할 수 있다면 거의 완치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감기처럼 하잖게 여기는 질병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폐렴으로 발전하게 된다. 결국 폐렴으로 죽는 미국인의 수가 한 해에 몇 만 명에 이를 정도이다.
차를 운전하면서 항상 지켜보아야 하는 것이 바로 엔진 온도이다. 둘째 아이에게 중고차를 사 주었다. 얼마 전 프리웨이에서 차가 섰다는 연락이 왔다. 갑자기 차에서 연기가 나서 갓길에 세웠다는 것이다. 라지에이터가 고장이 났던 것이다. 사실 차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은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냉각수가 부족해도 온도가 올라간다. 그때는 급하게 물이라도 채워 넣으면 온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냉각 팬 벨트가 끊어진 경우도 있다. 그렇게 수리비가 많이 들지 않아도 고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온도가 올라갔는데도 차를 멈추지 않고 계속 운전을 하면 엔진이 완전히 고장이 나고 만다. 차에서 불이 날 수도 있다. 차를 아주 폐차시켜야 하는 결과가 오기도 한다. 이번 일로 아이에게 차의 온도게이지를 항상 체크하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정상보다 조금만 올라가도 더 이상 운전하지 말고 차를 세우라고 했다. 그래야 차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도, 늘 운전하는 차도 정기 점검이 필요하다. 그런데 온통 상처투성이인 마음에는 왜 아무런 정기 점검도 없는 것일까? 내 마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확인하는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까지 그토록 힘들고,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버텨온 마음이 아무 이상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기 때문이다. 단지 참고 견디고, 아닌 듯 잊고 산 것이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망가지면 몸도 망가지게 되어 있다. 마음은 마음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힘들면 가족들과의 관계도 피곤해진다. 늘 감싸주고 위로해 주어도 견디기 어려운 세상이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를 받고 힘들어하는 것은 마음이 상처 난 채로 그냥 두었기 때문이다. 이웃들과의 관계도 상처 난 마음으로는 원만하게 만들어갈 수가 없다. 마음의 회복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마음을 점검하는 몇 가지 시금석이 있다. 요즈음 별 것도 아닌 일에 화를 잘 내고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화는 반드시 지금 경험하는 일에서만 오지 않는다. 그 전에 무엇인가 풀리지 않고 힘들어하는 것이 있다면 작은 일에도 화가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평안한 마음 상태였다면 분노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 당장 화를 나게 하는 일을 처리하기 보다는 화가 자주 나는 내 마음을 먼저 회복시켜야 한다. 우리 마음의 건강은 하루에 몇 번이나 기분 좋게 웃었는가로 측정해 볼 수도 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즐겁고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 본성을 갖고 있다. 행복과 재미의 신체적 증상은 바로 웃음이다. 그런데 하루 종일 제대로 웃었던 기억이 전혀 없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며칠은 아무 문제도 없을 지 모른다. 하지만 웃음이 없는 날이 쌓이기 시작하면 매사에 의욕이 떨어진다. 매일 하던 일도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사는 의미도 이유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피곤한 삶일수록 마음의 정기점검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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