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인근 교회에서 사역을 해온 45세의 한인 사무엘 윤 목사가 미성년자 성매매 단속에 걸려 체포됐다. 14세 소녀를 가장해 함정수사를 벌이던 경찰에 접근했다 체포된 것이다. 당시 청소년 목회관련 종교 회의 참석차 플로리다를 방문했던 윤 목사는 경찰이 인터넷에 올린 위장 성매매 광고에 걸려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나흘간의 집중 단속을 통해 92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언론 브리핑을 통해, “다른 사람들은 못 잡더라도 이 목사를 체포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윤 목사가 그동안 청소년 사역을 맡아왔다는 사실이다. 이에 경찰은 윤씨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수 년간 목회를 해 온 만큼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고 믿고 캘리포니아 지역 경찰에 이번 사건에 대한 추가 수사를 의뢰했다.

    교민 사회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에 이어 한인교회에서 청소년 대상 선교를 담당하고 있는 목사가 성매매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자 큰 충격에 빠졌다. 이런 망신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일어탁수(一魚濁水)라는 말이 있다. 한국 속담으로 치면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린다는 뜻이다. 이 사건을 통해 신실하게 사역을 하고 있는 기존의 목회자들에게 불똥이 튈까 염려된다. 모든 사람들이 착하고 선할 순 없지만, 모든 사람이 악한 것도 아니다. 다만, 하나님이라는 절대적인 존재를 입에 올리는 일을 하는 사람의 도덕성이 이처럼 타락하고 부패했다는 것에 교민 사회는 실망과 좌절감을 감출 수가 없다. 윤 목사 사건을 계기로, 교계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지만, 가장 슬픈 일은 윤 목사로 인해 한인사회는 미국에서 또한번 움츠려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의 미국 내 범죄 역사를 들춰보면 한인사회는 성매매의 소굴 수준이다. 매년 전국에서 수 십 명의 성매매 마사지 팔러들이 체포되고 있는데, 부끄럽게도 수사의 중심에는 항상 한인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 덴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와 올해 초, 오로라의 하바나 길과 아일리프 길에 있는 마사지 가게가 각각 함정수사에 걸려 난리가 났었다. 10여대가 넘는 경찰차가 충돌해 도로를 봉쇄하고, 마사지 가게 안에 있던 직원들을 데리고 갔다. 이 가게 법적 주인들은 모두 한인들이었다. 가게 주인들은 라이센스를 빌려줬는데 일하는 애들이 마음대로 사용했다, 가게 주인은 명의만 내줬다는 등의 법률적 회피 발언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이 가게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사실은 알 사람은 다 안다. 렌트를 받은 실질적 가게 주인이나, 라이센스를 빌려준 사람은 성매매 사실을 몰랐다고 발뺌을 하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형국이다. 이날 가게 앞에 진을 치고 있던 한 FBI 요원에게 다가가 명함을 건넸다. 그는 이 가게에 대해 아느냐고 오히려 내게 질문했다. 창피했다.

   이처럼 개울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는 마사지 가게 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 산재해 있다.   그 중 한인사회 내 건축업자에 대한 불평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따져보면 욕을 먹는 건축업자는 거의 정해져 있다. 제시간에 공사를 끝내지 않고, 문제가 생겨 전화를 하면 오리무중이다. 결국 의뢰인은 돈은 돈대로 들고, 공사 마무리 또한 제 손으로 해야 하니 분통이 터진다. 이런 극소수의 양심불량 건축업자들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선량한 건축업자 모두가 욕을 먹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열렸던 한국 대선이 생각난다. 대선의 첫 TV 토론의 주인공은 ‘빅2’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아닌, 지지율 1% 미만이었던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였다. 그가 반짝 검색어 1위에 오른 이유는 국가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중차대한 자리에서 건설적인 대화가 아니라 시종일관 ‘독설과 노매너’로 일관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내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라는 비상식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때문에 국민들에게 통합진보당은 이유있는 반대를 하는 야당이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반대만 하는 야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그래서 이정희는 같은 야당에서조차도 야당의 이미지를 흐린 미꾸라지가 되었다.
한국에서 제2의 장자연 사건으로 연예계가 한창 떠들썩했을 때가 있다. 소속사 대표가 연습생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돼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연예인 관계자들은 일부 파렴치한 매니저들의 행동으로 인해, 성실하게 발로 뛰는 많은 매니저들이 싸잡아서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매니저란 직업이 사회 악처럼 여겨질까 봐 속상하고 갑갑하다고 토로했었다. 장자연 사건의 당사자였던 김씨는 현재 매니지먼트 일을 계속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매니지먼트사를 허가제로 두고 있지만, 한국은 신고제이기 때문에 어떤 강제 조항으로도 범죄자였던 매니저를 제재할 수 없다. 본인의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미꾸라지 한 마리 때문에 동종 업체 전부가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신문사도 마찬가지다. 정정당당한 언론 플레이가 없다면, 동포 사회는 모든 신문사를 찌질한 시골동네 신문으로 비하할 것이다. 부동산, 금융, 식당, 자동차, 의료계 등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각자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면, 이처럼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는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미꾸라지가 된 윤 목사의 사건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진심을 다하는 신독(愼獨)이라는 덕목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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