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비타민C는 누구에게나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의학자는 암도 예방한다고 주장해 한때 비타민C 신드롬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흡연자가 비타민C를 많이 섭취할 경우에는 담배 연기에 함유된 카드뮴의 발암 능력이 무려 100배나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난리가 났다.
한 의학자는 담배를 줄이면 건강이 좋아진다고 했다. 하루에 두 갑씩 피우던 골초 23명이 9주 동안 담배를 열 개피로 줄이고 3주 후에 검사하는 실험을 했다. 과연 얼마나 건강해졌을까. 몸 속에 든 발암물질과 독소의 양을 측정한 결과 예상과는 달리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담배를 줄인다고 해서 갑자기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완전히 끊은 사람만이 빠른 경우 수주 만에 담배로 인한 몸 속 독소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잘못된 상식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문제는 이러한 얘기를 들을 때 우리가 이를 얼마나 걸러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느냐이다.

    근거 없는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사실인냥, 잘 모르면서 아주 잘 아는 척, 못하면서 모든 걸 할 수 있는 능력자임을 자랑하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의 인생은 자주 헷갈린다. 솜씨도 기술도 미숙한 사람이 잘난 체하다가 중요한 일을 그르칠 때 우린 흔히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라는 말을 한다. 우린 주변에서 이런 선무당을 가끔 보게 된다.
10여년 전 덴버에 처음 왔을 때였다. 덴버 한국일보에 입사하면서 영주권을 신청해야 했는데, 서투른 영어 탓에 한인 변호사를 선택하기로 했다. 변호사가 한인이어서가 아니고 실력이 없는 변호사를 만난 것이 문제였다. 영주권을 신청하고 3년을 기다렸다. 비자 만료일이 8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민국에서 영주권이 거부(Denied)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분명 그 변호사측은 제출 서류를 산더미 같이 준비해서 이민국으로 발송했었다. 잘난 척을 하면서 이정도 분량의 서류를 보내는 것이 좋다며 의기양양해 했다. 얼핏 보기에도 담당자가 지레 질려버릴 정도의 양이었다. 하지만 이민법에 문외한이었던 필자는 그걸 믿고 꼬박꼬박 세금을 냈고, 달라는 변호사비도 다 주었다. 하지만 이민국에서 영주권 발급을 거절한 편지를 보내오자, 변호사는 이민국에서 요구한 서류를 모두 보냈지만 거부를 당했으니 어쩔 수 없지 않냐며 안면몰수를 했다. 그 때는 하늘이 캄캄했다. 불법으로 미국에 체류하고 싶지 않았던 필자는 한국행을 결심해야 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왔던 이 곳을 포기하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온 가족이 절망에 빠졌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맨 처음 취업비자를 2주만에 받아 주었던 시카고에 있는 한 변호사에게 다시 연락을 취했다. 다행히 필자를 기억하고 있던 그 변호사는 신문사에서 스폰서를 해주었고, 저널리즘의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직까지 영주권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되려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이민국에 들어갔던 모든 서류를 보내달라고 요청해 빠른 우편으로 보내주었다. 며칠 후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무엇 때문에 이런 잡다한 서류들이 이민국으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이 다시 한번 영주권 서류를 준비해 보겠다고 했다. 사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같은 이민전문 변호사인데 결과가 틀릴 수가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서류를 접수한지 5개월 만에 기적같이 영주권이 나온 것이 아닌가. 워킹 퍼밋을 따로 받을 시간도 없이 영주권은 빠르게 집으로 도착했다. 영주권 카드를 들고도 믿기지 않았다. 이민 전문 변호사라는 덴버의 그 변호사 사무실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이민 관련 업무일 경우 변호사는 ‘못하면 못한다’고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돈도 돈이지만, 무엇보다도 온 가족의 운명이 달려있는 이런 중요한 일에 ‘되면 되고, 안되면 말고’라는 심보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지금까지도 가끔 울컥 화가 난다. 이 선무당은 지금껏 나뿐 아니라 여러 사람을 잡았다. 

    친하게 지내는 한 지인은 어금니를 왕창 뽑을 뻔했다. 크게 이름을 내걸고 하는 치과라고 믿을 만 하지 않을까 해서 방문했다가 말이다. 턱관절이 삐끗거리면서 잠을 자고 일어나면 불편했고, 밥 먹을 때도 힘들었던 지인은 할 수 없이 치과를 찾았다. 진단 결과는 어금니를 모두 뽑아야 한다며 1만 달러 견적서를 내밀었다. 그는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다른 치과를 찾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입안에 마우스 피스와 비슷하게 생긴 스플린트라는 교합장치를 잠잘 때 한달만 끼고 나면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1만 달러 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3백 달러를 내고 그것을 맞췄다. 지금 그는 말끔히 나아 고기도 뼈째로 씹을 만큼 튼튼한 이를 가지고 있다. 이 경우는 지인이 의심이 많았기 때문에 참사를 막을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의사의 말을 따르게 된다. 이 의사의 당당한 결론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또다른 한 지인은 7~8년 전 고이고이 저축한 돈을 풀어 집공사를 시작했다. 당시 공사를 맡았던 업체는 건축의 달인인냥  광고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방마다 깔았던 카펫은 울이 져서 물결치고 있고, 거실에 깔았던 나무는 벌어지고 이가 맞지 않아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였다. 줄기차게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더니, 타주로 도망치듯 떠났다. 그리고 몇 년 전에 덴버로 다시 돌아와 버젓이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는 듯하다. 
이 세 명 외에도 콜로라도에는 선무당이 수없이 많다. 어떻게 보면 콜로라도는 선무당이 판치기 참 좋은 동네가 아닌가 싶다. 도대체 자신들이 선무당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왜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일까. 이들 때문에 여러 사람의 인생이 오락가락했다. 물론 사람들은 재미삼아 자신의 상식을 자랑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내세우고 일하는 사람이라면, 잘못되었을 경우 뒷처리까지 해줄 수는 책임감이 뒤따라야 한다. ‘일단 돈부터 받고 보자’라는 무책임한 마음가짐은 스스로 선무당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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