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스피드 조절...

    과거 다이어트의 핵심은 식욕과의 고통스러운 싸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더 전략적이다. 1일 1식 열풍의 시발점인 일본에서 최근 먹는 순서만 바꿔도 살이 빠진다는 다이어트가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관련 도서 『먹는 순서 폭발 다이어트』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저자인 헬스트레이너 이시카와 히데아키는 식사를 할 때 음식 종류에 따라 순서대로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논리를 편다.
예컨대 샐러드 같은 채소를 먼저 먹고, 혈당치를 급격히 올리는 면·밥·빵 같은 탄수화물은 마지막에 먹는다는 식이다. 스테이크를 예로 들면 '샐러드의 채소-채소 절임(발효식품)-된장국(식물성 단백질)-햄버거스테이크(동물성 단백질)-매시드포테이토(탄수화물)-밥(탄수화물)' 순으로 먹어야 한다. 음식의 양이나 칼로리와는 무관하게 먹는 순서만으로 살을 뺄 수 있을까. 서울백병원 강재헌(가정의학과) 교수와 동국대 일산병원 오상우(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먹는 순서 다이어트'의 허와 실을 짚어본다.

혈당치 조절하면 살이 빠질까

    혈당은 혈액 속 포도당 농도를 말한다. 혈당치는 음식을 먹고 나면 급격하게 증가한다. 인슐린은 혈당이 지나치게 올라가지 않도록 조절한다. 일반적으로 혈당은 식후 한 시간쯤 최고치에 도달했다가 서서히 떨어진다. 당 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어 혈당이 갑자기 높아지면 인체는 혈당을 빨리 떨어뜨리기 위해 인슐린을 한꺼번에 많이 분비한다. 인슐린이 혈당을 급격히 떨어뜨리면 인체는 극심한 배고픔을 느낀다. 이때 찾게 되는 게 혈당을 빨리 높이는 빵·과자 같은 음식이다. 반면 당 지수가 낮은 채소 등은 혈당을 완만히 조절하므로 식욕이 과도하게 올라가지 않는다. 따라서 그의 이론은 근거가 충분하다.

인슐린 분비 많으면 체중조절 어려울까

    인슐린은 지방 분해를 방해하는 호르몬이다. 따라서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면 비만 조절에 어려움이 따른다. 인슐린 분비를 줄이고, 혈당을 높이지 않는 음식을 먹는 게 도움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채소를 먼저 먹으면 혈당이 천천히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맞는 말이다.

채소·단백질 사이에 먹는 발효식품 효과는

    학계에서 나온 명확한 연구 결과는 없다. 다만 발효식품에 소화를 돕는 효소가 많이 들어 있다. 소화액을 활발히 분비시키므로 단백질·탄수화물을 먹었을 때 소화가 잘 될 수 있다.

단백질을 탄수화물보다 먼저 먹는 까닭

    저자는 인슐린이 분비될 때 단백질 성분이 많아야 당을 에너지로 소비하고, 중성지방이 많으면 당이 몸에 축적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슐린으로 인해 혈당이 지방으로 바뀌는 건 극히 미미하다고 한다. 비만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단백질을 탄수화물보다 먼저 먹는 건 단백질이 지방으로 잘 변하지 않는 영양소이고, 탄수화물보다 포만감을 더 잘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밥을 먹을 때 채소를 먼저 먹으라는 건 위에 공복감을 줄여주기 위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채소를 먹은 다음 단백질을 먹는 것도 포만감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어떤 음식이라도 순서만 지키면 될까

    순서만 지킨다고 무조건 살이 빠지는 건 아니다. 먼저 식사 속도에 주의한다. 빨리 먹으면 효과가 없다. 위에 음식이 들어간 다음 포만감을 유발하는 신호가 뇌에 전달되기까지 20분 이상 걸린다. 오사카시립대 이마이 사에코 교수팀은 식사를 할 때 탄수화물보다 채소를 먼저 먹는 것만으로도 최대 절반 이하까지 혈당치를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도 식사를 빨리 하면 혈당치 억제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 지수가 낮은 식품을 먼저 먹으면 …

    당 지수만을 맹신하는 것도 삼간다. 당 지수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게 지방이다. 채소라도 기름에 볶고 무쳐 먹거나 드레싱을 잔뜩 뿌리면 소용이 없다. 또 탄수화물과 채소를 같이 먹으면 혈당이 순간적으로 올라가는 것을 늦춘다. 당 지수에도 함정이 있다. 당 지수와 칼로리는 별개 문제다. 예컨대 고구마가 감자보다 당 지수는 낮지만 칼로리는 높다. 유제품은 당 지수가 낮지만 설탕을 넣어 칼로리가 높고, 유지방이 많다.


닭 가슴살이 다이어트 식단에 빠지지 않는 이유

    매스컴에 자주 나오는 유명인들의 다이어트 식단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 닭 가슴살이다. 체중감량을 위해 야채 위주로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닭 가슴살은 꼭 찾는다. 먹기에 퍽퍽하고 영양가도 없어 보이는 닭 가슴살이 왜 주목을 받을까? 이는 닭 가슴살이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보충해주고 살빼기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닭 가슴살처럼 닭의 살코기 부분에 풍부한 단백질은 근육의 주성분이다. 또 면역을 담당하고 에너지 대사에 참여하는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생사를 넘나든 암환자에게 단백질이 듬뿍 든 음식을 권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닭 가슴살은 이처럼 우리 몸에 중요한 단백질 보충원일 뿐만 아니라 비만을 유발할 수 있는 탄수화물 섭취 욕구를 줄여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닭 가슴살 몇 조각을 먹어도 쉽게 포만감을 느끼고 다른 음식을 멀리하게 된다. 몸에도 좋고 살빼기에도 도움되고... 이런 일석이조의 효능 때문에 닭 가슴살이 다이어트 식단의 단골메뉴가 된 것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닭 가슴살로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고 탄수화물은 당지수(GI)가 낮은 탄수화물로, 지방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산으로 먹는 게 좋다. 단백질은 건강체중(kg) 당 1~1.2g이 적절하며 본격적인 다이어트에 들어가면 1.2~1.5g을 먹어야 한다. 예를 들어 몸무게가 60kg인 사람은 단백질을 하루 60~70g, 만약 건강체중이 55kg이라서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면 단백질을 65~80g으로 더 늘려서 섭취해야 한다.

     다이어트 전문가 박용우 박사는 “단백질은 포만감을 빨리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로 인한 공복감과 넘치는 식욕을 다스려준다”면서 “아울러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일 수 있어 렙틴호르몬 수치를 낮추고 민감성을 개선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단백질의 부산물인 아미노산은 간의 해독 작용을 촉진시켜 몸 속 유해물질 배출에 탄력이 붙게 하고 다이어트로 인한 스트레스를 다스려주기도 한다. 닭 가슴살이 다이어트 식단에 빠지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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