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업소록을 마친 기념으로 쫑파티를 했다. 오랜만에 느껴본 자유라서 그런지 늘어지게 먹고 마신 기분이다. 쫑파티를 하는 날에 맞춰 한국에서 업소록 인쇄본 샘플도 도착해 우리 제작진들은 그 동안의 힘들었던 시간을 잊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스시도 맛있고, 밥도 맛있고, 술도 맛있고, 옆에 있는 동료들까지도 좋아서 밤이 깊어가는 줄 몰랐다.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소중한 시간이었다.
제작진들이 모두 업소록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포커스 업소록 제작은 작년보다는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작업에 들어가보니 작년만큼이나 힘들었다. 매년 변경되는 비즈니스 리스팅을 하나하나 컴퓨터로 작성하고, 일일이 전화해서 확인하는 작업도 만만찮았다. 리스팅 전화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한 업체에 4번이나 전화를 시도한 적도 있고, 전화번호가 팩스로 되어 있어 통화가 되지 않을 때에는 팩스로 답변을 원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막바지에 이르러 밤10시에 전화를 걸어서 “늦게 전화해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를 하며 확인 작업을 마쳤다. 물론 이는 업소록 책에 정확한 리스트를 싣기 위한 제작진들의 노력이긴 했지만 업체들은 당황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업소록 마감 날짜를 잡아놓고 마감 일주일전부터는 밤샘 작업을 했다. 사실 업소록을 빨리 마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필자의 한국 여행 일정에 맞추기 위한 것이어서 우리 디자이너와 제작진, 그리고 발 빠르게 협조해주신 광고주분들이 더욱 고마울 따름이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논다고 밤을 지샌 적은 있지만, 그때도 이처럼 꼬박 밤을 새지는 않았던 것 같다.  밤을 지샌 동료들은 어느새 아주 가까워진 느낌이다. 새벽 2시까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작업을 하다가, 새벽 4시가 되면 짜증이 섞인 한 두 마디가 오가고, 오전 6시가 되면 아예 입을 닫아버렸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나니 상대방의 성격 파악도 되고, 서로를 위해주는 마음이 생기게 됐다. 아침 퇴근을 하면서 밤새 함께 먹은 음식 봉지들을 보며 배를 잡고 웃은 적도 있다. 교정을 보다가 너무 많은 수정사항을 지적한 동료에게 오히려 눈치를 주면서 적당히 하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일에 지친 것은 알지만 “그래도 이왕 하는 것이니 정확하게, 잘 나오도록 해야 하지 않겠냐”며 서로를 격려하며 교정을 봤다. 이런 동료들이 있었기에 해낼 수 있었다. 또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하던 주변 분들이 있었기에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

    광고 수주도 이번 해에는 예년보다 월등히 많았다. 보통 130~150여개의 광고가 들어왔지만, 올해는 200여 개가 넘는 업체가 참여했다. 광고 디자인의 컨펌을 받기 위해, 이메일과 팩스를 보내고,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작은 부분에도 세심한 정성을 들였다. 
2014년 업소록을 준비하면서 불경기를 감안했을 뿐 아니라 필자의 한국방문 일정 때문에 광고마감을 서둘러야 했기 때문에 광고수주도 100개로 목표를 정했다. 그러나  결과는 지난 10여년 새 발간되었던 업소록 중에 가장 많은 광고를 수주하게 됐다. 이렇게 많은 업체들이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다. 한국 인쇄소에서 미국까지 배송기간이 약 6주 가량이 걸린다고 하니 12월초쯤이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포커스 2014 업소록>은 많은 사람들이 그만큼 포커스 신문사를 믿고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일주일 내내 밤샘 작업을 마다하지 않은 우리 제작진들, 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포커스 업소록을 선택해 준 광고주들, 그리고 업소록 제작기간 동안 집안일과 아이들을 책임지고 돌봐준 숨은 공로자, 제작진들의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세련된 광고 디자인, 깔끔하고도 보기 편한 편집은 기본이다. 또 ‘광고도 정보’라는 개념에 걸맞게 콜로라도 한인사회의 정확한 업체명과 전화번호, 각종 생활 정보들을 꼼꼼하게 챙겼고, 한인 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기도 한 콜로라도주 학군과 학교 순위도 최신 것으로 새롭게 업데이트 했다.

    2014년 한인 업소록에는 두 가지의 큰 특징이 있다. 첫번째는 ‘업체 이름 가나다 순 목차’ 부분이다. 비록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업체 이름을 가나다 순으로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찾는 업체가 어떤 섹션에 들어있는지 불분명할 경우, 이름만으로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이 ‘가나다 목차’는 지난해에 이어 획기적인 시도가 아닐 수 없다.  두번째는 표지 모델이다. 콜로라도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어린이들을 선정했다. 식상하게 인터넷에서 따온 사진에서 벗어나 우리 동네아이들의 꾸밈없고 풋풋한 분위기를 소박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연출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우리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대변하는 내년 포커스 2014 업소록,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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