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콜로라도에서는 합법적으로‘오락용’마리화나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금역의 문이 열렸다. 1일 새벽, 마리화나 가게 앞에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면서 더 이상 반대만을 할 수 없는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마리화나가 의료용이 아닌 레크리에이션 목적으로, 다른 곳도 아닌 바로 이곳 콜로라도에서 판매되기 시작됐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그동안 미국내 몇몇 주에서 의료목적의 마리화나가 판매되어 왔고, 유럽의 네덜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개인 사용을 합법화하기도 했지만 국제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콜로라도의 이번 오락용 마리화나 판매허용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오락용 마리화나 판매 합법화는 지난해 주민투표를 거처 히큰루퍼 주지사의 서명으로 법제화되었다. 이로써 21세 이상이면 누구나 마리화나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마리화나가 술, 담배와 같은 취급을 받게 된 셈이다. 물론 다른 주로 가지고 나갈 수 없고, 일정량만 구입해야 하는 등의 제약이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저지할 방법은 없다.

    마리화나 합법화를 지지한 이들의 전체적인 관점은 크게 두 가지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영원히 이길 수 없다는 것과 돈이 그것이다. 부작용과 중독성이 비교적 약한 마리화나를 합법화함으로써 마약 밀매로 인한 엄청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다른 마약 사용을 감소시키며, 범죄집단의 불법 수입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지지자들의 주장이다. 또, 마리화나 판매에서 무엇보다도 세금이 많이 들어온다는 것도 주정부 차원에서는 놓칠 수 없는 매력이다. 콜로라도 주정부는 세수입이 연간 67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곧 지금까지 범죄집단이 거두어 들이던 불법소득이 시민들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정부는 마리화나 판매세 중 4천만달러를 학교 건설에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논란을 잠재우는 방편으로‘마리화나로 거두어 들인 세금을 교육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마리화나는 일명 뜨는 ‘콜로라도 핫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대마초 근처에만 가도 불법이었고, 마리화나 혹은 대마초 흡연이라는 죄목으로 언론지상에 오르내리는 순간 연예인 생명이 끝나버리는 한국 문화에서 자란 필자로서는, 콜로라도의 이 마리화나 열풍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필자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본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세계 청년들이 건전하게 잠을 청하는 유스호스텔 가는 길목에는 합법적인 성매매 지역인 홍등가가 즐비해 있었다. 이 앞에는 여자들뿐 아니라 어린 꼬마들까지 나와 호객행위를 했는데, 그들의 손에는 마리화나가 들려 있었다. 홍등가가 시작되는 곳에서 마리화나의 가격은 30달러였지만, 골목이 끝나는 곳까지 쫓아온 소년은 1달러에도 만족하며 돌아갔다. 대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필자는 영어도 잘 못했고 불쌍한 꼬마가 계속 쫓아오길래 1달러를 불우이웃돕기 차원에서 건네주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1달러의 대가로 내게 건넨 것은 마리화나였다. 필자는 그 마리화나를 받아 주머니에 넣고 유스호스텔로 향했다. 그런데 유스호스텔 입구에서부터 쾌쾌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배낭 족들은 그들의 자유로운 영혼을 맘껏 자랑이라도 하듯 대놓고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마리화나가 불법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살아온 우리 같은 사람들은 쉽게 따라 하기 힘든 일이었다. 몇 번이나 주머니에서 꺼내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좀처럼 용기가 나질 않았다. 평생 불법을 저질렀다는 오명을 가지고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불법과 합법 속에서 갈등했던 마리화나가 20여 년이 지난 지금 내가 사는 이곳에서 합법화가 되었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무엇보다도 미국 내에서도 청정주로 손꼽히는 콜로라도 주가 마약 소굴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부터 앞서는 걸 보면 필자는 역시 시대적 감각이 떨어지는 인물인가 보다.
학창시절 성 교육이 널리 보급되어야 한다는 교육청의 지시로‘아름다운 성’이라는 명목으로 비디오 수업을 의무적으로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금지되어 왔던 것을 몇 시간의 교양 수업으로 깨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런 상태에서 찾은 유럽은 충격의 도시였다. 섹스 박물관이 명동과 같은 도심 중간에 마치 커피숍처럼 자리잡고 있었고, 여자가 남자의 성기를 끌고 다니는 낯 뜨거운 그림들이 그려진 엽서가 고흐 박물관 앞의 한 선물가게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걸 보면서 이 넓은 세계에서의 충격적인 문화 차이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렇다. 나쁜 짓에는 은근한 매력이 있다. 그러나 이 나쁜 짓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우리 어른들은 10대들의 난잡한 성을 바로 잡고자 예상치 못했던 아기가 태어나면서 인생이 망가진다 식으로 강압적인 책임감을 심어주려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콘돔 사용을 추천하면서 막중한 책임감 보다는 자유를 주는 쪽을 택하고 있다. 막아도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담배도 피우다 보니 몸에 안 좋고, 금연을 추진하지만 맘 먹은 대로 안 되는 이들을 위해 니코틴 함량이 적은 담배로, 혹은 전자담배로 방향을 바꾸었다. 마리화나도 곧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무엇보다도 10대들 사이에 마리화나가 확산될 것이라는 후폭풍이다. 아무리 21세 이하는 법으로 규제했다고 하지만 미성년자들이 흡연을 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 벌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리고 이들은 마리화나에 만족하지 않고 이보다 더 중독성이 강한 마약에 의존할 지도 모른다.
무조건 안 된다고, 나쁜 것이라고 윽박지르며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 하고 싶은 욕구만 더 키울 뿐이다. 삼국지에 ‘귀사물엄 궁구막추(歸師勿掩 窮寇莫追/물러나는 군사는 덮치지 말고 궁한 도적은 쫓지 말라)’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적절한 퇴로(退路)를 열어주는 게 필요할 때도 있다는 의미다. 금단의 판도라의 상자는 어차피 열려버렸다. 자녀들에게 무조건 하지 말라고 다그치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것도 지혜로운 부모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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