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요즘처럼 나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학벌, 외모, 돈이라고 하는 부수적인 것들에 의해 나의 가치 매김이 이루어지는 세상 속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사람들에게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드러낸다는 것은 바보 취급당함을 각오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작년 말 미국 온지 14년 만에 한국을 다녀왔습니다. 미국에서처럼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었기에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야 했습니다. 오랬만에 타보는 지하철이라 타고 내리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어디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고, 어디서 내려야 할지, 어느 쪽으로 내려야 할지 몰라 순간순간 긴장하며 안내 방송에 귀를 기우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안내 방송을 듣다 보면 ‘다음 역은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쪽입니다.’라고 안내를 하고, 이어서 ‘○○ 성형외과를 가실 분들은 ○번 출구로 나가시기 바랍니다.’는 안내 맨트를 여러 차례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버스, 지하철마다 ‘예뻐지고 싶으면 찾아오세요.’라는 성형외가 전문병원 광고판이 즐비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한국의 어두운 단면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지하철을 타고 서울 여기저기를 돌아보고 있는 동안에 미국 CNN에서 한국에 관한 이런 내용의 기사를 발표했습니다. ‘한국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하는 10가지, 10 things South Korea does better then anywhere else’ CNN이 한국에 대하여 주목한 10가지는 이렇습니다. ‘1 인터넷 보급률’ ‘2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용카드 사용 국가’ ‘3 일중독 문화’ ‘4 직장 내 음주 문화’ ‘5 혁신적인 화장품에 대한 실험 정신’ ‘6 한국 여성 골퍼’ ‘7 스타크래프트 실력’ ‘8 항공 승무원 시스템’ ‘9 청춘남녀 소개팅 문화’ ‘10 성형수술 문화’ 이 10가지 항목 중에 마지막 열 번째가 ‘성형수술 문화’였습니다. CNN은 한국이 성형수술의 메카라고 소개하고 한국 의사들에게 불가능한 성형수술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 몽골, 중국, 일본등지에서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한국 보건복지부 의뢰로 서울대학교 연구팀의 설문조사 결과 전국 여대생의 절반이 넘는 52.5%가 성형수술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전체 82.1%가 지방흡입 등 성형수술을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왜 이렇게 한국 사회가 ‘외모지상주의’의 천국이 되었을까요?  사회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그 원인이 대중매체와 기성세대에 있다고 합니다. 대중매체와 기성세대는 외모지상주의를 강화하는 기만적 대중문화를 양산하는 공생관계에 있다고 합니다. 이런 관계에서 성을 상품화하고 나아가 상업적 이익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가해지고 있습니다. 기업체들도 신입사원을 뽑을 때 인물 위주로 뽑습니다. 그러니 취직하려면 어느 누가 얼굴을 고치지 않겠습니까? 대중문화는 그 시대의 정신과 생활유행을 반영하는데 외모와 관련해서 이런 말이 오래전부터 회자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머리 나쁜 것은 용서해도 얼굴 못생긴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비애를 느끼게 하는 말입니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 이렇게 외모 위주의 편협한 사고가 판치게 됐는지 정말 서글픈 마음뿐입니다.
이런 세성의 시류 속에서 바보처럼 밑지는 것 같은 장사를 용기 있게 한 인물을 우리는 성경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는 사도 바울입니다. 그는 빌립보서에서 “나는 나에게 유익하던 것들을 다 해로 여기고 잃어버리고 배설물처럼 여긴다.”고 고백합니다. 그도 한 때 자신의 육신을 그럴듯하게 치장하기 위해서 죽어라고 스펙을 쌓았던 사람입니다. 학벌, 출신배경, 종교적인 열심등 외적인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자신이 그럴듯한 사람인양 착각하며 살았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육체를 신뢰하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서 참 만족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자신을 찾아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리고 그를 발견하고 나서야 자신의 참 모습, 자신의 참 가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나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있는 그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기는 이유는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나를 발견하기 위해서다.’(빌립보서3:8-9)라고 고백했습니다.
세상은 있는 그대로, 내 모습 그대로 다가가면 바보 취급하지만, 예수님은 내 모습 그대로를 받아 주십니다. 세상은 조금밖에 못 배우고, 조금 못 생긴 얼굴을 용서 못하지만 그 분께 가면 모든 것이 용서됩니다. 돈 없는 것도 용서가 되고, 학벌 없는 것도 용서가 되고, 외모가 별 볼 일 없는 것도 용서가 됩니다. 그 분 안에서 우리는 십자가의 은혜로 용납 받고 용서 받은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다!’고 감탄해 마지않으십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의 참 가치를 매김 해 주시는 주님 안에서 진정한 나를 찾을 때 행복이 있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기쁨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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