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에 혹은 직장에서 생기는 갈등은 크게 해결 가능한 갈등과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는 갈등으로 나뉠 수 있다. 후자의 예로 대표적인 것이 성격이나 기질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간에 이해가 필요하고 기질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가정과 세상에서 상대방과의 성격 차이에 대해 인정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는 심각한 갈등의 구조 속으로 빠지지도 않고, 또한 많은 갈등 상황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성숙함을 갖게 될 것이다.
MBTI 성격유형검사의 4가지 선호지표 중 두 가지는 사람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태도와 관련된 것이다. 외향형과 내향형 그리고 판단형과 인식형이 그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대로 외향형은 에너지의 방향이 밖으로 향해 있기 때문에 밖에서 사람을 만날 때 에너지가 충전되며, 따라서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즐겁다. 하지만 내향형은 에너지의 방향이 안으로 향하기 때문에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거나 혼자 일하는 것이 더 편하다. 외향형은 주구장창 얘기하고 싶어하고, 내향형은 말없이 쉬고 싶어한다. 내향형은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은데 비해 외향형은 혼자 있는 것을 힘들어 한다. 외향형은 아는 사람을 만나도 좋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더 신이 나고 좋다. 반면에 내향형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편치 않고 스트레스도 받는다. 그래서 어느 모임에 가도 아는 사람이 없는지부터 살피게 되고 만약 없으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이것은 이상한 게 아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외향형과 내향형은 각 사람의 성격 차이일 뿐 우등과 열등의 개념이 아니다. 내향형의 자녀를 둔 외향형의 부모들은 요즘같이 험한 세상에 자기 자녀가 잘 살아 갈 수 있을 지, 어떻게 살아갈 지 염려하기도 한다. 그런데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의 절반은 분명 내향형일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판단형과 인식형은 우리가 어떻게 외부세계에 접근하느냐를 다룬 삶의 태도 중의 하나이다. 판단형은 무슨 일이든 결정하고 계획하며, 질서있는 삶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반면에 인식형은 융통성 있고, 적응을 잘하며, 순발력 있는 삶의 스타일을 선호한다. 판단형과 인식형은 주변 환경에 대해 반응하는 태도이기 때문에 조금만 같이 생활해보면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판단형의 책상은 언제나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다. 그래서 어디에 어떤 자료가 있는 지 잘 알고 있다. 반면에 인식형은 책상정리가 잘 안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자료를 어디에 놓았는지 기억조차 못해서 매번 찾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아주 좋아하는 미국 할머니는 셀폰 충전기가 다섯 개나 된다. 안방 침대 머리맡과 책상에 각각, 부엌과 응접실, 그리고 차에 한 개를 놓아두고 쓰고 있다. 자동차 키도 여러 개다. 찾다가 볼 일 다 보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할머니는 아예 차 키를 여러 개 만들어서 눈에 쉽게 띄는 곳에 그것도 형형색색의 줄을 길게 매달아서 놓아 둔다. 그런데도 어디를 가려고 집을 나설 때면 할머니가 남편보다 열쇠를 찾는 시간이 더 걸린다. 왜냐하면 열쇠는 많은데, 정리를 잘 안해서 열쇠를 쓰고는 다시 제자리에 놓지 않으니까 나중에 찾느라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반면에 할머니 남편은 열쇠가 하나인데도 이제껏 찾느라 고생하거나 잃어버린 적이 없다고 한다. 할머니는 인식형이고, 남편은 판단형이다. 맞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아주 잘 살고 계신다. 필자가 볼 때 두 분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성숙함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기질과 훈련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변 정리 정돈은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잃어버린 것을 찾느라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도 정리를 하는 것은 필요하다. MBTI검사 결과 자신의 성격이 인식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 아! 이제 나는 정리를 안 하고 살아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판단형은 정리 정돈이 안 되어 있는 경우에 스트레스를 받고, 인식형은 설령 주변이 정리 정돈이 안 되어 있더라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지, 인식형이면 정리를 안해도 된다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성격은 타고난 것이지만, 하나의 유형이 자신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삶’이라는 다양한 요인들 속에서 수많은 상호작용과 소통을 통해 만들어지는 일생의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콜로라도 사회복지관, C.A.R.E. Center(720-648-4771)에서 3월 20일(목)에 열리는 ‘MBTI성격유형검사 워크샵’은 자신의 이해 뿐 아니라 내 가족, 내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좀 더 성숙해 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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