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남편 앞으로 배심원 의무 편지가 날아왔다. 남편의 케이스는 지난 1997년에 11주된 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 콜로라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에드워드 몬투어가 2002년에 다시 교도소 간수를 살해한 사건이었다. 남편은 최종 선택에서 배심원으로 선발되지 않았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케이스여서 재판 결과를 지켜봤다.
몬투어는 딸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교도소 부엌에서 뾰족하게 간 숟가락으로 교도소 간수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구형받았다가 사건 당시 정신이 불안정했다는 이유로 항소해 10년이 지나 다시 법정에 섰다.
표면적인 내용으로만 보면 몬투어는 정말 인간도 아니다. 법정 기록에 따르면, 몬투어는 생후 겨우 11주된 갓난 딸 타일러를 무자비하게 폭행해 양다리를 모두 부러뜨리고 갈비뼈를 으스러뜨렸으며, 머리와 얼굴을 지속적으로 때려 결국 숨지게 했다. 몬투어는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다음해인 1998년에 딸 살해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수줍음이 많은 몬투어는 교도소에서 복역하면서 다른 제소자들로부터 끊임없이 성희롱과 놀림을 당했다. 참다 참다 못한 몬투어는 지난2002년, 부엌에서 수프용 숟가락을 몰래 훔쳐 이를 뾰족하게 간 다음 교도소 간수인 에릭 오토비(23)를 찔러 죽였다. 다시 살인 혐의로 기소된 몬투어는 사형 선고의 문턱까지 갔다가 결국 유죄 교섭을 통해 지난 주에 종신형을 선고받게 된다. 이미 딸 살해 혐의로 종신형을 살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몬투어는 살아서는 세상빛을 못보게 되는 것이 자명해졌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몬투어의 11개월된 딸이 사실은 아빠에게 맞아서 숨진 것이 아니라, 몬투어의 주장대로 그가 실수로 의자에서 떨어뜨린 충격으로 숨진 것이라는 것이다. 몬투어는 당시 의자에 앉아 아기를 어르다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실수로 아기를 떨어뜨렸고, 아기는 의자에 부딪힌 후 바닥에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엘 파소 카운티 검시관 측은 죽은 아기를 부검한 결과 그렇게 짧은 위치에서 떨어진 것 치고는 부상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며 몬투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몬투어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간수 살해 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다시 아기의 사망 원인을 조사하게 되고, 아기가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뼈가 부러지는 구루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랬기 때문에 의자에서 떨어지는 비교적 경미한 사고에도 두개골과 갈비뼈, 다리뼈가 모두 골절되는 중상을 입고 결국 내부 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다. 덴버의 의사, 병리학자 등 모든 전문가들이 타일러의 사망은 과실 치사이며, 몬투어는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무죄라고 증언했다. 끊임없이 무죄를 주장했던 몬투어의 이야기가 사실로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사랑하는 어린 딸과 지낸 시간이 불과 75일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딸의 살해자라는 주홍글씨를 얻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몬투어가 받았을 정신적인 고통은 말로 형언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 주지 않았고, 좌절과 절망, 분노 속에 몬투어는 딸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감옥 생활을 했을 것이다. 내성적이었던 몬투어를 제소자들은 끊임없이 괴롭혔고, 결국 그는 또 한번의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르게 됐다.    
그가 간수를 살해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가 처음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을 때 좀 더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여러 방면에서 무죄일 가능성을 수사했더라면, 그래서 과실치사였다는 사실을 그 당시에 알아냈더라면, 그가 간수를 살해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세상은 반전의 드라마를 끊임없이 양산해낸다. 어디 몬투어 뿐이겠는가.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인생은 반전에 반전을 연속한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사가 아닌가. 나중에 생을 마감할 때, 내가 주인공으로 치열하게 살았던 내 인생의 드라마를 되돌려보며 “참 재미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 몬투어의 케이스를 보며 착잡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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