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나영이 사건으로 국내가 떠들썩하고 여성 호신용품이 잘 팔린다는 보도가 잇따랐었고 얼마전에는 미국에서 8세 때 납치되어 강간당한 소녀가 극적으로 탈출해, 26세가 된 지금에 끈질긴 추적과 유전자 분석을 통해 범인을 찾아낸 사건이 화제가 되었었다.

성 본능이 이처럼 범죄로 비화하는 사건들이 늘면서 성(性) 혹은 남성에 대한 거부감도 확산되는 듯하다. 인류를 유지해온 측면만으로도 성(性) 본능이 사회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지만, 본능을 도덕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몇몇 사람들로 인해 나타나는 치명적 피해는 안타까울 뿐이다. 성은 생식(生殖)과 재생산(Reproduction)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동물의 대부분은 단순한 종족유지를 위해 성행위를 하지만, 인간은 마음과 마음의 교감이 이루어져야 정상적 성행위가 가능하다.

우리말에 정(情)을 통했다는 말이 있다. 마음을 주었다는 뜻이다. 마음이 없이는 성행위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인데, 성행위에 대한 가장 한국적 표현이 아닐까 싶다. 많은 성학자들은 우리 몸에서 가장 비중이 큰 생식기관은 뇌(腦)라고 말한다. 뇌에서 판단하고 느끼고 결정하고 행위에 이르며 성 반응 역시 모두 뇌에서 관여하기 때문이다. 성에 반응하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도 근본적으로 반응하는 뇌(腦)의 차이라 할 수 있다. 학자들이 밝힌 바로는, 여성은 좌뇌가 발달해 감성적이고 직관력과 판단력이 남성에 비해 매우 뛰어나다. 또, 탁월한 선택감각을 지녀 좋은 씨를 받아들이는 본능이 있다. 반면, 남성은 우뇌가 발달 돼 시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공격적, 충동적이며 투쟁을 통해 생계를 책임지려는 본능이 있다.

영국의 유전학자 앤무어(Anne Moir)는 '브레인 섹스' 라는 저서에서 일하는 뇌와 사랑하는 뇌에 남녀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필자는 오랫동안 남성과 여성의 성 상담과 관련 수술을 해오면서 느낀 바가 있다. 상대의 혈통과 성(性)에 관한 모욕은 부부 사이라도 용서가 안 되더라는 것. 한마디의 성(性)적 모욕이 이혼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보았다.

성(性)은 대화이며 마음의 교감이 있어야 한다.
억지로 강요된 대화는 고문이다. 마음에 없는 성은 부부라 할지라도 범죄에 가깝다. 부부 강간도 법정에 오르는데, 하물며 납치 강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성의 긍정적인 면만을 본다면 너무도 아름답고 숭고하기까지 하다. 어쩌면 남녀가 서로 사랑하고 재생산을 이루어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것이 삶의 의미이자 인생의 보람인지도 모른다. 반면에, 성(性)은 잔인한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도덕적으로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지 못할 땐 자신뿐 아니라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인생까지 망치는 가장 추악한 범죄가 되는 것이다.

성(性) 건강은 곧 전신 건강이다.
평소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사고를 가진 사람만이 아름다운 성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비만,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과 우울 스트레스 등 정신적 질환은 성생활에 천적이다. 허약하고 불건전한 사고를 가진 경우 아름다운 성생활을 누릴 수 없다. 신체적으로 나약한 이들의 성이 안전하게 보호되고, 건강한 남성들의 성이 건전하게 승화될 수 있는 사회기반도 함께 구축되어 내 아이와 가족이 건강한 미래만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