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무대였다. 콜로라도의 우리 한인 2세들이 얼마나 재능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놀라운 무대였다. 지난 5월31일 토요일 오후 5시에 오로라의 레인지뷰 고등학교 오디토리움에서 제5회 주간 포커스 청소년 문화축제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열정으로 가득 찬 무대에서 참가자들이 뿜어내는 재능의 향연은 관객들에게 감동의 무게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노래, 춤, 바이올린, 색소폰, 피아노… 다양한 레퍼토리의 무대는 관객들에게 풍부한 볼거리를 선사했고, 한사람, 한사람의 무대가 끝날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져나왔다.

<대회전 참가자 스케치>
리허설을 앞두고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팀은 그룹 리턴이었다. 지난해 우승팀인 리턴은 올해 축하공연을 위해 며칠 전부터 연습에 매진해왔다. 베이스의 김재환(19), 기타의 박도훈(19) 군을 주축으로 키보드 임혜경(23), 리드 보컬에 홍태권(24), 드럼에 홍창연(18)이 참가자들의 리허설에 앞서 리허설을 가졌다. 이어 속속들이 도착한 참가자들은 긴장해 딱딱하게 굳은 모습보다는 여유롭게 즐기려는 모습이 보였다. 곽수지(16) 양은 “긴장되고 설레기도 하지만, 재미있게 즐기고 싶다”고 밝혔고, 제시 킴(21) 군도 “편하게 하고 싶고, 무대를 즐기며 관객들과 교감을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들은 가족, 친구들과 유쾌하게 웃고 떠들며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열정의 본선 경연>

일단 본선 경연이 시작되자 여유로움은 순식간에 진지함으로 탈바꿈했다. 본선무대의 사회는 3회  우승팀이었던 밴드-Aid의 멤버인 정애리, 이준석, 남혜민 3명이 공동으로 맡았다. 이들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통통 튀는 젊은 감성으로 유쾌함과 재치 넘치는 진행으로 관객들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들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마음에서 노란색 의상을 입었다”고 밝혀 의젓함마저 보였다. 
본선이 시작되기 전 오프닝 무대는 최근 버클리 음대 작곡과를 졸업한 에스더 리씨와 크리스토퍼 쥬리스 씨가 장식했다. <I’ll Be seeing You>라는 제목의 감미로운 재즈곡을 에스더 리씨가 노래를, 쥬리스 씨가 기타를 연주했다. 낭만적인 분위기에 어울리는 잔잔한 재즈풍의 노래를 부른 이들의 무대는 풍부한 사운드와 수준급의 연주로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는 문화축제의 격을 느끼게 해줬다. 
본선 무대에는 총 9팀이 경합을 벌였다. 참가팀들은 춤과 노래, 악기 연주 등 다양한 재능을 자랑하며 혼신의 무대를 펼쳐 심사위원들은 마지막까지 우열을 가리느라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첫번째 참가자는 이번 대회 최연소 참가자인 이현민(10) 양이 피아노 연주로 시작됐다. 에드워드 맥도웰의 <마녀의 춤>을 연주한 이 양은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우드먼 로버츠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며, 한국에서 온지 1년도 되지 않았다. 집에 피아노가 없어 교회와 피아노 스튜디오 등지에서 연습을 했다는 이 양은 예심에서도 같은 곡을 연주했는데, 처음부터 손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연주로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두번째 참가자는 역시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출전한 곽수지(16) 양이었다. 뱅가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곽 양은 티파니의 <나 혼자서>를 불렀다. 잔잔하고 애절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세번째 참가자는 남매인 강사랑(16), 강기쁨(14)으로, 피아노로 크시코스의 우편마차, 대만 영화인 <말할 수 없는 비밀>의 OST 연탄곡, 헝가리 무곡 5번을 연결한 피아노 메들리를 연주했다. 단순히 곡 전체를 치는 것보다 세곡을 새로 편곡해 연주하는 시도가 신선했고, 코믹한 퍼포먼스 또한 훌륭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이들 남매는 현재 이글 크레스트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네번째 참가자는 작년에도 참가해 루미니어스의 <Ho Hey>를 불러 인기상을 수상한 이채린(18) 양이었다. 올해도 직접 기타를 치며 부드럽고 감성적으로 에밀리 샌드의 <Next to Me>를 불렀다. 체리 크릭 고등학교 졸업반인 이 양은 샌프란시스코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다섯번째 참가자는 3회 청소년 문화축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브라이언트 서(15) 군이 다시 출전했다. 파가니니와 함께 근대 4대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리는 스페인 출신의 파블로 데 사라사테의 <서곡과 타란텔라(Introduction and Tarantella)>를 연주했다. 6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운 서 군은 아마추어라고 할 수 없는 프로급의 연주를 선보여 관객들의 숨을 멈추게 했다. 느리고 서정적인 서곡으로 시작한 이 곡은 남부 이탈리아의 과격한 무곡 타란텔라로 바뀌면서 경쾌하고 힘찬 연주로 빠르게 연주해 일반 연주자들이 쉽게 연주할 수 없는 곡으로 알려져 있다.
여섯번째 참가자인 리 통 림(15) 양은 춤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블락 비의 <닐리리 맘보>로 신명난 춤을 선보인 림 양은 유연한 움직임에 표정연기까지 갖춰 관객들을 매료시켰지만, 큰 무대를 혼자서 장악하기에는 부족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7년전인 9살 때 말레이시아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림 양은 3년 전에 한국 친구를 통해 K-Pop을 처음 접한 후 K-Pop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밝혔다. 엑소와 아이유를 가장 좋아한다는 림 양은 현재 노스 왓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일곱번째 참가자는 제시 킴(21) 군이었다. 김 군은 현재 맨해탄 음대를 휴학 중이다. 서인영의 <헤어지자>를 부른 김 군은 까만색 의상에 까만색 모자를 갖춰입고 의자에 앉아 노래를 시작한 후 나중에 일어나서 노래를 부르며 매끄러운 무대 매너를 선보였다. 또 노래의 애절한 스토리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친구인 유재형 군과 박예진 양이 종이 봉투로 만든 가면을 쓰고 김 군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간단한 연기를 하기도 했다. 가수의 꿈을 가지고 있는 김 군은 풍부한 감성을 살려 노래해 큰 박수를 받았다.
여덟번째 참가자는 알토 색소폰 연주로 출전한 박승정(19) 군이었다. 캐년 시티에 거주하며, 현재 콜로라도 대학 볼더 캠퍼스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고 있는 박 군은 혼자서 독학했다는 색소폰을 들고 와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곡인 셀린 디옹의 <My Heart Will Go On>을 연주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연주했다는 박 군은 독학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수준급의 연주실력을 선보였다. 
마지막 참가자인 에스더 정(22) 양 역시 콜로라도 대학 볼더 캠퍼스에 재학 중이며, 본선무대에서 비욘세의 <Listen>을 불렀다. 예심에서 음역이 넓어 부르기가 까다로운 인순이의 <거위의 꿈>을 열창했던 정 양은 본선에서도 역시 <거위의 꿈> 못지 않게 어려운 곡인 <Listen>을 열정적으로 불러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심사 및 축하공연>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3팀의 축하공연이 진행됐다. 첫번째 순서는 2012년 대상 수상팀인 밴드-Aid(이준석, 김용혁, 정애리, 남혜민, 송원주, 권헨리)가 관객들의 흥을 돋구는 신나는 무대를 구성했으며 두번째 순서는 엘리트 마샬(관장 이준우)의 태권도 데모팀이 <독도는 우리땅> 음악에 맞춰 파워풀한 태권무를 선보였다. 마지막 순서는 2013년 대상 수상팀인 리턴이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주간 포커스 김현주 사장, 스카이 뮤직 스테이션 대표이자 이번 문화축제 기획자인  이재훈씨, 피아니스트 임혜란씨, 버클리 음대 출신의 에스더 리씨, 쥬빌리 어린이 합창단의 김나령 지휘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막상막하의 실력을 가진 참가자들의 우열을 가리느라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야 했다. 심사가 끝난 후 김나령 심사위원장은 “마음 같아서는 모두에게 상을 주고 싶었다. 최선을 다한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수상식>

수상식에 앞서 이재훈 심사위원은 “심사를 하는데 있어서 곡에 대한 테크닉과 노래에 대한 해석을 기준으로 했다. 무대에서 얼마나 곡을 잘 해석해 감정을 표현했는지를 보았다는 뜻이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제5회 청소년 문화축제의 영예의 대상은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브라이언 서군에게 돌아갔다. 이의 제기가 필요없을 만큼 프로 수준의 완벽한 바이올린 연주를 선보인 서 군은 대상 상금으로 2,000달러와 트로피를 받았다. 서 군은 김현주 사장으로부터 직접 상금과 트로피를 전달받은 후 “오는 6월3일에 콜로라도 스프링스 청소년 심포니의 일원으로 일본 투어를 가는데 상금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금상(상금 700달러와 트로피)에는 배우들까지 섭외해 서인영의 <헤어지자>를 열창한 제시 킴 군이 받았다. 재도전을 통해 당당하게 입상에 성공한 김 군은 울먹이며 “기말 고사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도움을 준 친구들과 저 때문에 고생한 사람들에게 감사한다”며 소감을 전했다. 은상(상금 500달러와 트로피)은 최연소 참가자로 맥도웰의 <마녀의 춤>을 피아노로 연주한 이현민양이, 동상(상금 300달러와 트로피)은 비욘세의 <Listen>을 열창한 에스더 정양이 각각 수상했다. 원래 1명이 받기로 되어 있던 인기상은 막상막하의 참가자들의 실력 때문에 김현주 사장이 개인적으로 상금을 더 출원해 1명에게 더 주기로 즉석에서 결정됐다. 인기상은 피아노로 메들리를 연주한 강사랑, 강기쁨 남매와 기타를 연주하며 에밀리 샌드의 <Next To Me>를 부른 이채린 양에게 돌아갔다.
대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본보 김현주 사장은 “올해도 많은 분들의 후원에 힘입어 이번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었다. 후원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주간 포커스 사는 재능과 끼가 넘치는 우리 청소년들이 신나게 그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이 시간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더 큰 꿈을 가지고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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