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거주 명광일씨 시 부문 당선

       한국일보사가 주최한 제35회 문예공모전 시 부문에 콜로라도주 오로라시에 거주하는 명광일(53)씨가 당선되어 화제다. 지난 9일 LA 한국일보사는 시 부문의 당선작에 명광일씨의 ‘밖, 낯선 기억의 흔적’을, 소설 부문 당선작에 윤수명(놀웍, CA)의 ‘센티멘탈 저니’, 생활수기 부문 당선작에 이걸남(라 하브라, CA)의 ‘푸른 하늘에 뜬 두 구름’이 각각 선정되었음을 공식발표했다.
이외 가작 입상은 시 부문에서 장진순(뉴욕)의 ‘비단거미’와 이희라(캐나다)의 ‘바다의 뼈’, 소설 부문에서 박장복(로스 알라미토스, CA)의 ‘문어에 대한 이중주’와 정대근(라팔마, CA)의 ‘장파리에서 생긴 일’, 생활수기 부문에서는 신행원(버지니아주)의 ‘그해 여름 먹었던 냉면 한 그릇’이 각각 차지했다. 장려상 입상은 시 부문에서 박나리(캐나다)의 ‘배영, 그 비움에 대하여’와 엄설희(버지니아주)의 ‘기지개 편 발가락’, 생활수기 부문에서 박하영(몬트로즈, CA)의 ‘암이 두고 간 선물’이 차지했다. 소설 부문에서는 장려상이 없다. 올해 문예공모 심사는 시 부문은 시인 나태주씨와 한혜영씨, 소설 부문은 소설가 윤성희씨(예심)와 은희경씨(본심), 생활수기 부문은 소설가 박경숙씨가 맡았다.
당선작으로 발표된 명광일씨의 ‘밖, 낯선 기억의 흔적’에는 명씨가 받아들인 죽음의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져 있다.
명씨는 지난 2007년 4월 중풍으로 갑작스럽게 쓰러져 중환자실에서 3주를 보내고, 42일간 입원해 있으면서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 때 명씨는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고,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받아들은 죽음을 ‘무(無)’라고 표현했다.
명씨는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오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죽음 직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의 낯설음과 외로움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시에서 명씨는 이러한 자신의 마음을 ‘수의, 환자복, 눈물’ 등으로 전하고 있다. 명씨는 이번 공모전에 순수서정시에 가까운 ‘피난민촌’, 리얼리즘에 가까운 ‘안개’, 관념주의적인 ‘밖, 낯선 기억의 흔적’ 등의 세편을 출품해 이중 ‘밖, 낯선 기억의 흔적’이 당선되었다.
명씨는 2013년 5월 재미시인협회에서 ‘모든 일련의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미국에서 처음 등단했다. 연이어 같은해 12월, 한국의 <이해조 문학상>에서 ‘밤’이라는 시로 장려상을 수상, 계간지 <인간과 문학>에서 ‘카페 쿠바’라는 시로 대상을 수상해 시인으로 당당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밤’이라는 시는 반지하 방에서 밤을 지새면서 느꼈던 자신의 감정을 엮은 것이며, 명씨가 개인적으로 가장 아낀다는 ‘카페 쿠바’는 이민자들의 삶과 애환을 그려 문인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명씨는 “평소 일기쓰는 것을 즐겨하다가, 병으로 쓰러지면서 병상일기를 적기 시작했다. 이런 병상일기가 계기가 되어 시를 본격적으로 써 보기로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이후 그는 떠오르는 시상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하루에 8시간 이상 시와 소설을 써 왔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서울 디지털 대학의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해 졸업했다. 지금은 경희대학교 사이버 대학 대학원에서 휴학 중이다. 1961년 경기도 평택 피난민촌에서 태어났다는 명씨는 1992년 12월 콜로라도주에 정착했다. 현재 그는 올 연말에 출간 예정인 소설 ‘미국 무당’을 집필 중에 있다.

<당선소감>

2007년 6월 8일이 생각납니다. 그날 퇴원의 문은 다른 세상이었죠. 제가 살던 지구는 온 간데없고 어항 속 세상만 남은 것 같았습니다. 제 눈은 금붕어였으며 물 밖의 사람들은 외계인이었습니다. 그렇게 죽음을 경험한 42일은 또 다른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제 사유의 끝은 어딘지 모르게 우주를 헤매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때 그 퇴원의 문은 겹겹이 닫혀 있어 어리둥절하지만, 이성복 시인의 표현처럼 ‘관 뚜껑을 미는 힘’으로 밀고 있는 대상이 다름 아닌 시, 라는 것에 전혀 의심할 수 없습니다. 밀 수 없을 때가 되면 1961-?, 물음표에 정확한 숫자가 생기겠지요.
돌아보니, 로키 산을 마주하며 산 지가 어언 22년이 되었습니다. 동굴 속에 들어 지낸 지도 7년이 되어갑니다. 시심은 산속에 있고, 시상은 세상을 향하고, 시감은 하늘과 땅을 오고 갑니다. 오늘 이렇게 볼품없는 초로의 시인을 불러주신 ‘미주 한국일보 문예작품 공모전’ 나태주, 한혜영 선생님 이하 모든 관계자분께 고마움 전합니다. 아울러 늘 곁에 있으며 격려를 아끼지 않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고마움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문학적 장치들로 시를 오므리고 펼칠 수 있게 해준 저의 모든 시적 대상에게 고마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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