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신고해주십시오”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언어 장벽으로 인해 불편과 부당함을 겪는 것은 흔한 일이고, 소수 인종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거나 불이익이나 피해를 입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대로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국이었으면 가만 안 있었을텐데”라고 울분에 차서 뱉는 이 한마디에 억울한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러나 미국의 정의는 꼭 백인들이나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정의를, 그래서 내가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를 찾지 못하거나 지레 포기하는 것은 결국은 내 탓이라고도 볼 수도 있다.

       아라파호 카운티가 포함된 콜로라도 18 사법지구(18th Judicial District)의 검사로 재직 중인 조지 브라클러(George Brauchler, 44) 검사는 피해를 입고도 방법을 몰라 고스란히 피해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한인 교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본지에 직접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아라파호 카운티 검사 사무실에서 만난 브라클러 검사는 “한국인을 비롯한 소수민족들은 의사소통의 부재로 경찰에 신고하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비율이 낮기 때문에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민자 인구가 많은 아라파호 카운티는 그래서 이들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 지난 10년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노인인구 역시 이들의 타겟이다. 전화를 이용한 보이스 피싱, 편지나 이메일 등을 이용한 사기 행각, 직접 찾아가서 저지르는 사기,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범죄자들이 재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이민자 가정이나 노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방법은 다양하다.
브라클러 검사는 “우리가 도와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라클러 검사에 따르면, 한인들은 피해를 입더라도 사법 기관에 되도록이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이유는 “언어가 되지 않아”가 가장 많았고, “신고해봤자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한 경험 때문에”, “안 도와줄 것 같아서”, “귀찮아서”, “보복이 두려워서”, “소문 나는 것이 싫어서”, “불체자 신분이 드러나 추방당할까봐” 등도 있었다.

      그러나 브라클러 검사는 “스스로나 가족들끼리 해결하려는 자세는 범죄자들의 불법 행위를 용인하는 것과 같다. 경찰에 범죄를 신고를 하게 되면 시민들은 경찰이 용의자를 찾아내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경찰은 이 정보를 토대로 범죄 기록 등을 분석해 용의자를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또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이 용의자는 다른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아 또다른 피해자를 양산해내게 될 것이다.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이 용의자를 도와주고,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흘려버리게 되는 것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를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신고는 커뮤니티를 위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불법 체류자 신분의 이민자들은 어떨까? 많은 불체자들은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면 경찰이 체류 신분을 이민국에 보고해 추방 절차를 밟게 되거나 추후에 골치아픈 일이 생길까봐 신분 노출이 요구되는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많다.
브라클러 검사는 “경찰은 이민국 에이전트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연방정부법에 의해, 심각한 범죄의 주요 증인이 불체자인 경우, 5년짜리 U 비자를 발급받게 해 임시 보호 조치를 취해주며, 이민국에 신고해 추방을 하는 것은 피해자가 아니라, 범죄자일 경우에만 국한된다. 브라클러 검사는 “불체자의 신분을 이용해 이민국에 신고하겠다는 협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한인 교민들이 앞으로는 추방 걱정없이 당국에 범죄를 신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브라클러 검사는 육군 변호사 출신으로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해 서울과 대구 등지에서 군 검사들의 훈련을 맡아와 한국에 대한 애정이 크다. 4자녀를 데리고 조만간 다시 한국을 찾고 싶다는 브라클러 검사는 평일에는 아라파호 카운티 검사로, 주말에는 군 변호사로, 덴버 대학에서 군법, 배심원 선택, 소송 테크널러지 등을 강의하는 교수로, 어린 4자녀의 아버지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또 브라클러 검사는 오로라 극장 총기 난사범인 제임스 홈즈 사건 담당검사 가운데 한명이기도 하다.
아라파호 검사 사무실의 전화번호는 720-874-8500으로 하면 된다. 브라클러 검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한국계 미셸 이씨는 “피해를 입으면 먼저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이다. 관할 경찰에서 사건의 성격을 보고 해당 부서로 사건을 넘기게 된다. 만약 영어가 힘들다면 한국인 통역을 요청시 언제든지 통역을 제공해주니 언어 걱정은 하지 말고 꼭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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