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여년동안 콜로라도주를 포함해 전 미국의 초관심사였던 중간선거가 지난 4일 치러졌다. 이날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수성하고 상원을 탈환하는데 성공, 2006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민주당이 양원을 장악한 이래 8년 만에 이번에는 반대로 공화당이 명실상부한 여소야대 정국 구도를 만들게 된 셈이다. 공화당은 연방 상원의 다수당이 되는데 필요한 6석에다 최소한 7석을 더 가져오면서 52석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후반 국정 장악력에 적신호가 켜졌고 급격한 레임덕 현상으로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지난 2008년과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을 밀었던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실패한 것으로 평가돼 의회 내에서 소수당으로 전락하는 동시에 선거패배 책임론 속에서 지도부 교체 등 극심한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이곳 콜로라도 또한 공화당이 선전했다. 콜로라도는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 특정당도 우세하지 않아 선거 때마다 접전이 이어지는 부동층 주, 즉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s)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이를 반영하듯 5일 아침 6시까지도 주지사가 결정되지 못했다. 잔 히큰루퍼 현 주지사는 공화당의 밥 보프레 후보와 1% 미만의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힘겨운 싸움을 벌이다 간신히 승리했다. 애초 지역 언론매체의 여론조사에서는 잔 히큰루퍼 주지사가 다소 우위를 점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밥 보프레 공화당 후보의 선전이 놀라웠다. 연방 상, 하원의원석도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올해 64세인 민주당 소속 마크 유달은 1996년 콜로라도주 하원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고, 2009년부터 지금까지 미 상원의원직을 지켜온 정치적 베테랑이다. 이에 반해 공화당 후보로 나선 코리 가드너는 콜로라도 연방 4구역 미 하원의원이었며, 이제 갓 40살이 넘은 젊은 신진세력이다. 가드너가 재선이 보장되다시피 한 안정적인 연방 하원의원직을 포기하고 상원 선거에 뛰어들었을 때, 과연 그가 노련한 정치인인 마크 유달의 상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초반부터 마크 유달과 박빙의 지지도를 보였고, 선거일 3주정도를 남기고 덴버 포스트지의 공식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한인사회에서 가장 관심을 가졌던 지역은 콜로라도주 연방 6구역 하원의원석이었다. 승리의 여신은 마이크 코프만에게 손을 내밀었다. 코프만 의원은 한국전 참전 군인 출신의 아버지와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어머니를 둔 서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코프만의 아버지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작은 상점과 냉난방 비즈니스를 운영했으며, 코프만은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미군에 입대해 군 복무 중에 검정고시 프로그램을 통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후 예비군에 편입해 콜로라도 대학 정치학 학사 과정을 마쳤다. 그리고는 다시 해군 장교로 입대해 페르시아만 걸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참전해 정계에서 2차례 참전한 유일한 정치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반해 마이크 코프만의 상대였던 앤드류 로마노프는 판검사 출신의 아버지와 사회복지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부유하게 자랐다. 유태인 출신으로 예일대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공공정책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덴버 대학 법대에 진학해 법학학위까지 받았다. 이후 콜로라도 대학 덴버 캠퍼스, 덴버 커뮤니티 칼리지, 메트로폴리탄 주립대학, 레드 락스 커뮤니티 칼리지 등에서 정부학을 가르쳤으며, 2000년부터 2008년까지 3선 의원으로, 2005년에는 콜로라도 하원 사상 최연소 하원의장으로 뽑히는 등 정치인으로서도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사뭇 다른 성장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유세를 펼쳐 왔었다.

      사실 연방 상, 하원에 당선된 공화당의 코리 가드너와 마이크 코프만 의원은 한인사회에 친숙한 인물이다. 지난 몇 개월동안 선거 관련 취재를 하면서 민주당이 한인사회에 가진 관심보다는 공화당 후보들이 한인사회에 쏟은 정성이 확실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난해부터 유독 한인사회의 행사에 얼굴을 내밀어왔던 마이크 코프만 의원은 아버지의 한국전 참전으로 인해 만들어진 출신배경부터가 한인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꼭 아버지의 이력 때문이 아니더라도 한인회, 노인회, 세월호 추모행사, 문화행사 등에 참석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특히 이민자들을 위한 법안 상정에 힘쓰면서 얼굴 한번 비치는 단발적이고 전략적 정치인과 차별화되는 꾸준한 행보로 한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번에 상원의원에 당선된 코리 가드너 역시 한인사회와의 만남에 적극 응했고, 열린 마음으로 한인사회와의 만남을 즐겼던 인물로 기억된다.
     
        하지만 민주당의 마크 유달 상원의원은 한인사회의 행사에서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으며 앤드류 로마노프 또한 선거 유세 초반에 한두차례 인터뷰에 응한 것 외에 그다지 한인 사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필자 개인 의견으로는 사실상 콜로라도 한인사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의 당선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이들의 유세전에서 쌓았던 친분을 유지하면서, 한인사회의 염원과 과제들을 이들과 함께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동시에 후보들이 가졌던 한인사회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지 않도록 우리 한인사회내의 적극적인 행보도 필요하다. 비록 한인회가 두개로 나뉘어져 있다고 해도 지금 당장 통합이 불가능하다면 각자의 위치에서 일을 분담하면 된다. 하나의 한인회는 동해병기를, 또 하나의 한인회는 위안부 문제를, 또 다른 단체는 독도를 지키는 방식은 어떨까 싶다. 이러한 현안들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친한파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이들의 힘을 이용하는 지혜가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 또한 의원들의 정책 지지를 표명한다거나 후원회를 결성하는 등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인들의 행보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줄 방안도 모색해야 할 때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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