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5살에 이민와서 미국에서 고등학교, 대학교, 석사/박사과정을 마친  전형적인 1.5세다. 또 유럽에서 3년 정도 살면서 유학생의 신분도 거쳤다. 필자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사람인지 미국사람인지 혼란스러워하며 고민한 적도 많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는 미국도 내 나라고 한국도 내나라이며, 온 세상이 내 고향이라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현재는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합창지휘과 교수, 120명 단원의 볼더 합창단(Boulder Chorale)의 예술감독, 베타니 루터란 교회의 성가대 지휘자, 2012년도에 필자가 창단한 콜로라도 바흐 앙상블(Colorado Bach Ensemble)의 예술감독 등, 4가지를 병행하며 활동하고 있다. 그중 어느 하나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으며, 이밖에도 한국에서의 강의와 책/연주악보 출판 계획 등으로 시간을 쪼개어 쓰고 있으며, 머리 속에는 항상 다른 프로젝트들을 기획하고 생각하다 보니 한 아내의 남편으로서, 또 세아이의 아버지로서 소홀해지는 부분들이 적잖이 있음을 시인한다. 그중 가장 힘들고 고민하는 부분은 아이들 양육문제이지 싶다. 왜 그럴까? 아마도 그것은 또다른 인격체인 사람을 키우기 때문이지 아닌가 싶다.  다른 일들이야 하다가 안되면 포기하거나 다른 일을 찾아 추진하면 된다. 그러나 사람을 키우는 일은 그렇지 않다. 실수가 용납이 안되는 것 같고, 또 무엇보다 잘 안된다고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글로 글을 쓰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래도 칼럼을 쓰려고 마음먹은 것은 콜로라도에서 현재 살고 있는 우리 2세들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곳으로 이민온 한인1세들이라 믿는다. 내 아이들이 귀한 만큼, 필자는 한인 2세 청소년 모두가 내 아이들처럼 소중하다. 다 우리의 아이들이라 믿는다. 이 아이들 가운데 정말 이 다음 세대를 이끌 수 있는 인물들이 나오리라 믿고 꿈꾼다. 지금 현재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오바마가 될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1960년대를 거치며 민권운동을 이끌었던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피부색이 아닌 인격에 따라 평가받는 사회를 이루고자 했던 비젼이 현실화된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앞으로 몇십년후에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Park, Lee, Kim, Choi 등 한국계 이름이 나오기를 꿈꾸며 이 글을 쓴다.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들 가운데 바이올니스트로 함께 연주하는 내 아내를 제외하고는 한인들과 작업을 하는 부분은 거의 없다. 그런데 가끔 주위에 계신 분들과 직접 얘기를 나누거나 혹 들려오는 얘기들 중 아이들 교육, 특히 음악교육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아니면 아예 잘못된 정보나 이야기들을 적지 않게 듣게되어 이렇게 칼럼을 통해 한인 커뮤니티에 다가가기로 마음먹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주변에서 어떤 아이가 아이비 리그 대학교에 입학했다는 소문이 났다 하면 그 아이 부모는 일약 그 동네 일일 명강사가 되어 버리고, 그 부모가 했던 수영팀, 병원봉사, 바이올린 선생님을 덩달아 찾아가는 한인 부모들이 적지 않게 있다는 점이다. 그런 모습이 놀랍기도 하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답답하기도 하지만, 음악을 대학교를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는 데 있어 솔직히 화도 나고, 무엇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이곳에서 교육을 받는 우리 자녀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동양인의 섬세함과 절제 위에 미국교육이 주는 자유스러움과 창의력을 더하니, 더할 나위 없는 교육환경이다. 뿐만 아니라 일단 기본적으로 한국어, 영어를 구사할 수 있고 그외에 제2외국어 한두개를 할 수 있다면 3-4개 언어는 기본이 된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이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대부분 콜로라도 한인 1세들의 삶의 영역은 이 넓은 미국, 그중 콜로라도에 있는 약 2-3만명이 모여살고있는 한인 커뮤니티라는 조그마한 버블과 같은 곳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안에서 퍼뜨려지는 나름대로의 정보와 교육방식은 너무나도 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한국의 교육방식을 대부분 모방하려는 모습들이 많은 것을 느낀다. 

    우리가 누리지 못했으니 우리 아이들은 더 잘돼서 미국상류층으로 살아가게 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어떤 부모가 가지지 않을까? 그러나 혹 우리 아이들에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도록 교육투자를 하지만 그 돈을 벌어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자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가?  또 자기가 속한 그룹에서 가장 뛰어나 리더가 되도록 가르치면서 정작 리더들을 존경하고 따를수있는 좋은 follower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얘기하는지. 좋은 대학을 들어가서 좋은 직장을 갖는 것에 대해 도와주려 하지만, 정작 이 사회를 살아가며 우리가 속한 커뮤니티와 약한자들을 위해 봉사하고 섬기려는 마음가짐은 심어주려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런 겸손한 마음으로 섬기려는 마음가짐에서 미래에 이 미국, 아니 세계를 이끌 수 있는 우리의 자녀들이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많은 대학들이 보는 것들 중, 사회 봉사활동, 운동, 음악활동 등이 포함이 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아이들이 공부만 해서 나름 똑똑한 것만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얼마나 자기 몸과 마음을 건강히 해서 나와 다른 이들과 같이 협력하여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중, 음악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미국 교육 커리큘럼 중,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에 Art 를 포함한 S.T.E.A.M (Science, Techology, Engineering, Art, Math) 커리큘럼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즉, 음악을 포함한 예술분야가 교육과정에 분명히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음악교육을 받고 특히 합창단이나, 오케스트라에 들어가 함께 음악을 만드는 앙상블의 묘미는 정말 최고이며, 평생 동안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다. 앞으로 당분간 이어질 이 칼럼을 통해 음악의 중요성 뿐만 아니라, 음악 교육에 관한 정보, 아이들과 함께 하고 볼 수 있는 음악회나 활동들도 소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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