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1명 반대로 사형면해, 피해자 가족들 강력 반발


    지난 2012년 오로라시내 한 영화관에서 총기 난사로 12명을 숨지게 한 제임스 홈스(27, 사진)가 최고형인 사형 대신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콜로라도주 아라파호카운티 배심원단은 지난 7일, 홈스에 대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지난 6월 16일 홈스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린 데 이어 사형을 선고할지, 아니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할지를 놓고 고심해왔다. 배심원단은 6일부터 이틀에 걸쳐 7시간 동안 치열한 논의를 벌였으나 결국 만장일치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양형 단계 평의에서 배심원 중 1명이라도 사형 선고에 동의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종신형을 선고한다는 콜로라도주법에 따라 홈스는 사형을 면하게 됐다. 선고 후 한 여성 배심원은 언론에 “배심원 중 1명이 사형 결정에 확고하게 반대했으며 2명은 애매한 입장이었다”며 “의견차를 좁히기가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이 배심원은 그 1명의 배심원이 의견을 굽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아마도 홈스의 정신질환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홈스의 변호인들은 재판에서 그가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주장했었다.

    판사가 이날 배심원단의 결정을 읽어나가는 동안 홈스는 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정면을 응시하며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홈스의 어머니는 남편의 어깨에 기대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사형이 아닌 종신형 결정이 내려진 데 일부 피해자 가족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 사건으로 6살 딸을 잃고 자신은 휠체어 신세가 된 애슐리 모저는 평결이 낭독되는 동안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흘렸고, 역시 딸을 잃은 샌디 필립스는 “정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홈스의 변호인들을 향해 “대량 학살자의 목숨을 구한 기분이 어떤지 궁금하다”고 비난했다. 어린 손녀를 잃은 로버트 설리번도 “사랑하는 손녀는 가버렸는데 그(홈스)는 살아서 숨을 쉰다”며 “이것은 정의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홈스를 기소한 아라파호 카운티 지방검사 조지 브로슐러도 결과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결과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존중한다”면서도 “여전히 개인적으로는 홈스에게 사형을 내리는 것이 정의라고 보지만 우리 사법체계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홈스를 1급살인 및 살인미수 등 165건의 혐의로 기소하고 사형을 구형했다. 홈스는 지난 2012년 7월 배트맨 시리즈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상영하던 오로라시내 한 영화관에서 최루탄을 던지고 총을 난사해 12명을 살해하고 70명을 다치게 했다. 당시 홈스는 머리카락을 주황색으로 염색하고 방독면을 쓰는 등 배트맨 시리즈 속 악당 ‘조커’를 흉내낸 모습으로 범행을 저질러 충격을 줬다.<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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