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들어서나 한국 TV에 간접광고가 떳떳하게 나오지, 불과 몇년전만 해도 배우들이 특정 브랜드의 옷이나 모자, 혹은 신발을 신고 나오면 편파적으로 광고를 한다며 동종 경쟁업체에서 불만을 표출하곤 했다. 한국의 광고방송을 봐도 타사 제품을 비방하기 보다는, 단순히 자사 제품이 맛있고, 신선하며, 특출나다고 광고멘트를 만든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좀 다르다. 커다랗게 나이키 마크가 그려진 티셔츠와 좋아하는 스포츠 팀 로고가 한 눈에 보이게 새겨진 모자를 자연스럽게 걸치고 방송에 나온다.  커머셜을 보더라도 진통제인 에드빌이 타이레놀보다 효과가 더 좋다며 직접적으로 광고를 하기도 하고, 페이퍼 타올 회사 또한 다른 회사들의 제품들과 대놓고 흡수력을 자랑하는 광고도 본 적이 있다.

     확실히 한국의 분위기와는 다르다. 특정 브랜드나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밀어주는 분위기 말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학교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특히 개학을 준비하면서 학용품을 살 때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특정 브랜드 제품을 요구한다. 연필이나 마커, 포스트잇, 폴더 등은 아예 회사이름을 적어 놓았을 정도이다. 물론 ‘학용품 회사와 학교 디스트릭과의 후원 관계가 연계되어 있겠지만 그래도 연필을 이 회사만 만드는 것이 아닐텐데 이렇게 많은 수요를 한업체가 책임진다면…’ 하면서 경쟁업체에 대한 걱정이 살짝 들 때가 있다. 이처럼 직접적으로 밀어주는 제품 중 가장 비중있는 것은 전자제품이다. 필자의 큰 아들인 캐빈이 초등학교 4학년 때였던 것 같다. 학교측에서 학생들에게 컴퓨터 등 테크놀리지 수업을 위해 애플사 제품들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서, 애플 제품 사용을 권고한 가정 통신문을 본 적이 있다. 물론 애플 제품은 상당히 좋다. 필자도 좋아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리고 미국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는 제품이기도 하고, 학교에서 애플 브랜드를 선호하다 보니 아이들도 자연스레 애플 제품을 구입하게 된다. 더불어 부모들도 아이들과 함께 애플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도 할 수 없이 애플사 제품을 몇 개 가지고 있다.

      이 애플사 제품 중 아이들에게 가장 친근한 제품은 단연 셀폰이다. 캐빈도 얼마전까지 애플사의 아이폰을 가지고 있었다. 2년전 약정을 하고 구입했는데, 얼마가지 않아 액정에 금이 가고 깨졌다. 그래도 바꿔주지 않고 줄창 사용할 것을 종용했다. 그래도 쓸만했다. 캐빈과 친구들은 아이폰끼리 연결되어 있는 ‘아이 메세지’로 계속 대화를 했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카톡과 비슷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캐빈의 친구들은 아이 메세지가 아니라 일반 메세지 기능으로 대화를 주고 받고 있다. 왜냐하면 캐빈이 전화기를 삼성 폰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우리는 두어달전에 전화기에 묶여있던 2년이라는 시간을 다 보내고, 새 전화기를 구입했다. 캐빈은 학교 친구들이 사용하고 있고, 그동안 손에 익었던 아이폰 최신 버전을 사고 싶어했다. 그런데 남편은 캐빈에게 갤럭시 엣지를 권했다. 처음에는 약간 망설이긴 했는데, 쿨한  디자인에 반해 금새 삼성폰을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소통 수단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삼성폰에는 자기들끼리 익숙해져 있는 아이 메세지도 없고, 기능 버튼도 낯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달쯤 지났을까, 캐빈은 학교에서 삼성폰 홍보대사가 된 듯해 보였다. 한국의 삼성폰이 넘버 원이라고 계속 말하고 다니면서, 시크한 디자인과 사진 퀄러티를 자랑한 탓에 캐빈의 친한 친구들은 부모들을 졸라서 똑같은 갤럭시 앳지를 사기에 이르렀다. 어느 날 캐빈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 에런도 나랑 똑같은 전화기 샀어”라면서 웃으면서 말을 건냈다. 에런은 캐빈과 가장 친한 친구인데, 오리지널 백인 아이다. 그 아이가 아이폰이 아닌, 삼성폰을 선택한 이유가 무척 궁금해서 물어보자 “내가 좋다고 계속 말했어”라고 답했다. 결국 둘이는 삼성폰으로 대화를 했고, 덩달아 주변 친구들도 삼성폰을 구입해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아이 메세지 기능을 버리고 일반 메세지 기능으로 캐빈과의 대화에 합류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캐빈은 한국의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다. 우리집 옆의 옆집에는 캐빈과 동갑내기인 백인 여학생이 살고 있다. 이름은 스카이이다. 한번은 스카이가 저녁시간에 우리 집에 놀러 온 적이 있다. 스카이는 부모님이 쇼핑을 가는 바람에 저녁을 아직 먹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형식상 밥을 같이 먹겠냐고 물어봤는데, 덥석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캐빈은 밥상에 있는 김과 멸치를 설명해 주었다. 스카이는 난생 처음 본 멸치에 난색을 표했지만 금새 멸치 한접시와 김 한봉지를 거의 다 먹어치웠다. 그때부터 스카이는 김을 사랑하는 아이가 되었고, 얼마전에 집앞에서 만난 스카이는 코스코에서 김을 사왔다며 자랑을 하기도 했다. 캐빈은 그날 친구에게 미국에서 즐겨 먹는 또띠아 보다도, 더 맛있게 싸먹는 한국의 김맛을 가르쳐 주었다.

    사실 필자는 캐빈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올 계획이 잡혀 있으면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끓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애들 옷에 괜히 냄새가 베어 학교에서 놀림을 받을까 싶어서였다. 그런데 캐빈은 상관없다면서, 소파에서 기다리는 친구들에 아랑곳 하지 않고 김치찌개를 기어코 먹고 놀러 나간다. 또한번은 친구들에게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갈비맛’을 자랑하기 위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한 적도 있다. 그리고 캐빈은 요즘 이승철의 노래에 빠져 있고, 한국 드라마 ‘용팔이’를 보고 있다. 어쩌면 우리 어른들이 우리 것에 자신감이 없을지도 모른다. 사실 집에서나 우리 음식이 맛있고, 우리 제품이 좋다고 말했지, 대외적으로 자신있게 말해본 적이 드물다. 오히려 한국 음식만 고집하는 사람은 촌스럽고, 서양 음식을 잘먹는 사람은 마치 돈 있고, 세련되어 보이고 자칫 교양까지 있는 사람처럼 간주할 때도 더러 있다. 그래서인지 캐빈의 당당한 “I LOVE KOREA”를 보면 기특하기도 하다. 이제 우리도 당당하게 삼성폰, LG 냉장고, 한국빵, 된장찌게 등 메이드 인 코리아의 특정제품을 꼭 찍어서 구체적으로 알려보는 건 어떨까. 우선 생활의 작은 것에서부터 코리아를 알리는 방법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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