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흉악범을 맨손으로 잡아 용감한 시민상을 수상한 한인이 있어 화제다. 지난해 6월 LA에 거주하고 있는 이모씨는 아침에 잠을 깨기 위해 담배를 피우러 집 밖으로 나갔고, 길 건너편에서 두 남자가 큰 소리로 말다툼을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흑인 노숙자가 끼어 있어서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갑자기 상대인 히스패닉계 남성이 흑인의 목을 칼로 찔렀다. 이씨는 행인인 척 뻔뻔하게 현장을 빠져나가는 남자를 향해 ‘거기 멈춰’라고 소리를 쳤다. 놈은 이씨의 말을 무시한 채 계속 걸어갔고, 이씨는 뒤를 바짝 쫓았다. 그러다 잰 걸음으로 도망가는 그 놈을 뒤에서 덮쳤고, 바닥에 넘어진 놈을 있는 힘껏 누르고 등에 올라타 앉았다. 이 광경을 본 주변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하마터면 놓칠뻔한 살인범을 덕분에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이 흘렀다. 무역업을 하는 이씨는 아시아로 출장을 떠났는데, 출장 중 여러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재판 내내 히스패닉계 그 놈이 정당방위를 주장해 이씨의 증언이 꼭 필요하다는 검찰 측 이메일이었다. 하지만 파키스탄에 체류 중인 이씨는 일정상 도저히 본재판에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본재판 당일, 망연자실 앉아 있던 검사 앞으로 이씨가 갑자기 나타났다. 그리고 이씨의 증언 덕에 범인은 22년형을 선고받았고, 이씨는 용감한 시민상을 받았다. 당시 이씨는 출장 중에도 불구하고 법정 증언을 위해 달려와 아주 짧게 “옳은 일을 하기 위해서 왔다”고 답했다고 한다.

    지난달 한국에서는 시민들이 사고로 불길에 휩싸인 10대 오토바이 운전자를 구한 일이 있었다. 치킨을 배달하는 오토바이와 승용차가 부딪힌 사고였는데, 사고 직후 오토바이에서 불이 났다. 사고 충격으로 오토바이 운전자는 의식을 잃었는데, 불길이 곧 운전자의 몸에 옮겨붙은 것이다. 이때 사고 현장 주변을 지나던 시민 3명이 불길을 뚫고 들어가 쓰러진 오토바이 운전자를 안전한 곳으로 끌어냈다. 다른 시민은 주변에서 소화기를 가져와 진압을 시도했다. 불길이 거세지자 또 다른 시민이 달려와 소화기로 불을 끄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사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병원으로 옮겼는데, 그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불은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완전히 꺼졌다. 당소방서는 화재 발생 다음날 현장 주변을 수소문하고 CCTV를 분석한 결과 용감한 시민 3명을 확인했다. 모두 젊은 30대 남성이었는데,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은 10대 청소년의 귀중한 목숨을 구했다.

    이달초에는 지하철역에서 발을 헛디뎌 선로로 추락한 60대 시각 장애인을 구한 시민도 있었다. 지하설 4호선 대공원역에서 63세 시각장애인 할머니가 발을 헛디뎌 선로로 추락한 사건이 발생했다. 할머니는 선로에 추락하면서 발을 다쳐 선로에 주저앉았는데, 전동차가 들어오는 것을 목격한 한 시민이 선로로 뛰어내렸다. 김씨는 승차장 아래 빈 공간에 들어가면 전동차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할머니를 데리고 승차장 밑으로 재빨리 대피했다. 다행히 전동차가 떠나자 승차장 아래 선로에서 그 시민은 할머니를 부축하며 나왔고, 역에서 근무하던 공익요원도 선로에 내려가 두사람을 도왔다. 그는 “겁은 좀 났지만, 들어가서 구조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필자도 이곳에서 용감하고 고마운 시민들을 만난 적이 있다. 밤새 내린 눈에 파커길이 꽁꽁 얼어붙은 날이었다. 당시 필자는 남편의 차를 운전해서 사무실로 가고 있었는데 속도를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자 차가 휙 한바퀴를 돌아서 눈쌓인 갓길에 박혔다. 다행히 부딪힌 곳도, 부서진 부분도 없었는데 차가 정지한 방향이 주행도로의 반대쪽을 보고 있었고, 갓길에는 눈이 가득 쌓여 있어 좀처럼 제방향을 찾기 힘들었다. 난생 처음 당한 일이라서 난감해 하고 있었을 때 누군가 찻창을 두드렸다. 백인 아저씨였는데, 그 아저씨는 필자의 반대 차선에서 운전하던 중 미끄러져 돌고 있는 필자의 차를 보고는 유턴까지 해서 나를 구하러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나를 안심시켰고, 뒤에서 오는 차들을 우회하게끔 밖에서 진두지휘를 해주었다. 덕분에 후진을 해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저씨는 “안다쳐서 다행이다” 라면서 가던 길을 가기 위해 또한번의 유턴을 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몇년전 필자는 피오리아와 파커에서 자동차 사고가 난 적이 있다. 필자는 정지 신호에 대기하고 있었는데, 곧 직진 신호로 바뀌었고 앞차가 먼저 출발을 했다. 그리고 필자가 출발하려고 하자 좌측 차선에서 오는 트럭이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내 차를 꽝 박았다. 차는 사거리에서 한바퀴를 돌고 필자는 잠시 정신을 잃었는데, 사방의 정지해있던 차주들이 나와 911에 신고를 해주고, 사고를 낸 트럭의 정보를 대신 일일이 적어주었다. 필자의 뒤에 정차해 있었던 차의 운전자는 의사였는데 앰블란스가 오기전까지 필자의 손을 잡고 계속 말을 시켰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경찰이 왔을 때는 앞장서서 증언을 해주었다. 그들은 남편이 도착했을 때 필자대신 다시 한번 상황을 설명해주고 나서야 자리를 떠났다. 이들은 한결같이 “누구나 같은 상황이었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들에게는 의구심을 낳게 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나와 내 것에만 집착해온 시간들이 결코 비난받을 수는 없다.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보고 외면했다고 해서 처벌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웃에 많은 슈퍼맨들이 존재했었기에 우리는 범죄와 위험으로부터 조금이나마 피해갈 수 있었으리라. 그래서 우리도 일생의 한번쯤은, 때로는 정의롭게 때로는 무모하게 어느 누군가의 슈퍼맨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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