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읽었던 노천명 시인의 수필 속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쥐는 천장을 박박 긁고 있고 나는 내 가슴을 박박 긁고 있다.” 오래 전에 읽은 글이기 때문에 줄거리는 대부분 잊혀졌지만 지금도 뭔가 속 끓는 일이 있으면 이 구절이 불현 듯 떠올라 친구처럼 내 생각을 마중합니다. 쥐가 천장 바닥을 박박 긁는 것 같이 자기 속을 스스로 들볶고 있다는 그 표현이 우리 마음의 고통과 번민, 그리고 고민 상태를 절묘하게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의 생애를 보면 다윗이나 모세가 그러하듯이,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삶속에 슬픔과 역경 등의 회오리를 일으켜 그것들을 통과시키며 인격과 생애를 다듬어 가시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그 아픔의 터널 속으로 통과시키시면서도 그 속에 함몰되어 인간의 심정까지 침체되기를 결코 바라시지 않으실거라 생각합니다. 구약 예레미야서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내가 그들의 슬픔을 돌려서 즐겁게 하며 그들을 위로하여 그들의 근심으로부터 기쁨을 얻게 할 것임이라.”(예레미아 31:13) 비록 주어진 환경은 슬픔 속에서 떠나지 못한다 할지라도 위로와 기쁨 같은 밝은 마음 상태의 은혜를 누리기 원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로 하여금 하늘을 향하여 하나님의 얼굴을 바라보는 특권을 주셨고, 이 땅에서는 믿음과 평안과 같이 아픔을 내려놓는 은혜 외에 유머라는 특별난 슬픔의 또 다른 짝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없이 고통스러운 순간 순간에도 생각을 반전시키는 유머는 울다가 웃다가 하는 인생의 높낮이를 연출하는 내 인생의 PD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요?  빈민가의 한 소녀에서 한 때 미국 토크쇼의 여왕이라 일컬음을 받았던 오프라 윈프리는 인생 역전의 비결로 유머를 꼽았습니다. 한 때 가난한 이혼녀요 몸무게가 100kg이 넘었던 그녀는 자신의 인생 성공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아마 제게 유머가 없었더라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기억하세요. 한 번 웃을 때마다 성공 확률이 조금씩 높아진다는 것을요.”

       저는 신앙의 힘으로 암울한 우리 조국의 구국 운동을 일깨운 선각자이기도 했던 월남 이상재 선생을 좋아합니다. 미국에 갔다가 무엇이 그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나 생각하다 기독교를 알게 된 이상재 선생은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세운 YMCA에서 간사 생활을 하면서 애국투쟁을 위해 국민이 기독교 신앙으로 무장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때문에 그는 일본 순사의 눈에 가시로 여겨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이상재 선생이 강연을 하는데 일본 순사와 형사들이 들어와 감시를 하자 뒷산을 보며 “개나리가 만발했군.”하셨답니다. 그 당시 한 순사의 별명은 ‘개’이고, 형사 별명은 ‘나리’였다고 합니다. 강연장에 있던 사람들이 그 때 얼마나 속이 시원했을까 상상만 해도 신이 납니다. 강연 듣느라 고생해서 왔던 사람들도 그 한마디에 최소한 본전은 찾은 기분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칠흑같이 어둡던 일제 시대에 선생의 번득이는 유머는 암울한 민중들의 가슴에 그리스도의 정신을 심는데 큰 힘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해 봅니다. 저는 가끔 하나님도 웃음을 좋아하지 않으셨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동물들 중에 우리 인간과 90%이상 유전자가 흡사한 동물이 어떤 동물인지 아십니까? 엉뚱하다 싶게도 하나님은 쥐를 선택하셨습니다. 인간과 모양이 가장 흡사한 고릴라도 아닙니다. 가장 잘 따르는 개도 아니고 하필 쥐라는 것이 하나님의 유머가 아닐까하고 한 번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마크 트웨인은 ‘천국에는 유머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고 하지요. 눈물과 슬픔, 울음, 고통이 없는 천국에선 유머가 쓸모가 없다는 생각에서 일 것입니다. 그러나 완전한 영광이 있는 그 천국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눈물을 뛰어넘는 유머로 한없이 복잡한 생각들로 무겁게 짓눌려진 마음들을 새털처럼 가볍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국민들은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레이건 대통령을 그 어떤 전직 대통령보다도 존경하고 흠모합니다. 그 이유는 웃음을 사랑하는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981년 3월 30일 존 힝클리의 저격으로 쓰러져 병원에 긴급 후송되어서도 그는 너무 놀라 사색이 되어 병원으로 달려온 부인 낸시에게 “여보, 내가 머리 숙이는 것을 깜박 잊었구려.”라고 유머 한마디로 아내를 웃게 만들 줄 아는 웃음의 사람이었습니다. “웃는 얼굴은 화살도 비켜간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웃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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