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풋볼(NFL) 덴버 브롱코스가 수퍼볼에 진출했다. 지난주 일요일, 덴버에서 열린 아메리칸 컨퍼런스(AFC) 챔피언십에서 브롱코스는 지난 시즌 챔피언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20-18로 물리쳤다. 이날 경기는 NFL을 대표하는 두 스타 쿼터백 페이튼 매닝과 톰 브래디의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두 선수는 지난 2001년 이후 16차례 맞대결을 펼쳤는데 이전까지는 브래디가 11승 5패로 앞섰다. 하지만 이날은 매닝이 판정승을 거두면서 플레이오프 상대전적도 3승2패로 우위에 섰다. 한편, 내셔널 컨퍼런스(NFC) 챔피언십에서는 캐롤라이나 팬더스가 애리조나 카디널스를 49-15로 대파하고 2004년에 이어 팀 창단 두번째로 수퍼볼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결국 50주년 수퍼볼은 덴버 브롱코스와 캐롤라이나 팬더스가 주인공이 되었다. 20세기 최강국 미국을 상징하는 아이콘은 풋볼이다. 풋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풋볼이 미국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과소평가할 수도 있다. 힘으로 전진해서 누가 땅을 많이 따먹느냐하는 기본 게임내용이 자칫 단순무식하게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풋볼은 미국의 힘, 특히 전쟁시 미국의 국력을 키워준 요인이었고, 실제 풋볼에서 사용하는 Defense, bomb blitz, sweep, field general 등 많은 단어들은 2차 세계대전 때 사용되었던 전쟁용어들이다. 미국인들은 이 풋볼이야말로 후퇴없이 끝없이 전진하는 개척정신이 담긴 스포츠라고 여긴다.

      여하튼 풋볼은 미국에서는 상징적이다. 특히 남자 아이들은 초등학교만 입학해도 풋볼이 생활이 된다. 그래서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은 풋볼 게임의 자세한 규칙에 대해 배우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동네 아이들과 틈만 나면 풋볼을 하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단합대회, 치어리더, 홈커밍 게임 등 모든 행사들이 풋볼과 관련되어 있을 정도이다. 때문에 미국에서 풋볼은 종교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경기 기간 동안에는 자동차에 응원팀의 깃발을 달거나, 일주일 내내 유니폼을 입고 출근을 하는 사람도 있다. 원정 경기가 있는 날은 경기가 열리는 도시까지 비행기를 타고 원정 응원을 가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프로 풋볼 결승경기인 수퍼볼 저녁은 미국 전역이 멈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퍼볼은 1억5천만 명의 시청자들을 TV 앞에 묶어두는 미국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이다. 시청률이 80%가 넘는다. 올해 광고 단가는 30초당 500만 달러나 된다고 한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광고의 30초당 59만 달러, 월드시리즈와 미국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의 52만 달러보다 9배 가까이 비싸다. 하지만 그런 천문학적인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퍼볼 광고는 불티나게 팔렸다. 마케팅 효과가 크기 때문에 기업들은 가격에 상관없이 수퍼볼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중계를 맡은 CBS는 올해 수퍼볼 광고가 지난해 11월 이미 완판됐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LG 등 3개사가 수퍼볼에 참여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엔 불참했지만 올해 다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7년 연속 수퍼볼 광고에 참여하는 기아자동차는 유명 영화배우 크리스토퍼 월켄이 출연하는 60초짜리 광고 1편을 내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 처음 수퍼볼과 함께 하는 LG는 할리우드 스타 리암 니슨을 모델로 내세워 60초짜리 최신형 TV를 선전하는 광고를 제작했다. LG의 광고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마션’의 메가폰을 잡았던 명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하고 아들 제이크 스콧이 연출을 맡아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제과회사 프리토레이는 10년째 자사의 과자 도리토스의 광고 공모전을 진행하고 수상작을 그대로 수퍼볼 광고로 내보내고 있는데, 이처럼 수퍼볼은 광고부문에서도 세계적인 기업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광고뿐 아니라 관람 티켓가격도 어마어마하다. 평균 금액이 한장당 5천불이 넘는다는 공식 발표가 났지만, 사실 괜찮은 좌석은 수만 달러를 웃돈다.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표 값도 천정부지로 뛰었고, 숙박시설도 동이 나서 집 뒷뜰 나무위에 있는 오두막까지도 하룻밤에 500달러에 렌트를 내 놓을 지경이다.  
 
       이처럼 미국인에게 풋볼은 다른 스포츠화는 달리 스포츠 경기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실 필자는 풋볼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영어시간에 풋볼(Football)과 축구(Soccer)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선생님 또한 풋볼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덴버에 살면서부터 풋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경기규칙조차 몰랐지만 브롱코스에 대한 콜로라도인들의 열광과 지극한 사랑의 이유가 궁금해졌다. 일종의 지역 소속감으로 시작된 관심이었다. 그러다 차츰 풋볼을 보는 동안 여느 미국인들처럼 피자와 치킨, 맥주를 마시기 시작하더니, 스포츠 용품 전문매장에 걸려있는 페이튼 매닝의 티셔츠와 브롱코스의 마크가 찍힌 주황색 모자에도 손이 가기 시작했다. 급기야 우리 네식구는 벌써 4년째 매년 풋볼 경기장을 찾기에 이르렀다. 주변 사람들도 시즌만 시작되면 브롱코스에 푹 빠진다. 마치 한국 축구 대표팀이 출전한 월드컵 경기때처럼, 때론 가족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때처럼 말이다. 브롱코스가 패하기라도 하면 안타까워하면서 경기 당시의 실수와 미비했던 전략을 몇날 며칠을 곱씹으며 왠지 모를 동질감에도 휩싸인다. 모국을 떠나 뿌리가 필요했던 우리들에게 풋볼이 마치 공통분모를 만들어주는 느낌이다. 우린 스포츠의 힘을 이미 알고 있다. 스포츠가 감동스러운 이유는 하나의 목표를 가진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민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덴버광역한인회에서 ‘우리교민 족구대회’를 한다는 소식이 들려 반갑다. 올해로 50회째를 맞는 수퍼볼은 오는 2월 7일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홈구장인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리바이스 스테디움에서 열린다. 덴버는 2년 만에, 캐롤라이나는 12년 만에 슈퍼볼 무대에 서는 것이다.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퍼볼에 우리 덴버가 주인공이라는 것도 자랑스럽다. 세기의 쿼터백인 패이튼 매닝의 마지막 경기가 될 지도 모를 이번 수퍼볼을 지인들과 함께 즐기는 것도 또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덴버 화이팅을 외치며, Go Broncos!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