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동안 미주내 초미의 관심사는 애플과 FBI의 대결구도였다. 테러범의 아이폰에 담긴 내용을 연방수사국(FBI)이 볼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법원의 명령을 애플이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FBI는 지난 2015년 12월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에서 총기를 난사해 14명을 살해한 무슬림 부부의 아이폰 교신 내용을 파악하려 했지만, 잠금장치를 풀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아이폰 암호는 알파벳과 숫자가 포함된 6자리 조합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런 조합을 모두 시도해 비밀번호 잠금을 풀려면 최장 144년까지 걸린다. 또 개인 설정에 따라 비밀번호를 10회 이상 잘못 입력하면 기기에 들어 있는 모든 자료가 자동 삭제될 수도 있어 섣불리 암호를 입력하기도 어렵다. 결국 FBI는 법원 명령을 통해 애플의 수사 협조를 이끌어내기로 결심했고, 이에 따라 지난 16일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법은 “아이폰의 잠금장치 해제 기술을 FBI에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팀 쿡 애플 CEO는 “백도어(잠금장치를 여는 시스템)는 수십년간 구축해온 애플의 보안 체계를 무너뜨린다. 우리는 고객의 보안이 최우선이다. 따라서 법원 명령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즉 애플의 입장에서는 FBI 요구를 들어준다면, 은행과 가게, 가정집 등에 채워진 수많은 열쇠를 풀 수 있는 마스터 키를 만들어주는 셈이라고 믿는다. 그리고는 ‘고객의 보안을 위협할 수 없다’는 원칙론을 내세우면서 법원 명령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애플은 이번 사태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끝까지 보호한다는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공고함과 동시에 FBI도 쉽사리 풀 수 없는 단단한 보안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은연 중 함께 과시하고 있다. 거절을 하면 할수록 아이폰의 가치가 상승한다는 전략적 마케팅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애플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세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끝까지 암호해제를 거부하다 법의 철퇴를 맞거나, 두번째는 대중들이 모르게 비밀리에 암호해제 방법을 FBI에 넘기거나, 세번째는 적절한 시기에 정부의 명령에 동의하는 것쯤으로 계산된다.  이 현안에 대한 의견도 갖가지다. 지난 월요일 한 서베이 회사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51%가 애플이 테러범 아이폰의 잠금장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데 손을 들었다. 일반인들에 대한 정보유출의 가능성도 있지만 범죄자 특히 테러범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애플사가 협조를 해야한다는 얘기다. 물론 나머지 절반 가까운 49%는 테러범이라도 프라이버시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했다. 뉴욕타임스는 ‘수사협조 명령에 도전한 애플의 결정이 옳은 이유’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애플에게 불합리한 부담을 준다”며 애플 측을 지지했다. 백도어 의무화 입법 움직임에 대해서도 “큰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범죄자나 국내외 정보기관이 이런 기능을 악용해 대규모 감시를 자행해 기밀을 빼낼 것이고, 개인과 민간기업 뿐 아니라 정부의 안보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플 CEO 팀 쿡의 노골적인 저항은 심각한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쿡은 법원 명령에 따르는 것이 모든 아이폰에 백도어를 만드는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FBI가 하려는 것은 특정 아이폰의 잠금만을 해제하는 일이다”며 “해당 소프트웨어를 추가로 사용하려면 법원 명령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정보 당국이 IT기업의 암호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페이스북 최고 경영자인 마이크 저커버그는 총격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건과 관련해 애플의 입장에 동조한다고 밝혔다. 그는 잠금장치를 풀어 휴대폰에 저장된 내용을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 안보를 증진시킨다거나 그런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적으로 애플사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정부는 범죄중단, 테러 위협 조사들을 할 수 있는데 이는 정보에 접근해야만 비로소 가능하다”며 애플의 입장에 반대를 표명했다. 이처럼 한쪽에서는 예외없는 ‘절대적 보호’를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테러 등 국가안보나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라면 ‘제한적 보호’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애플이 이번 법원 판결을 수긍하지 않을 경우 사법 처리를 받게 된다. 법정 공방은 항소법원과 대법원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다. 이런 갑론을박의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의회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방상하원 정보위 소속 의원들이 “이런 일은 업계나 법원이 아니라 의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개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보위 소속 의원들답게 수사기관의 요구가 있을 경우 각종 디지털 기기의 암호 해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로 ‘국가권력’과 ‘국민권리’의 대결구도로 보여진다.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은 애플의 과감한 결단에 박수를 보냈고 미정부의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기업이윤’과 ‘국가안전’의 대립이 아닐까 싶다. 물론 기업의 이익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안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만약 세월호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의 정보와 자료가 포함되어 있는 삼성 갤럭시 폰의 잠금을 해제해 달라고 삼성전자에게 요청했을 때, 프라이버시 때문에 풀어줄 수 없다고 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응은 어떻까. 혹은 9.11 테러로 인해 사망한 피해자 가족들이 그 테러범의 전화기나 컴퓨터 시스템 해제를 요청한다면 통신사에서 무조건적인 반대만 할 수 있을까? 물론 애플의 입장에서는 이번 테러범 아이폰의 잠금해제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희대의 범죄자들 혹은 더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 프라이버시를 운운하는 이유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계속해서 잠금해제를 거부하다 그들 범인들과 연계된 테러가 또다시 일어난다면, 애플의 선택은 기업이익을 위한 단순 변명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샌버너디노의 사건은 미국 땅에서, 미국 시민에 의해, 미국 시민에게 가해진 중대한 테러 사건이다. 프라이버시도 중요하지만 내 가족이 그 피해자이고,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간주한다면 애플은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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