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덴버에서 골프대회, 노인잔치, 연말파티, 가수초청공연, 창간기념식, 청소년위원회 발족, 문화센터 오픈식 등 여러 행사를 준비해봤다. 간단한 행사라고 해도 준비를 하려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준비를 할 때마다‘괜한 일을 시작했나 보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 청소년 음악회는 달랐다. 특별히 포커스 신문사에서 준비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포스터와 브로셔를 제작하고, 연습중인 아이들에게 피자를 배달해 준 것밖에는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행사는 노인잔치였던 것 같다. 밤12시가 넘어서까지 파전을 붙였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행사장으로 달려가 테이블마다 젓가락, 숟가락, 냅킨을 챙기면서 지쳤던 때가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이번 행사는 작은 하늘 뮤직 스튜디오에서 알아서 일을 착착 진행했기 때문에 신문사의 입장에서는 참 수월한 행사였다.

연주자들이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공연 전날 리허설을 할 때 참관을 하면서 내심 너무 놀랐다. 휘황찬란하게 돌아가는 조명과 스피커 스시템, 준비된 악기들을 보면서 마치 한국의 가요 프로그램의 제작 세트장에 온 것 같은 분위기였다. 완벽하게 준비를 끝내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특히 출연진들이 선생님들의 지시에 따라 사운드 시스템을 점검하고, 박자를 맞추고, 연주곡을 다시 점검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프로였다.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갑자기 문화센터가 공연장으로 조금 협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한국의 소극장 분위기를 물씬 풍길 수 있어 좋다는 주위의 말에 걱정을 덜었다.

공연 30분전, 주차장을 내려다 보면서 긴장을 하긴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까, 아니면 날씨가 추워져서 안 오는 것은 아닐까 등 별별 생각을 다했다. 그리고 공연 10분전에는 아예 주차장 방향으로 머리를 돌려보지도 않았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 동안 연습했던 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연주하는 것 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소 긴장을 한 탓인지 물을 한잔 들이키고 공연장으로 내려갔다. 첫 곡을 연주하기 전에 필자의 인사말 코너가 마련됐다. 주변의 불이 꺼짐과 동시에 인사말을 하기 위해 무대 중앙에 섰다. 어렴풋한 불빛 사이로 입구까지 꽉 찬 관객들이 보였다.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졌다.

손자, 손녀들을 보러 온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좌석을 양보하고, 젊은 층은 아예 입석을 자처해 서서 박수를 치거나 소리를 지르면서 공연장내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청소년 음악회라고 하면 모두 클래식을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음악회의 컨셉은‘Rock concert’였다. 헤비메탈 말이다. 부모님들이 시끄럽다고 질색을 하는 그‘락’이었다. 이번 음악회는 시끄럽다고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던 부모들을 신이 나서 박수를 치게 만들었다. 자녀들이 드럼을 치고, 기타를 치고, 키보드를 연주하고,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들은 자신들이 몰랐던 자녀들의 능력을 발견했고, 자녀들에 열광하는 관객들을 보면서 감격스러워했다. 이 날은 부모들은 알려고 하지 않았던, 낯선 음악 세계에 있는 자녀들을 새롭게 만난 날이기도 하다. 느슨해진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단단히 새겨보는 날이기도 했다.

사실 필자는 이번 음악회를 통해 작은 하늘 음악학원에 놀랐다. 자체적으로 모든 공연 시스템 준비를 마치고, 행사를 소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역량에 놀랐다. 이번 음악회가 다른 행사들과 다른 점은 후원을 받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행사할 때마다 후원을 강요하는 곳이 더러 있다. 특히 신문사에서 이런 강요를 할 때면 강요를 받은 사람들은 참 난감하다. 청소년을 위한 장학금, 독거 노인 돕기, 불우이웃돕기 등의 명목도 아니면서 무엇을 위해 이런 불경기에 자기 행사에 돈을 내도록 종용하는지 모를 일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 일수록 행사를 주관하는 측에서 먼저 분위기를 살펴야 하는 것이 커뮤니티에 대한 예의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행사를 준비한 작은 하늘은 참으로 똑 소리 나는 행사를 치른 셈이다.

아무런 대가없이 이번 청소년 음악회를 열심히 준비해준 작은 하늘 뮤직스튜디오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즐겁게 연습해준 우리 학생들과 작은 하늘팀 강사진들, 아이들을 믿고 후원해준 부모님들, 그리고 시끄러운 악기 소리에도 불평 없이 협조해준 가동빌딩 식구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 이들 모두가 콜로라도 청소년 음악회를 해피 엔딩으로 이끈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이들로 인해 콜로라도의 청소년 문화가 한걸음 더 발전한 느낌이다. 앞으로 주간 포커스 신문사는 부모와 함께 하는 청소년 문화 축제를 꾸준히 기획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조언을 기다리고 있다.


<편집국장 김현주>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