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인사회에 흐뭇한 일들이 많아서 활기가 돈다. 우선 지난주 오로라의 한 공립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태권도 졸업식은 한국을 알리는 차원의 단순한 의미보다 더 뜻깊은 행사였다. 캐슬락에 본원을 두고 있는 한리 태권도의 이한원 관장은 지난 한학기 동안 일주일에 두번씩 초등학교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태권도를 가르쳐왔다. 이 관장이 지도한 이 초등학교는 학생들 대부분이 저소득층 가정 출신이어서, 방과후에 학원을 다닌다거나 과외비를 들여 다른 과외수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지 못한 곳이었다. 부모들은 먹고 살기 바빠서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없고, 그래서 아이들은 다른 학군의 아이들보다 자신감이 월등히 떨어져 있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태권도 졸업식에는 평소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별관심이 없던 학부모들이 150여명이나 참석했다.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학교측에서 아침을 제공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집에서 태권도 자랑을 이만저만한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태권도 수료식장에 모인 3학년 학생 80여명은 이 관장의 구호에 맞춰 절도있는 모습으로 한학기 동안 배운 태권도 동작을 부모님 앞에서 시범을 보였다. 한국말로 붙혀진 구호 ‘차렷, 경례, 바로’를 따라 하면서, 기가 바짝 든 상태로 품새를 선보이다가, 차렷 자세로 제자리에 반듯하게 앉아있는 모습 하나하나가 학부모들에게 가슴벅찬 뭉클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늘 풀죽어 지내고, 학교 생활에 의욕이 없던 아이들이 태권도를 배움으로써 교사의 말씀에 경청하고, 순종하며, 질서를 배우고, 리더십을 함양할 수 있는 자세를 배웠다는 것에 학부모들은 감동했다. 그리고 학부모들은 이러한 감동을 선사해준 이한원 관장에게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한원 관장은 몇년전부터 가정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은 학교와 학군을 대상으로 태권도를 가르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왔다. 그러다 본인 태권도장에 다니는 학생의 아버지가 교감으로 있는 학교를 알게 되면서 이 관장의 오랜 숙원의 길이 일사천리로 풀리기 시작했다. 그는 앞으로 5년 더 3학년 학생을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된다면 이 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게 된다. 참으로 대단한 계획이 아닐 수 없다. 이날 졸업식장에 모인 교장과 교감, 교사와 학부모들은 주간 포커스 신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한원 관장이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쳐준 것에 대해 ‘행운’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한편 이한원 관장은 이날 졸업식을 통해 학생들에게 도복 100여벌을 무료로 선사했다. 또 학교측은 이날을 아예 한국의 날로 정해서 오전에는 태권도 수업 수료식을, 오후에는 각 반에서 한국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별도로 가졌다. 이 관장은 태권도를 통해 미국의 가난한 초등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고, 함께 격파시범을 보이면서 부모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이는 분명 대한민국의 홍보대사도, 이곳의 한인회장도 하기 힘든 일임이 분명하기에 칭찬받아 마땅하다. 또다른 사례는 지난 주말에 있었던 족구대회에 관한 것이다. 지난 토요일에 콜로라도주 연합한인회가 주최한 제1회 우리교민 건강 족구대회가 열렸다. 이는 덴버광역한인회가 단체명을 연합한인회로 변경하면서 열린 공식적인 첫 행사이기도 했다. 모두 9팀이 출전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유타공원을 찾았다. 역시 스포츠의 힘은 대단했다. 일단 주차할 곳이 없어 도로변에 있는 잔디밭에 간신히 주차를 해야 할 정도로 참석율이 높았다. 족구는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씩은 경험을 해보는 종목인데다, 점심시간이든 휴식시간이든 짬만 나면 어디에서나 즐겨온 생활체육의 한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첫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몸놀림은 능숙해보였다. 몇몇 팀은 유니폼까지 맞춰 입어 눈에 띄는 단결의 의지를 보여주는가 하면, 응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족구대회장을 더욱 흥겹게 만들었다. 첫대회의 우승은 덴버목회연구원팀이 차지했다. 더 훈훈한 것은 우승팀이 우승상금 1000달러중 700달러를 지진피해를 입은 에콰도르 성금으로 보내기로 선뜻 결정을 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팀 역시 시상식장에서 상금 전액을 연합한인회에 기부하면서 앞으로도 뜻깊은 한인행사를 이어가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동안 필자는 덴버에서 매년 브롱코스와 너겟츠를 응원하면서 한인사회에도 응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어주기를 간절히 기대해왔다. 그런데 이번 족구대회를 보면서 그 바램이 절반은 이루어진 것 같아 뿌듯했다. 결과에 관계없이 열심히 뛴 선수들, 정정당당한 경기 진행을 위해 최선을 다한 주최측 준비위원들, 사심없이 응원나온 가족들을 보면서 앞으로 동포사회가 화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보았다. 단순히 웃기만 하는 오락 프로그램에서조차도 팀 단위로 미션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볼 때면 감동스러운데, 실제 팀들이 우승이라는 한 목적을 향해 달리는 모습은 더욱 감동스러웠다.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민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각 단체들에게도 다양한 체육대회 개최를 강력히 추천한다. 비록 작은 규모의 대회일지라도 스포츠는 모두가 하나되는 공통 분모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될테니 말이다. 콜로라도주 연합한인회는 이번 족구대회를 개최해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바탕으로 교민들의 화합을 이끌어냈다. 지금까지 개인적인 감정 싸움에 매달려 있었던 한인회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이 또한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앞으로 이러한 행사가 계속 이어져, 콜로라도 교민 모두가 참여하고 하나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지난 수개월동안 한인사회를 뒤돌아 보면 트집거리도 되지 않는 것들을 찾아서 고의적으로 시비를 걸거나 혹은 질투하면서, 내 눈의 들보는 보지 않고 남의 눈의 티끌만 찾아내려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태권도 졸업식장에서, 교민 족구 경기장에서는 어떻게든 지적질만 하려는 사람들이 모두 부질없어 보인다. 마치 대의를 이끌어가는데 발바닥에 낀 미세한 먼지알갱이처럼 말이다.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면 곳곳에 우리 삶의 후원자들이 숨어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하다 보면 계속하게 된다”고 말이다. 우리는 이들이 계속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한다. 이제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신명나는 한인사회를 만들어가는데 동참하길 바란다. 동참하다 보면 우리 스스로도 언젠가는 한인사회의 자랑스런 구성원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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