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사회에는 여러 종류의‘벌레’들이 들끓고 있다. SNS, 즉 인터넷 공간에서 멀쩡한 단어에 벌레라는 의미의 ‘충(蟲)’을 붙여 대상에 대한 혐오를 드러낸 신조어가 판을 치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접미어로 붙은 ‘충’은 대부분 대상에 대한 비하와 경멸의 의미로 쓰인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맘충> 소리 듣는 한국에서는 결혼하고 육아하고 싶지 않다”, “이젠 지나가는 <한남충>이 날 죽일지 안 죽일지 걱정해야 한다니.” 맘충은 ‘자신의 아이만 아는 몰지각한 엄마’를, 한남충은 ‘가부장적이고 여성을 배려할 줄 모르는 한국 남성’을 뜻한다. ‘충’이란 단어의 시작은 ‘일베충’이었다. 극우성향 인터넷 사이트인 ‘일간베스트’ 회원을 일컫는 이 단어는 일베 회원들에 대한 비하를 담아 쓰인다. 일베충은 2011년 하반기에 처음 등장해 현재까지 총 85만여회가 언급됐다. 올해만 벌써 15만회를 넘겼다. 그만큼 일베의 존재에 반감을 갖는 이가 늘고 있다는 증거이다. ‘한국남자’와 ‘벌레’가 합쳐진 신조어 ‘한남충’도 같은 기간 25만회나 등장했다고 한다. ‘충’이 붙는 대상은 대부분 여성, 노인, 유족 등 약자다. 이처럼 한국사회의 인터넷 공간에서는 약자보다 조금이라도 우위에 있다는 이유로 아무런 죄의식 없이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혹은 차별 발언을 내뱉는 일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런 사태의 배경에는 극심한 경쟁이라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부터 비롯되었다. 경쟁이 장기화되고 서열의식이 굳어지면서, 본인의 삶보다 못한 사람을 멸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벌레의 의미인 ‘충’의 무분별한 언급은 법적 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다. 실제로 서울북부지법은 지난달 중순경 인터넷 게시판 글쓴이에게 “일베충 맞네”라고 댓글을 단 회사원 김모씨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50만원을 선고유예했다. 당시 법원은 “벌레라는 뜻의 ‘충’은 부정적 의미가 강하며, 일베 회원에게 일베충이라 지칭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판시했다. 물론 현재까지 일베충 외에는 모욕이나 명예훼손 처벌 사례는 없다. 그러나 늘어가는 ‘충’ 언급량을 볼 때 처벌 사례도 폭증할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하고 있다. 그간 한국 사회는 여성에게 김치녀, 된장녀와 같이‘○○녀’란 딱지를 붙여왔는데 이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이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와 반대급부로 남성들을 지칭한 ‘한남충’은 애초에는 스스로 불편함을 느끼고 자중하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에게 벌레라고 지칭하며 누가 더 많이 혐오스런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가를 겨루는 모습이다. 이같은 모모’충’의 폭발적 증가는 사회적 병리현상에 해당된다. 초중고 학생은 급식을 먹는다는 이유로 ‘급식충’, 매사 진지하게 설명하려 든다는 이유로 ‘설명충’이라는 단어도 생겼다. 노인을 비하하는 ‘틀니충’이란 말도 생겼다. SNS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혹은 줄여서 ‘SNS’라고 부르며, 인터넷에서 개인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하고, 의사소통을 도와주는 1인 미디어, 1인 커뮤니티라 할 수 있다. 또, 온라인상에서 불특정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서비스로 이용자들은 SNS를 통해 인맥을 새롭게 쌓거나, 기존 인맥과의 관계를 강화시킬 수도 있다.  사실 SNS의 등장은 우리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눈을 뜨면 먼저 페이스북에 들어가 친구들의 소식을 체크하고 그들에게 ‘좋아요’를 눌러주는 것과 같은 일상생활의 변화부터 거대 언론과 기존 권력집단이 가졌던 정보의 분산으로 인한 정보 유통구조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SNS가 불러온 변화의 물결은 사회 전반에 걸쳐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제 정보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있어 SNS는 불가분의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댓글의 영향력도 사회에서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심지어 한국의 주요 방송사들은 뉴스 방송동안 아예 댓글에 의존하는 코너까지 생겼고, 댓글이 달린 횟수나 내용에 따라 기사의 중요도를 파악하기까지 이르렀다. 많은 이들은 SNS가 이룩한 업적을 연일 성토하고 그것을 칭송한다. 물론 그 일련의 변화들은 매우 혁신적이었고 가시적이었기에 필자 역시 SNS가 끼친 긍정적 영향을 인정한다. 그러나 SNS가 이룩한 금자탑은 부실한 토대위에 올려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상누각과도 같다. 이미 곳곳에서 붕괴의 징후가 보인다.

       사실 SNS가 정보 유통구조의 변화를 가져와 모두가 정보 생산자가 되었다는 말은 허울 좋은 포장에 불과하다. 실상 SNS상에서 정보 생산자는 일부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그 정보를 무작정 수용하고 있다. 정보가 필터링 없이 공유되어 유언비어가 쉽게 전파되기도 하고, 사실관계 확인없이 빠르게 퍼져나가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기도 한다. 그곳에는 칭찬보다는 무시하는 풍조가 만연해있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는 관심없고 오직 ‘나’만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포커스 신문사가 7년 전 웹사이트를 오픈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자유게시판이었다. 지금까지 덴버에서 두어개의 웹사이트가 운영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개인적 비방과 근거 없는 소문을 악이용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용자가 주춤했던 포커스 홈페이지가 요즘 부쩍 접속량이 많아져 활기찬 모습이다. 얼마 전 포커스 웹사이트에는 몇 개의 업체와 개인을 비방하는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욕설을 적은 것이 아니었으며, 개념 없는 인신공격도 아니었고, 대체적으로 글을 올린 사람들은 조목조목 자세하게 제법 사실적으로 묘사를 해놓았다. 무조건 비방하는 글과는 성격이 달라 보여 삭제하지 못했다. 독자들 또한 포커스 웹사이트를 함께 만드는 제작자이고, 이들의 이유 있는 불평은 한인사회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 글에도 인격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포커스 신문사의 인터넷 자유 게시판 뿐만아니라 세계의 모든 SNS는 나쁜 것만을 지적하는 공간이 아니라 좋은 것도 아낌없이 칭찬하는 훈훈한 사랑방의 역할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테크놀러지와는 달리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문화는 느리게 만들어진다. 비록 배타적인 이민 사회지만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교육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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