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첫딸이 얼마전 세상에 태어났다. 아내가 이틀정도 집에서 진통을 했고, 병원에서 12시간 입원 후 에피듀럴 주사와 촉진제 소량을 맞고 분만을 시작해 아이를 순산하였다. 아이의 탯줄을 직접 자르고 얼굴을 보는 순간,  내 얼굴과 똑같은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기쁨은 이루 표현하기 힘들다. 한국에 있는 아버지께서 아이 이름을 ‘성주’라고 지어주셨다. ‘비단을 짜는 여인’이라는 의미이다. 지혜롭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장해 가라는 뜻이라 말씀하셨다. 아이가 미국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자랄 것으로 생각해 아내와 함께 ‘신의 선물’이란 뜻으로 ‘매디슨(Madison)’이란 영어 이름도 지어줬다. 예전에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 분들의 경험과 조언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 조금은 알 듯하다. 지난 독립기념일에 남들은 불꽃놀이를 하며 축제를 즐기고 있을 때, 열이 펄펄 끓는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로 향하는데 이제 나도 부모가 되었구나 싶었다. 태어난 지 3일된 아이가 밤마다 심하게 울어서 날씨가 너무 더워 그러려니 했다. 열이 있나 자주 온도계로 확인했었고 심하게 높지는 않아 괜찮겠거니 했는데, 갑자기 100도가 넘어 아직 몸조리 중인 아내와 함께 부랴부랴 응급실을 가게 된 것이다. 모유수유를 원하는 아내가 아이가 태어나고 며칠간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아 아이가 소변을 자주 보지 못한 탓에 감염되어 열이 오른 것으로 의사가 진단했다. 이제는 모유도 잘 나오고 무명의 어머니들이 기부한 모유를 병원에서 주어 아이는 안정을 되찾았다. 이렇다 보니 이번주 신문마감을 하면서 기사의 질이 떨어지고 오타가 많아 국장님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기사를 작성하는데 내용이 산으로 가고 기사의 핵심을 놓치고 있었다. 취재 현장에서 고객들을 만나는데 예전처럼 친절하거나 집중하기도 힘들었고,  오고가는 길에 졸음운전을 하기 일쑤였다. 일주일 넘게 밤을 새며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해 그렇다. 아내에게 일 마치자 마자 병원으로 가겠다고 했는데, 너무 피곤해 집에서 잠을 잔 후 밤늦게 가는 바람에 아내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그래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생각하며, 졸음도 참고 회사에서 일하며, 남편과 아빠로서 본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잠든 아이를 바라보니 마냥 행복하다. 그러나 앞으로도 험난한 성장 과정을 겪어야 하는 아이의 미래가 걱정스럽기도 하다. 한편으로 이런 고초를 겪으며, 아내의 필요를 더 생각하게 되고 내가 아내를 위해 아이를 위해 해야할 역할을 숙고하게 되었다. 가만보면 그동안 취재기자로 일하면서 한인타운의 ‘좋은’ 소식만 취재하려고 했다. 누군가 고통받고 하소연하고 싶은 소식들은 되도록 멀리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충분한’ 모유였고, 아내에게 필요한 것은 ‘충분한’ 공감이었다. 앞으로 취재현장에서 독자들의 충고와 하소연을 충분히 듣는 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