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즐겁고 재미있을 때 저절로 나오는 순수한 감정의 표현만은 아니다. 사람들이 대화하는 걸 조금이라도 신경 써서 들어보면 언제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깔깔 대고 터져 나오는 웃음으로부터 작은 콧방귀 소리까지 거의 모든 대화에는 어떤 형태로든 웃음이 섞여 있다. 전자 통신수단도 예외는 아니다. LOL(laugh out loud)! 그런데 많은 경우 사람들은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 아니 전혀 웃기지 않는 이야기에도 웃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런 웃음이 80~90%나 된다고 한다. 일례로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와의 논쟁 때 날리는 전략적 웃음을 생각해보라. 또는 폭스 뉴스의 직원들이 로저 아일스 전 회장의 성희롱과 성추행을 웃음으로 넘기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예로 들어도 좋겠다.

         웃음은 원초적으로 안전하다는 신호였다.(반대로 위협을 느낄 때는 으르렁댄다) 그것이 어떻게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대화를 부드럽게 하거나 슬쩍 넘어가는 발성의 도구로 변했는지에 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웃음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사람들에게 언제, 왜, 킥킥대고 깔깔댔는지를 돌아보라고 조언한다. 왜냐하면 웃음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좋지않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들이 진화하면서 웃음의 레퍼토리도 진화해 단지 친구와 적을 가리는 기능에서 벗어나 사회적 윤활유 역할을 하는 도구가 됐다. 따뜻한 미소는 상냥하고 예의바른 태도를 나타낸다. 무시하는 듯한 웃음은 상대가 진심으로 한 말도 날려버리는 것이고, 조롱하는 웃음은 망신을 주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든 웃음소리를 들으면 함께 웃으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칵테일파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별로 즐겁지도 않으면서 웃는 웃음, 강요된 웃음도 마찬가지다. 또 야비한 말이나 저속한 농담을 들었을 때 나오는 불편한 웃음도 있다. 성희롱 피해자들은 불안한 웃음을 짓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태도는 나중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웃음은 많은 경우 고통이나 원치 않는 감정을 숨기기 위한 방어기제”라고 에모리대학 정신분석학 연구소에서 가르치는 제인 예이츠 박사는 말한다. 그러나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원치 않은 웃음의 인지적 불협화 때문만이 아니라 그 웃음을 이끌어낸 사람의 나쁜 혹은 멍청한 행동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UCLA 연구진은 사람들의 가짜 웃음이 진짜 웃음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세 번에 한 번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런데 사실은 그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추측한다. “보통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가짜 웃음에 아주 능하다”고 이 연구를 리드한 인지심리학자 그레그 브라이언트는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가짜와 진짜 웃음을 구별하는 데 능하지 않다. 권력을 가진 갑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더 못하다. 아마도 환심을 사려고 웃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폐증과 아스퍼거 증후근을 가진 사람들도 진짜와 거짓 웃음의 차이를 인식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닥터 스캇은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거짓으로 웃는 것과 다른 사람의 웃음의 진위를 판별하는 것을 배우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인간이 가진 잠재적 기술이며 30대가 될 때까지 기술이 계속 더 진보한다고 한다. 기쁨에 넘쳐 터져 나오는 진짜 웃음은 억지웃음과는 다른 신경 경로와 근육계를 통해 생성된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절로 목구멍에서 터져나오는 “아-하-하” 웃음소리는 불편하게 웃는 콧소리의 “에-헤-헤”와 대조를 이룬다. 웃고 난 후의 효과도 물론 다르다. 진짜 좋아서 웃으면 가벼운 행복감으로 엔돌핀이 생성돼 통증마저 경감되지만 억지웃음은 그런 기분 좋은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그런 체하느라고 더 피곤해질 수 있는 것이다. 최악의 블라인드 데이트를 떠올려 보면 알 것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가 언제 왜 웃는지를 좀더 의식하라고 권유한다. 예의바른 웃음은 많은 경우 우아하고 친절하지만 마음에도 없는 웃음을 자주 웃는 것은 오히려 비생산적이라고 지적한다. “웃음은 사회생활에서 당연한 규범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누군가 웃지 않을 때는 아주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같다”고 조지 메이슨대학의 심리학 교수 에덴 킹 박사는 말했다. 그건 마치 누구와 맞서거나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누군가의 이상한 짓이나 나쁜 행동을 보고 웃어넘기는 것은 그 사람에게 또 다시 그런 행동을 하라고 부추기는 일이니 “식탁에서 개를 먹이는 일과 같다”고 브라이언트 박사는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는 웃기보다는 중립적인 코멘트(‘Well, then’ )나 그저 ‘흠’하는 것으로 어색한 순간을 넘기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런 한편 진짜 웃음은 가능하면 많이 웃으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그런 웃음은 영혼에 윤활유를 치는 것과 같기 때문에 많이, 즐겁고, 풍성하게 웃으라고 한다. 웃음을 참는 것은 억지 웃음만큼이나 좋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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