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으로도 얼룩진 2016년 연예계

           수년 동안 온라인에서 연예 뉴스를 담당하며 느낀 점은, 사람들은 좋은 뉴스보다는 안 좋은 뉴스에 훨씬 더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열애나 결혼 소식에 비해 이혼 뉴스에 사람들은 훨씬 더 열광적인 관심을 보이며, 그 조회수도 압도적이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좋은 격언이 있는데 이 말은 연예계 바닥에선 통하지 않는다. 기쁨은 나눠지지 않고 슬픔은 나누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뿐이다. 따라서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지난 1년 동안 핫이슈였던 연예계 뉴스들을 꼽아보면 안 좋은 소식이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2016년이 다른 년도에 비해 유별한 점이 있다면, '안 좋음'의 정도가 조금은 더 심한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그 기분은 지금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시국'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는 말 할 수 없겠다.

1. 조영남 대작 사건

           몇 년 동안 연예인 집값 1위에 꾸준히 올랐던 조영남은 부유한 연예인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가수로서 그다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조영남이 이렇게 비싼 집을 갖게 된 연유를 사람들은,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그의 그림들 때문일 거라고 추측하곤 했다. 그런데 그 그림이 대작이었다는 폭로가 보도된다. 한 무명화가가 8년 동안 작품당 10만원 정도의 수고비를 받고 조영남의 그림을 대신 그려줬다는 내용이다. 가수 못지 않게 화가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었던 조영남에게는 데뷔 이후 가장 큰 타격이 가해진 뉴스였다. 이 뉴스로 졸지에 앤디 워홀까지 거론되며 미술계는 때 아닌 '팝 아트'의 범주를 논하는 분란을 겪는다. 이 대작 사건의 '사기 혐의' 유무죄를 가리는 송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조영남은 "조수를 쓰는 게 갑자기 문제 돼 당황했다"라며 정말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법정을 드나들고 있다.

2. 음주운전과 이어지는 자숙

         연예인 음주운전 사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제는 새삼스럽게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뉴스거리도 아닌 지경이 되었다. 올해도 꾸준히 사건은 발생했고, 제법 많은 수의 스타들이 음주운전을 저지르고 자숙을 하고 있다. 해당 연예인들이 좀 더 전심으로 자숙할 수 있도록 미력을 보태는 의미에서 올해의 음주운전자 리스트를 굳이 한번 정리해보았다. 복귀 후에는 한층 성숙해진 인간으로서 자신의 업에 공백 없이 충실할 수 있기를 바라는 소박한 희망을 품고서 말이다.

3. 잇따르는 성 추문

         올해는 남자연예인들의 성 추문에 연예계가 유난히 시끄러웠다. 그 출발은 유상무였다. 20대 여성을 모텔로 유인해 성폭행하려 했다는 혐의였다. 이에 대한 시비가 채 가려지기도 전에 박유천의 성 추문이 터졌다.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더 적나라하고 수위가 높았다. 유흥업소 종업원이 업소의 룸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것이다. 이 사건 이후 거의 유사한 케이스로 3명의 여성이 추가로 박유천을 고소하면서 뉴스의 충격이 더했다. 이 와중에 이진욱 역시 성폭행 혐의로 고소 당하면서 남자 배우들의 성 추문 정국이 형성된다. 이 정국을 잇는 사건이 또 터졌으니 유부남인 엄태웅이 마사지 업소 종업원에게 고소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연이어 엄태웅 아내인 윤혜진씨의 둘째 유산 소식이 들려온다. 불행한 소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역시 유부남인 이주노가 클럽에서 두 여성을 성추행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아이 셋을 낳은 23살 연하의 아내가 한때 산후우울증이 있었다는 뉴스가 그 뒤를 따랐다. 상대적으로 덜 이슈가 되었지만 이민기도 클럽에서 만난 여성과 성관계 후 성폭행 혐의로 신고 당한 바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정준영이 고소인의 신체를 동영상 촬영했다는 이유로 성추행 혐의 피소되었다. 1박 2일은 지금 정준영이 빠진 채 5인 체제로 운행되고 있으나 정준영의 합류 시점을 가지고 후속 보도가 이어지는 중이다. 거론된 남자배우들은 일부 성매매 혐의를 인정받기는 했지만 성폭행, 성추행 등의 혐의는 모두 무혐의 판정이 났다. 배우들의 도덕성은 심각하게 타격을 입었고 모두 두문불출하며 자숙 중이다. 대한민국이 유난히 성 관련 혐의에 관대하여 관련된 남자배우들이 모두 무혐의를 받았던 것인지, 아니면 유명인이라 더 가혹하게 성 추문에 시달렸던 것인지 각자 서 있는 입장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것이다. 확실한 것은 추문에 거론된 이 배우들의 복귀는 현재로선 요원하다는 것이며, 언젠가는 모두 돌아올 것임이 분명하다는 것.

4. 모두가 알았지만 모두가 모른 체 했던 홍상수·김민희의 불륜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그리고 나홍진 감독 '곡성'의 쌍끌이 흥행 기세가 절정을 지나 약간 꺾인다 싶은 그때 마치 기다렸다는 듯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불륜설 뉴스가 보도됐다. 사실 이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서는 모두가 알고 있었으나 모두가 아니길 바랐던 간절함이 있었다. 영화 관계자들과 언론사 관계자들의 이 염원은 거장 감독과 재능있는 여배우를 잃고 싶지 않은 공감대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결국 그 염원은 실현되지 못했다. 김민희가 홍상수 감독 부인더러 "남편 관리 좀 잘하지 그러셨어요"류의 쌍팔년도 대사를 건넸다는 자극적 보도가 이어지며 한동안 온라인에는 진부한 '불륜 드라마' 같은 두 사람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6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두 사람의 입은 굳게 닫혀 있지만 두 사람의 커리어는 문제 없이 진행 중이다. 홍상수 감독은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으로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고 김민희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5. 시국으로 얼룩진 우울한 연예계

        2016년 대한민국은 주말이 없는 겨울을 맞고 있다. 사람들은 토요일마다 촛불을 들고, 또는 깃발, 또는 횃불, 또 한편에선 태극기 등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통틀어 ‘최순실 사태’라 불리고 있는 건국 이래 최악이 국정 농단 사태가 온 나라를 그야말로 집어 삼켰다. 그 불똥이 정치, 사회, 스포츠계를 거쳐 급기야 연예계까지 튀었다. 야당 의원이 폭로한 바에 따르면 최순실이 연예인 축구단과 친분을 쌓았으며 그 축구단에 속한 어느 가수가 굵직한 국제행사 무대에 유독 자주 올라서 특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이다. 해당 연예인의 이름까지는 밝히지 않았던 덕분에 여러 가수가 돌아가며 의혹을 받고 진실게임이 벌어졌다. 싸이에서 김흥국, 이승철까지 의혹의 대상자가 되면서 소속사의 이름을 빌어 "그런 사실 없다"는 공식입장이 연이어 발표된다. 최순실과 최순득, 장시호까지 연예계에 다방면으로 영향을 끼쳐왔던 정황들이 속속 알려지며 관련 의혹들은 계속해서 보도되었다. 연에계는 이른바 '최순실 리스트'에 그 이름이 올라갈까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듯 했다. 일련의 의혹들을 부인하는 공통된 '워딩'은 "최순실을 잘 모른다"다. 누구나 아는 최순실을, 모두 다 모른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최순실 시국'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넘쳐나는 각종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사회 전반에 걸친 뜨거운 이슈들 사이에서 연예인이 관련된 일련의 의혹들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바람에 대부분의 사안이 현재는 묻혀진 상태다. 그러나 제2의 차은택이 연예계에서 또다시 탄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현재는 그 실체가 당장 눈에는 띄지 않을지 모르나 의혹은 여전히 후미진 어딘가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 이 의혹들이 마침내 그 몸통을 드러낼 지도 모르는 2017년의 연예계는 또 어떤 뉴스들로 채워질까. 사람들은 불안하지만 의심 가득한 시선을 좀체 거둘 수가 없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