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의 자동차 시장은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계 자동차와 도요타, 혼다 등 일본계가 공동 지배하는 판도로 굳어진 느낌이다. 독일과 일본의 하이테크놀러지가 인정 받은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세계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독일이지만, 성생활 실력은 농사를 짓는 덴마크인과 막상막하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인들이 덴마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포르노를 해금시킨 것은 1975년으로 지금은 포르노에 싫증을 느낄 만도 한데 주요 도시 번화가에 잇달아 생긴 섹스숍이 외국인 여행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독일 내국인들로 언제나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독일을 여행하면서 우리가 놀라는 것은, 기술 집약적 산업으로 무장한 선진국임에도 어디를 가나 성인숍(adult shop)이란 이름을 가진 섹스용품 판매점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접 국가들의 그것이 컴컴함 분위기인 데 반해 독일의 섹스숍은 넓은 평수에 대낮같이 밝은 조명,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풍부하게 진열된 점이 마치 미국의 수퍼마켓을 보는 것과 같다.

고객은 대부분 중년 남자들이지만, 식품 구입을 마친 주부들이 장바구니를 허리에 낀 채 도색잡지를 열심히 살펴보는 광경을 종종 목격한다. 어디서나 가장 넓은 매장을 차지하는 것이 잡지 판매대이고, 잡지를 살펴보면 기막힐 만큼 갖가지 상황에서의 섹스 장면이 수두룩하다. 주인이 안방에서 하녀와 정을 통하는 것은 김홍도의 풍속화로 남아 있을 만큼 고전적인 내용이지만, 컴퓨터실에 근무하는 직장 여성이 첨단을 달리는 거대한 하드웨어 기기 앞에서 남자 직원과 성희를 즐기는 모습은 민망하기까지 하다. 대체로 남자와 여자가 얼굴을 마주 보는 모습을 비롯해 포즈를 바꾸면서 성교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고 컬러사진을 따라 진부한 설명이 붙어 있다.

한마디로 그림 동화책 형태로 꾸며진 포르노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잡지 외에도 섹스숍에서는 여러 가지 상품이 줄지어 팔리고 있다. 블루 필름, 오디오형 포르노, 섹스송 CD 등 그 종류가 하도 많아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래도 가장 많이 팔리는 인기상품은 라텍스로 만든 부드러운 촉감의 딜도(dildoe)라고 한다. 그만큼 여성들의 욕구불만이 높아졌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방면에서 독일의 높은 기술력은 세계가 인정한다. 체온과 거의 같은 인조 페니스가 클리토리스만 집중적으로 자극하도록 또 하나의 진동기가 달려 있고, 전적으로 여성의 마스터베이션용으로 개발된 듯한 바이브레이터가 선정적 여자 속옷과 더불어 벽면에 걸려 있다.

독일인들은 시각적뿐만 아니라 청각적으로도 성적 자극을 받고 싶은지 외설적 내용의 콤팩트디스크가 수북이 쌓여 있다. 여점원에게 진열된 상품의 수를 물었더니 자그마치 2000종이나 된다고 했다. 섹스용품이라는 단일 품종만으로도 이처럼 하나의 수퍼마켓이 형성되는 이곳에서 동양인이 즐겨 찾는 곳은 약품 코너다.
이름도 모를 상품들이 의사처방도 없이 이렇게 자유 판매되는 것을 보면 의약품보다는 건강보조식품(herb medicine)에 속하는 제품들인 모양이다. 현대 성의학에서 완전히 골동품에 속하는 요힘빈이 여전히 강정제의 왕좌를 지키고 있고, 카멜레온 비슷한 도마뱀 분말을 캡슐에 넣은 중국산 발기촉진제에 고가의 가격표가 붙어 있다.

태국의 뱀 농장에서 코브라 쓸개, 심장 등이 팔리는 것과 비슷한 현상인데, 한방약제들이 주장하는 동종요법(homeopathy)이론을 반영한 것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해구신 수준의 골동품 강장제들이 여전히 고객들의 시선이 잘 머무르는 곳에 전시된 것을 보면 과학적이라는 독일인들도 섹스에 있어서 만큼은 여전히 동화의 시대에 머물고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