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60대의 30%, 70대의 18%가 계속 일해

        여성의 취업 실태가 변화하고 있다. 최근 센서스 자료를 분석한 2개의 조사에 따르면 높은 지위로 올라서는 여성의 나이가 젊어졌고, 일하는 기간은 길어졌다. 전반적으로 여성의 근로상황은 남자들의 커리어와 많이 비슷해져서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은 여성들이 인생 전반에 걸쳐 항상 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20~30대 여성들이 육아 때문에 일을 쉬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 여성들이 일을 쉬는 연령대는 30대 후반 혹은 40대 초반이 많아졌으며 그렇게 떠났던 사람들도 다시 일터로 돌아오는 확률이 높다. 가장 놀라운 것은 60대와 70대에 일하는 여성들(상당수가 풀타임으로)이 굉장히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가 “일이 좋아서 한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 데이터는 세계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진보를 보여주는 밝은 지표로 해석된다. 실상 미국에서 여성 노동력의 숫자는 근래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여성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일을 많이 하고 있고, 이를 통해 돈을 버는 것뿐 아니라 성취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버드 경제학자들인 클로디아 골딘과 로렌스 카츠의 분석에 따르면 65~69세 여성의 거의 30%가 일하고 있는데 이는 1980년대 후반의 15%에서 두 배나 늘어난 것이다. 또 70~74세 여성 중에서는 18%가 일하고 있으며 이 역시 30년전의 8%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다 그런건 아니지만 주로 고학력 여성과 재산이 있는 여성들이 은퇴를 거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일하지 않는 노년층 여성들은 건강이 나쁘거나, 저축한 돈이 적거나, 소셜 시큐리티 혹은 장애인 수당을 받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았다고 골딘은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시니어 나이에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감이 있는 직업을 갖고 있고, 교육수준이 높은 여성일수록 성취감이 높은 일을 하기 때문에 떠나려 하지 않는다. 70세의 교수이며 연구자인 골딘 자신이 바로 그런 여성이다. 한편 60세 이후에 취업시장에 있는 남성들의 숫자도 1994년 이후 늘어났는데 여성들만큼 크게 상승한 것은 아니다. 60~64세 남자의 약 60%가 일하고 있으니 같은 나이 여성들의 두배를 살짝 넘는 수치다. 2개의 조사 자료에 의하면 지금 60대와 70대의 여성들은 전문직 종사자가 많아진 첫 세대이다. 그러나 그것이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노년층 여성의 취업 증가 현상을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여성들은 계속 일하게 된 이유가 노년에 찾아온 이혼이라든가 연금 혹은 부동산 손실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인 경우도 있다. 부채가 있거나 재정 형편이 나빠서 일터로 나선 이런 여성의 많은 수는 일하고 싶어도 실업자로 지내는 기간도 길다. 왜냐하면 계속 꾸준히 일해 온 사람들보다 이력서가 충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서도 계속 일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대개 인생의 초기에 내린 결정, 즉 더 많이 공부해서 커리어를 쌓겠다는 결정에 따라 더 오랫동안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학자들은 이른 나이부터 일한 사람은 나이 들어서도 일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게다가 여자들은 나중에 결혼하고 출산과 육아를 겪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먼저 커리어를 구축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육아의 짐을 덜게 되면 그들은 곧바로 다시 일터로 돌아오고, 보통의 은퇴 나이를 넘겨서도 계속 일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다른 선진국들의 60대 여성들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의 통계는 전하고 있다.

       하버드 연구진이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은 젊은 시절 자신의 일을 좋아했던 여성들은 학력의 수준이나 수입에 관계없이 더 오래도록 일한다는 것이다. 6~8년 전에도 일하기를 즐겼느냐는 질문에 대해 59~63세의 여성 가운데 85~90%가 그렇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자들은 노년에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1945~49년 태어난 여성들은 교육 수준에 상관없이 64세의 나이에 약 50%가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학 졸업자들은 60%였다. 하지만 학위를 갖지 않은 여성들이 취업일선에 나서는 비율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텍사스 주 코빙턴에 사는 다이앤 타보이안(64)은 21세에 대학을 중퇴하고 제조업체와 우체국, 군대 등지에서 시간제 고객 서비스 일을 했다. 그녀는 61세에 은퇴했으나 오래지 않아 다시 일터로 복귀했다. “너무 심심해서”였다고 말한다. 현재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그녀는 회사의 장학 프로그램을 통해 학사학위 공부를 하고 있다. “돈을 버는 것도 물론 좋지만 집에 그냥 있는 생활을 견딜 수가 없었어요. 원래 빠른 페이스로 일하는 걸 정말 좋아하지요. 노인이 젊은 바리스타들을 추월해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리 앤 몬프레디니(68)는 병원에서 모금과 컨설팅 일을 하다가 53세에 부동산 라이센스를 땄다. 마치 40대처럼 활기차다고 자랑하는 그녀는 일주일에 한번씩 브릿지 게임도 하고 친구들과의 런치도 즐기지만 거래를 마쳤을 때 짭짤한 커미션이 들어오는 부동산 일에서 완전히 은퇴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196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여성들은 이전 세대 전의 여성들에 비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 일터에서 떠난 사람이 더 많았다. 이유는 출산과 육아 때문으로, 아기를 낳는 나이가 점점 늦어진 탓이다. 또 대개 여성들은 첫 아기를 낳은 후에는 일을 계속하는 경향을 보이다가 아이가 취학 연령이 됐을 때 직장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 일을 계속 하고 싶어도 업무 시간이 너무 길고,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파트타임이나 차일드케어를 제공하는 직장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덴버의 헬렌 영 헤이즈(54)는 다섯명의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도 뮤추얼 펀드 회사에서 투자금 500억달러를 관리하는 중요 직책을 맡고 있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없었던 그녀는 모두 잠들고 난 후 낮에 찍은 비디오를 보면서 아쉬움을 달래곤 했다. 결국 그녀는 자녀들에게 올인하기 위해 41세 때 직장을 떠났다. 그리고 10년 후 다시 직업을 찾았다. 저소득층 사람들에게 커리어를 찾아주는 회사를 차린 것이다. 일을 떠나있던 동안 자원봉사하면서 생긴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긴 회사로, 과거 20여년 일했던 경력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워낙 에너지가 많고 뭐든지 열심히 하는 걸 좋아해요. 나의 커리어가 얼마든지 뻗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은 크나큰 자신감을 심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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