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학과 개설 여건은 열악해

            한국어가 콜로라도 소재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과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덴버대학의 앨리슨 니쉬(Alison Nishi) 세계 언어문화 센터장에 따르면 한국어를 신청하는 학생들이 쿼터당 초기 2, 3명에서 최근 10명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10명은 한국어 강좌를 수강할 수 있는 최다 인원으로 이제는 매 학기 수강생을 제한적으로 선별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사정은 콜로라도 대학(볼더)도 다르지 않다. UCLA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콜로라도 대학(볼더)에서 2011년부터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는 김상복 교수에 따르면 한국어 수강생이 처음 강의를 개설할 때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하여 현재는 매 학기 120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러한 한국어 인기의 중심에는 단연 한국에 대한 젊은 학생들의 우호적인 관심이 자리잡고 있다. 외국의 중년층 이상에게 한국은 한국전쟁을 경험하고 북한을 마주하고 있는 분단국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젊은이들에게는 K-POP과 드라마, 그리고 화장품과 성형으로 대표되는 세련된 문화와 패션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외국인 유튜버들만 수십 명이 넘으며 영국남자란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영국인 조쉬(Josh)의 경우 구독자가 백 만 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이렇듯 한국에 대한 친숙한 이미지와  동경이 자연스레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호기심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한국에 체류한 경험이 있거나 이미 한국어를 배웠던 학생들의 경우 보다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한국어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을 중심으로 수강생 몰려
콜로라도 소재 대학들 중 가장 체계적이고 많은 수업을 개설하고 있는 학교는 콜로라도 대학교(볼더)이다.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이 처음 개설된 것은 1995년 가을학기 였으며, 현재는  다양한 수업들이 초급-중급-고급 등 수준별로 개설 중이다.  수강생 중 가장 많은 학생들은 아시아계, 그 중에서도 중국인 학생들이다. 김상복 교수는 “수강생의 분포를 보면 미국계가 30%, 중동계가 5%인 반면 나머지 65%가 아시아계다”라고 하면서 “미국인 학생 수는 매년 큰 변화가 없고  중동 지역 출신인 학생들은 완만히 늘어나고 있는 반면, 중국인 학생들의 증가세는 놀라울 정도”라고 밝혔다.  이러한 추세는 덴버대학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덴버대학은 2012년부터 비정규수업의 일환인 Directed Independent Language Study (DILS)로 한국어 수업을 시작했으며 콜로라도 대학과는 달리 한국어 전임교원은 없는 상태다. 앨리슨 센터장은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가거나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는 미국 학생들이나 직원들도 수강을 하고 있지만, 중국인 학부생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하면서 “수강을 원하는 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상태”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다른 외국어에 비해서는 열악한 상황
한국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크게 높아지고 있지만, 콜로라도 주 전체를 놓고 볼 때 대학 수준의 한국어 교육 여건은 이러한 추세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선, 캘리포니아 주의 웬만한 대학들마다 한국어 강좌가 개설되어 있는 것과 비교할 때  그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편으로 샌프란시스코 한국영사관의 비공식적 집계에 의하면 콜로라도 대학교(볼더 캠퍼스), 콜로라도 주립대학과 덴버대학 등  총 3곳에 불과하다.
게다가 한국어 강좌가 개설되어 있는 대학들의 경우에도, 어디까지나 교양과목의 차원일 뿐 전공과목이나 대학원 과정의 수업은 전무하다. 같은 동아시아계 언어인 중국어와 일본어가 대부분의 대학에서 정규수업은 물론 전공수업까지 제공하고 있는 것에 비할 때 콜로라도 주내 한국어의 고등 교육 여건은 매우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미국 학생들의 수강 여부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중국어와 일본어의 경우 미국 학생들의 수강이 자연스러운 반면, 한국어의 경우 미국 학생들보다는 중국 유학생들이 압도적으로 수강하기 때문에 미국 대학들로서는 굳이 전공과정을 개설할 명분이 부족하다. 반대로, 미국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전공과정이 없기 때문에 교양 수준 이상의 한국어나 한국문화를 공부할 기회도 없고 공부를 위한 동기 부여도 얻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 정부 차원의 지원 마련도 미흡
한국 정부는 해외 한국학 발전 및 지한파 학자들의 육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교육부 산하의 한국학 중앙연구원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학진흥사업단을 통한 지원과 외교부 산하의 국제교류재단을 통한 지원이 대표적이다. 한국학진흥사업단의 경우 연구자의 한국 관련 연구뿐 아니라 대학의 한국어 및 한국학 강의 개설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교류재단의 경우에는 해외 대학들이 한국학 교수직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한국어나 한국학 연구자가 부족한 곳에는 직접 한국인 연구자를 파견하는 사업까지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 사업들은 대부분 국가 단위로 지원 대상이 구분되어 있어서 미국에서는 동서부의 대학들이  지원을 독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국학 진흥사업의 경우 서부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들과 동부의 하버드 대학 등이 주로 선정되어 왔으며 기타 지역의 대학들은 찾아보기가 어려워 한 국가 내 지역별 편중이 심한 편이다. 이에 따라 콜로라도 소재 대학들의 한국어와 한국학 발전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되며, 한국 정부 차원에서도 미국 내 한국어와 한국학 연구를 균형적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