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적인 공부방법이 공부를 망친다

손이 깨끗하지 않다는 생각에 매일 수십 번씩 손을 씻는 학생이 있었다. 몇 분을 멀다하고 불안한 마음이 생겨 손을 씻고 또 씻고...겨울에는 손이 부르틀 정도로 손을 씻는 친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손은 깨끗한데 얼굴이 너무 지저분해져 있었다. 손에 집착하다보니 더 중요한 부분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었다.

너무 열심히 하고 있으나...

단정한 외모로 공부에 열의가 넘치고 의욕적인 고1 여학생이 상담소에 찾아왔다. 이 학생은 어려서부터 공부에 관심이 많았으며 특히 수학과 과학을 좋아한다고 하였다. 학교 및 학원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도 많은 편으로 공부에 대한 동기나 의지는 매우 높았으며 실제 공부시간도 많은 것으로 보였다.

중학교 때 학교성적은 상위 5%로 우수하였지만 노력이나 열정에 비하면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었으며 고등학교 와서는 9%로 성적이 떨어져 고민이 많다고 하였다. 이 학생과의 대화에서 지적인 동기가 매우 높으며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얘기를 하다가 특정 주제에 지나치게 빠지거나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피력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능검사(WISC-III)에서 IQ가 124로 우수한 수준이었으나 동작성 지능에 비해 언어성 지능이 18점이나 낮아 인지기능의 효율성이 저하된 상태였으며 소검사간 점수차도 크게 나는 편이었다. 또한 정서적으론 낯선 상황에 대한 불안수준이 높았으며 강박적인 경향이 있었다.


강박적인 공부란?
이 학생의 성적 부진 원인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과도한 의욕과 실제 학습 방법 사이의 불일치로 인한 비효율성이다. 지현양은 의욕과 목표가 지나치게 높고 자신이 가진 강박적인 경향 때문에 공부를 하면서 내용을 약간이라도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너무 세밀한 부분까지 완전히 암기하려고 하였고 덜 중요한 것도 모두 외우려고 하였다. 또한 공부를 하다가 어떤 단어나 생각이 들어오면 지나치게 파고들어 공부의 흐름을 놓치곤 하였다. 당연히 뇌에 과도한 부하가 걸리게 되고 뇌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공부습관을 계속 유지해 온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시험이 되면 불안수준이 높아져 실전에서 자꾸 실수를 하는 것이었다. 문제를 잘 못 읽거나 기표를 제대로 하지 않아 틀리는 것 때문에 평균 점수 4-5점을 까먹고 있었다.


강박적인 공부를 넘어서
사실 이 학생처럼 공부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욕심이나 의욕이 많은 그들은 너무 열심히 하지만 땀의 대가는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당연히 심리적으론 더욱 위축되고 불안을 겪게 된다.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 더욱 작은 것과 세밀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불필요한 반복을 하게 되며 공부의 효율은 점점 더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작은 정보를 모아서 통합하여 종합적인 개념을 가져야 하는데 계속 작은 정보에 휘둘리고 생각이 분산된다.

공부는 여행과 같다. 여행을 하면 여러 가지 기억에 남지만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전체적인 느낌이다. 그랜드 캐년과 같은 광활한 지식의 영역을 발품을 팔아 구석구석 보다보면 전체를 보지 못하게 되고 혹 작은 동굴을 발견하여 그 속에 빠져들면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먼저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전체를 조망하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곤 중요한 부분에서만 깊이 있게 생각을 진행해야 한다. 반복은 객관적으로 모르는 것을 위주로 해야 하며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계속 반복할 필요는 없다.

이 학생은 공부에 대한 확고한 의욕과 동기라는 훌륭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자산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뿐이다. 먼저 공부방법에 대한 가치를 수정하고 새로운 가치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한다. 또한 강박적인 공부방법을 강요하는 내적인 불안과 불필요한 욕심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리고 뇌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차분하게 공부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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