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면제가 가능했음에도 나라를 지키겠다며 임신한 아내를 두고 자진입대했던 국군 용사가 68년 만에 생면부지의 아들 곁에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30일 1950년 10월 15일 건설공병단 소속으로 6·25전쟁 참전 중 전사한 고 김재권(1924년생·사진) 일병의 귀환행사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강원 강릉시에 있는 김 일병의 아들 김성택(67) 씨 자택에서 진행된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에는 유가족과 이학기 국유단 단장, 최명희 강릉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사자 신원확인서 통지서 전달 등으로 이뤄졌다.  김 씨는 “설 명절을 앞두고 큰 선물을 받았다”며 “지난해 12월 22일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온몸이 저리고 가슴이 먹먹했는데 지난 세월 쌓여온 그리움과 상처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나에게 실체가 없는 추상적 존재이고 무관하다고 생각돼 왔는데 소식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과 함께 ‘나에게도 아버지가 있다’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그는 이어 “어머니는 남편 전사 소식에 임신 상태로 가족 생계를 위해 친정인 강원 양양으로 가 농사일을 하는 등 힘들게 지내셨다”며 “평소 강직하고 활달한 성격이셨던 어머니는 남편을 그리는 마음에 전몰군경미망인회 양양군회장직을 지내셨다”고 덧붙였다. 김 일병은 1949년 결혼해 신혼생활을 하던 중 전쟁이 발발하자 27세에 자진 입대했다. 아내 전옥순(1988년 작고) 씨는 당시 임신 중이었다. 김 일병은 작은아버지가 제주도 목재소 부지를 군 훈련소로 무상 제공해 입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형제 중 저라도 입대해 나라를 위해 한 몸 바치겠다”며 자진입대했다. 김 일병은 1950년 10월 북진작전을 위한 공병작전 지원 중 경기 가평 일대에서 북한군 비정규전 세력에 의해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 유해 수습 없이 전사통지서만 가족에게 전달됐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