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학생들도 적극 동참

     플로리다주의 고교 총기 참사 한 달째인 지난 14일 100만명에 가까운 초·중·고교생들이 강력한 총기규제를 외치며 전국 학생 동맹휴업(National School Walkout)을 벌였으며, 콜로라도 소재 중고교생 수천 여명도 적극 동참했다.  CNN 등 언론들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 사고로 17명이 희생된 지 한 달째인 이날 미국 전역에서 학생들이 동맹휴학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동부시간 오전 10시에 맞춰 최소 17분간 교실 밖으로 나와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17분은 희생자 17명을 기린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50개주 3000여곳에서 시위가 있었고 약 100만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총기 참사를 겪은 더글러스 고교에서는 학생과 주민 3000여명이 모였다. 재학생 샘 제이프는 CNN에서 “어디를 가나 학생들의 물결이다. 우리가 혼자가 아니란 걸 보여줬다”면서 연대감을 표시했다. 워싱턴 백악관과 의사당 앞에서도 학생들이 “우린 변화를 원한다”고 외쳤다. 더글러스 고교 생존 학생인 엠마 곤살레스는 뉴욕타임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계속 죽어나갈 것이다. 무언가를 해야 할 시간”이라고 호소했다. CNN은 “고교생들의 전국적인 동맹휴학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학생 시위는 1960년대 후반 베트남전 반대 시위 이후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오는 24일에도 총기규제를 요구하는 전국적 시위가 예고된 상태다.  학생들은 이날 모든 공격용 무기 판매 금지, 구매자 신원조회 강화, 폭력 성향 총기 소지자의 총기 회수 등을 요구했다. 콜로라도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로라 소재 리버티 중학교에 재학 중인 케빈 오 군은 "동참 여부에 대해 부모님과 많은 토론을 했는데 취지를 이해하고 나서는 우리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덴버 지역의 학생들은 콜로라도 주의사당 앞에 모여 “지구상의 모든 총보다 한 아이가 더 가치가 있다” 등의 푯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으며 이스트 하이스쿨과 다른 학교 주변을 행진하기도 했다. 히큰루퍼 콜로라도 주지사와 민주당 의원들은 시위학생들을 향해 콜로라도는 오로라 극장의 총기사고 이후  광범위한 신원조회를 실시하고 있고 고성능 탄창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설파하는 한편, 교사들이 무장하도록 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1999년 대형 총기사건이 발생했던 리틀턴의 콜롬바인 고등학교에서는 수백 명의 학생들이 침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또한 파크랜드 희생자 17명을 기리는 17개의 풍선과 콜롬바인의 희생자였던 13명 학생들을 기리는 13개의 풍선 등 총 30개의 풍선을 날려보냈다. 덴버 다운타운의 오라리아 칼리지 캠퍼스에도 약 40여 명의 시위대들이 모여 총기 규제 법안의 도입을 촉구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는 팔머 하이스쿨을 중심으로 천 여 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중심가로 나와 동맹휴업에 동참했다.   

    그러나 백악관과 의회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백악관은 지난 11일 교사 무장 교육을 핵심으로 하는 ‘맹탕’ 총기 대책만 제시한 상태다. 지난 13일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 시사이드 고교에서 경찰 출신 교사가 안전교육을 하다 총기 오발 사고를 내 학생 3명이 다쳤다. 버지니아주 조지워싱턴 중학교에서도 경찰 출신 교직원에 의한 총기 오발 사고가 발생했다. 교사 무장 방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미국 하원은 이날 총기규제 대신 학교 안전 훈련과 경비 등에 5억달러 예산을 투입하는 학교폭력 제재법안을 지난 15일 통과시켰다. 한편, 시카고  지역의 2개 고등학교 학생들은 15일 학교로부터 1시간 격리학습(detention) 통보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디텐션은 정학보다는 낮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내리는 징벌에 속한다. 징계 배경에 대해 관할 교육청 대변인은 “수업 거부 시위에 앞서 교육청 대표들이 학생들을 만나 교육환경을 저해하지 않을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으나 학생들이 이를 거부했다”면서 “학생들은 이번 징계를 '명예로운 훈장'으로 간주하면서 그들이 신념에 따라 진심으로 항거했고 개인적인 대가를 치러가면서까지 권리를 위해 일어섰다는 징표로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텍사스주 니드빌 고교의 커티스 로데스 교장은 학생들에게 시위에 가담할 경우 3일간의 정학 처분을 내리겠다고 경고한 바가 있으며, 위스톤신 주 밀워키에서도 교육청에서 유사한 경고가 있었던 알려졌다. 다만, 예일대를 비롯한 50여 개 대학들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대학입학에 시위 사실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하면서 고교생들이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학교 당국에서 처벌을 받더라도 이로 인해 입학허가가 취소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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