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러 들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오세요"

     “나같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모르실 거예요. 두 다리가 활활 타는 불구덩이에 있는 것 같아 가만히 앉아 있기 힘들고, 수백 마리의 개미가 팔을 타고 기어오르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나를 보면 바보라고 생각해요. 말을 할 수 없으니까요.” 중증 자폐증과 지적장애를 가진 캐나다의 칼리(Carly)가 컴퓨터를 치게 되면서 자신의 상태를 이렇게 들려주었다.  우리가 주위에서 만나는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과 같이 칼리도 쉬지 않고, 팔을 휘젓고, 몸을 흔들고, 괴성을 지르거나, 머리를 박는 행동들을 이어갔다. 그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칼리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몸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예요. 콜라캔을 흔들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멈출 수 있다면 저도 그렇게 할 거예요. 하지만 전원 스위치를 끄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예요. 마치 나의 뇌와 엄청 힘들게 싸워야 하는 상황과 같아요.”  칼리의 이런 이야기가 지난 달 22일 뉴라이프 선교교회의 예배 시간에 동영상을 통해서 상영되었다. 한국에서 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이었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뉴라이프 선교교회가  ‘장애인 예배’를 드리게 되면서 마련된 프로그램이었다. 뉴라이프 선교교회는 이미 9년 전부터 장애인과 그 부모들과 함께 하는 ‘JOY 사역’을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는 특별히 모든 주일 예배 시간에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깊이를 더 하고자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예배를 드린 것이다.

     조이(JOY) 'Jesus First, Other’s Second, You Last’라는 의미로써 나보다 약한 이웃을 돕고, 섬긴다는 취지 아래 장애인들과 부모들과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고, ‘조이반’이라는 주일학교 반을 운영하고, 부모 모임을 십 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처음 출발은 2007년 7월에 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모임을 갖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번도 모임을 거르지 않고,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어머니들도 나오고, 때로는 할머니들도 나와서 종교에 상관없이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식사도 하면서 마음을 모으고 지지와 격려를 나눈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데리고 도저히 할 수 없는 행사들도 마련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다른 이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극장에 가서 영화도 보고, 패디큐어도 함께 하는 호사를 누리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다. 이들은 매월 둘째 주 수요일 오전 10시에 만남을 갖는데,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모두에게 열려 있고 종교와 무관한 모임이다.  조이 사역의 또 다른 한 축은 조이 주일학교이다. 장애를 가진 어린이, 청소년, 성인들이 각자 연령에 맞는 주일예배에 참여한 뒤에 주일학교의 조이반에서 함께 수업을 하는 모임이다. 우선 부모님 면담을 통해서 장애 정도에 따라 필요한 도움의 수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최소한 한 명 내지 두 명의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게 된다. 주일학교 조이반에서는 한국 장애인 연구소가 계발한 교재와 교구를 사용하면서 전문적인 교육을 도입하고 있다. 또 다양한 게임 같은 액티비티를 도입해서 조이반 학생들의 흥미를 도모한다.  또한 장애인 자녀와 부모들이 함께 하는 특별한 이벤트들도 종종 마련되는데, 어머니의 날에 카네이션 받아보기, 꽃다발 증정하기, 장애인 아이들과 가족 사진 찍기등을 비롯해 1년에 한 번씩 교사들과 부모님들이 같이 야유회를 가기도 한다. 최미정 봉사자는 이런 일들이 여느 가족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이지만, 그 평범함이 장애인 자녀와 그들의 부모들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조이 사역이 오랜 기간동안 꾸준히 좋은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수 있는 힘은 봉사자들의 노력에서 비롯된다.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한 헌신만으로도 쉽지 않은 일인데, 여기에 전문성까지 더하기 위한 훈련도 받는다. 처음 시작하는 봉사자는 4주 동안 장애인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방법 등을 익히게 된다. 그 다음에는 담당하게 되는 학생의 특징을 파악하면서 학생과 일대일 돌봄을 하게 된다. 봉사자들은 장애인 사역이 활성화 되어 있는 캘리포니아까지 다니면서 컨퍼런스에 참석하며 교사 훈련을 받고 교재도 계발하는 등 보다 더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미정 봉사자는 그 동안의 활동으로 쌓아 온 경험이나 자료들이 많이 있어서 이제 다른 모임을 지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장애인이나 장애인 부모들이 교회를 옮기기보다는 현재 다니고 있는 교회 안에서 활동의 폭을 넓히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곳이든 필요한 분들에게 축적된 경험과 자원들을 공유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조이 사역을 도입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뉴라이프 선교교회의 정대성 목사는 조이사역이 상대적으로 가족을 서포트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미국 내에서 지원되는 장애인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고 수준도 높은 데 비해 부모들은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들려주었다. 장애인을 돌보는 일은 상당히 힘든 일이기에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한인들의 경우 장애인 가족을 두고 있으면 움츠러 들고 꺼리는 경향이 많은 현실이라고 하며, “정말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은 가족들이 움츠러들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오시라는 점이다. 잠시만이라도 마음 놓고 자녀를 맡기고 예배라도 드릴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시기 바란다”라고 말을 이었다. 캐나다의 칼리가 세상을 향해 가장 처음 던진 말은 바로 ‘hurt’와 ‘help’였다. 고통 속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우리 이웃의 손을 함께 잡아주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것, 더불어 장애라는 고통을 겪고 있는 자녀들과 부모들이 더 이상 움츠러들지 말고 평범한 일상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조이사역에 관한 문의는 뉴라이프 선교 교회 303-337-9191 또는 봉사자 267-307-4310, 303-725-7327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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