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비핵화·안전보장” 합의


    70년간 적대시하던 북한과 미국의 최고 지도자가 사상 처음으로 12일 싱가포르에서 회담하고 공동 합의문에 서명했다.또 '새로운 양국 관계'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원칙에도 뜻을 같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 합의문 서명식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4개 항의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전 세계가 실황 중계 방송을 지켜보는 가운데, 현지시간 오후 1시 42분(한국시간 오후 2시 42분)께 서명을 한 뒤 공동성명을 교환했다. 성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공약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그 맥락에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합의인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하는 내용도 성명에 포함됐다.

    북미는 또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바람에 맞춰 새로운 양국 관계를 수립하기로 하는 한편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또 성명에는 "미국과 북한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양국 정상은 이번 공동성명에 적시된 사항들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관련한 북한 고위급 관리'가 주도하는 후속 협상을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시일에 개최하기로 했다.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관련한 이슈들을 놓고 포괄적이고 깊이 있게, 진지한 의견 교환을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내용도 성명 서문에 포함됐다.

    하지만 한반도 냉전 체제의 한 축인 북미 간의 기존 적대적 관계가 변화할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와 동시에, 공동성명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가 명기되지 않아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합의 내용에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이라는 표현이 빠져 외신들에는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판문점 선언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못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럼에도 전례도, 각본도 없었던 협상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이 외신들 평가이다. 중국과 일본 등은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가 이제 시작됐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 CNN "궁극적으로 김정은이 승리 , 미국 대통령과 같은 등급에 올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회담을 진행하고 ①새로운 북미 관계 구축 ②한반도 영구적 평화 구축에 노력 ③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판문점 선언' 재확인 ④한국전쟁 전쟁포로(POW)·전쟁실종자(MIA) 유해 송환 등 4가지 항목에 합의했다. 외신들은 이번 합의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는 약속했지만 그동안 미국이 주장하던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완전한 비핵화(CVID)에서 '검증'과 '불가역'이라는 말은 빠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합의문 내용이 너무 포괄적이라 한반도 비핵화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CNN은 "(이번 합의문에 포함된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판문점 선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궁극적으로 미국 대통령과 같은 등급으로 올라선 김정은의 승리"라고 전했다. 미국의 원자탄개발에 참가했던 과학자들이 만든 비영리기구 미국과학자연맹(FAS)의 아담 마운트 선임연구원은 CNN에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트럼프-김정은 합의는 이전 합의들보다 못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핵 문제에 관해 이것보다 강한 합의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과거 북한과 맺은 어떤 합의보다 약하다"고 했다.
◇ WP, 트럼프의 화끈한 성격은 '독'이기도
    워싱턴포스트(WP)는 "(북미정상회담에) 상징만 있고 내용이 없었다"며 "역사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 이유로 트럼프의 성격과 짧은 준비기간을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아 한반도 비핵화를 설득하려 하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자질인 '헌신'과 '규율'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WP는 "앞서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퇴장하면서 드러난 그의 충동적인 성격을 고치지 않으면 만족할만한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번 회담에 대해 "(북미정상회담은) 그야말로 각본 없는 협상"이라며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상황 반전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마운트 선임연구원은 CNN에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양국 정상의 지속적인 교류와 한반도 긴장 완화로 이어진다면 성공적이었다고 여겨질 것"이라며 "만약 한국에 대한 위협을 줄이고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면, 이는 결국 북한 핵의 제한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중국 "새로운 역사" 높이 평가 / 일본 "경계심 풀어선 안돼"
    중국 언론들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새로운 역사"라며 환영과 지지의 뜻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미 양국은 반세기 이상 서로 대립하고 반목해왔다"면서 "오늘 양국 최고 지도자가 한자리에 않아 평등한 대화를 나눈 것 자체가 새로운 역사를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이에 대해 당연히 환영과 지지를 보낸다"면서 "이는 중국이 지속적으로 기대하고 노력해온 목표"라고 덧붙였다. 반면 일본은 경계심을 풀면 안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북한은 아직 아무 것도 약속하지 않았다”며 “중요한 것은 비핵화를 어떻게 이행하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과거 행동으로 미뤄 봤을 때 구체적인 행동을 이행하기 전까지는 결코 경계심을 풀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레오니트 슬루츠키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정말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북한을 둘러싼 수많은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희망의 아침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지금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며 추가적인 도발이나 상호 비난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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