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곳곳에서 강풍과 폭우, 폭설 등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최대 시속 180㎞에 달하는 살인적인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할퀸 이탈리아에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프랑스에서는 밤사이 내린 폭설로 국도가 막히면서 수천 명이 차 안에서 추위에 떨어야 했다. 이탈리아 구조 당국은 전국을 휩쓴 강풍과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가 9명으로 증가했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사망자 대부분은 강한 바람에 쓰러진 대형 나무에 깔리거나, 떨어진 건물 구조물에 맞아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남부 칼라브리아 주의 칸탄차로에서는 선박이 접안 시설을 들이받으며 탑승자 1명이 실종됐다.

    비바람 속에 북서부 해안에 접한 일부 공항과 항만이 폐쇄되고, 일부 도시에는 전기가 끊기는 등의 피해 사례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지난 8월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고가 교량이 붕괴돼 4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난 북서부 항구도시 제노바에서는 악천후로 공항이 폐쇄됐다. 리구리아 주의 고급 휴양지인 포르토피노는 폭우로 주요 도로가 끊기고 선박 접안 시설이 파괴되며 사실상 외부와 단절되는 처지에 놓였다.

    밀라노 폴리테크니코 대학의 강의실 지붕이 수업 도중 무너지는 등 건물 피해도 속출했다. 로마, 베네치아 등 폭우가 집중된 도시들에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휴교령이 내려졌다. 전날 도시를 둘러싼 운하의 수위가 10년 만의 최고 수준인 156㎝까지 상승한 탓에 도심의 75%가 침수됐던 베네치아에서는 물이 빠지자 상인들이 젖은 집기들을 말리는 등 피해 복구에 부산한 모습이다. 이번 베네치아의 심각한 침수는 높은 조수, 일명 ‘시로코’로 불리는 북아프리카에서 불어온 강풍, 이례적인 폭우 등 3가지 요인이 공교롭게 겹치며 피해가 증폭됐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는 때아닌 폭설로 29일(현지시간) 산간 지역인 마시프상트랄 지대의 국도에서 차량 800대가 고립돼 1천여 명이 밤새 추위에 떨었다. 프랑스 제3의 도시 리옹에서도 주요 철로가 폭설로 막히면서 400여 명이 역사에서 밤을 새웠다.  스페인 북부 아스투리아스 지방에서도 주말의 폭설로 마을들이 고립돼 당국이 군 병력까지 동원해 피해 복구 작업을 벌였으나 4천700명가량의 주민이 아직 고립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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