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정치로 악명 높았던 프랑스 ‘막시밀리앙 로베스 피에르’를 무너뜨린 건‘우유’였습니다. 그는 혁명 당시 국왕이었던‘루이 16세’를 단두대에서 처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모든 프랑스 아이는 우유를 마실 권리가 있다!"며 우유 값을 반값으로 낮추도록 했습니다. 정부 고시가격보다 비싸게 파는 상인은 차익의 2배에 이르는 벌금을 내야 한다고 엄포했습니다. 물가를 안정시키고 아이들에게 영양이 풍부한 우유를 마음껏 먹이겠다는 '선한 의도‘에서 출발한 정책이었습니다. 우유 값은 금세 하락했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농민들이 반값에 우유를 팔다 보니 건초 값도 건질 수 없었습니다. 농민들은 젖소를 내다 팔기 시작했습니다. 젖소가 감소하자 우유 생산량이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정부가 건초가격을 통제했습니다. 이제는 건초업자들이 이익을 낼 수 없었습니다. 이들은 건초를 불태워버렸습니다. 우유 생산량이 급감하자 우유 값이 폭등했습니다. 우유는 암시장에서 부유층만이 사 먹을 수 있는 고급 식료품으로 둔갑했습니다. 우유뿐만 아니라 베이컨, 버터, 와인, 식초, 감자 등도 이 같은 가격 상한제로 가격이 더 올랐습니다. 선한 의도라도 시장원리를 무시한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어떤 결과로 나타났는지를 말할 때마다 인용되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설령 좋은 의도로 시작했을지라도 그 일의 결과는 의도와 반대로 나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먹고사는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경제에서 근시안적인‘선의’는 심각한 폐해를 입히기 일쑤였습니다. 경제학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수요와 공급의 법칙’입니다. 단순해 보이는 그래프이지만 현실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수요가 곧 인간의 욕망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욕망을 단순한 가격 통제로 제어할 수는 없습니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통치하던 시절, 인도에 맹독성 코브라가 창궐해 사람을 물어 죽이는 일이 잦았습니다.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총독부에서는 코브라를 퇴치할 묘안을 내놓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코브라를 잡아오면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시행 초기에는 총독부의 의도대로 사람들이 코브라를 잡아오는 노력을 한 결과 코브라의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줄어들었던 코브라의 수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코브라로 포상금을 타간 횟수도 같이 늘어났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총독부에서 조사를 했습니다. 그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포상금을 타기 위해 코브라를 사육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이 사실을 알게 된 총독부에서 코브라 포상금 제도를 없앴습니다. 이번에는 포상금을 목적으로 코브라를 사육하던 사람들이 코브라를 그냥 방생해버렸습니다. 결국 코브라의 수가 포상금 제도 시행 전보다 더 많아졌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이 역효과를 가져오는 현상을 ‘코브라 효과’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베트남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프랑스 식민통치 시절 쥐떼가 창궐하자 쥐 박멸에 포상금을 내걸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쥐꼬리를 가져오면 포상금을 지급했습니다. 베트남에 꼬리가 없는 쥐들이 늘어났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쥐꼬리만 자르고 쥐를 풀어주었고, 꼬리 없는 쥐들이 번식하면서 더 많은 쥐꼬리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위와 같은 일이 생기는 것을 보고 많은 정책 입안자들이 '넛지(Nudge)'라는 개념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넛지’는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일종의 자유주의적인 개입, 혹은 간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열려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넛지’를 좋아하는 이들은‘넛지’의 개념으로 좋은 성과를 거둔 예를 들기도 합니다.

    그들은 단지 '내일 투표할 거냐?'고 묻는 것만으로도 실제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학교 급식을 하며 몸에 좋은 과일을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놓는 것은 ‘넛지’지만,‘정크 푸드’를 금지하는 것은‘넛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각지에서 4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표본으로 선정한 후, “향후 6개월 안에 새 차를 구매할 의사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이 간단한 질문만으로도 구매율이 35%나 높아 졌다고 합니다. 단지‘내일 투표할 거냐?’고 묻는 것만으로도 실제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질문: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을 만들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은? 1. 금지 : 지저분하게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을 제한한다. 2. 인센티브 : 깨끗하게 이용하는 사람에게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3. 넛지 :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인다.

    여러 분은 몇 번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암스테르담 공항에서는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놓는 아이디어만으로 소변기 밖으로 새어나가는 소변 량을 80%나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라는 경고의 말이나, 심지어 파리를 겨냥하라는 부탁조차 없었습니다. 어떠한 금지나 인센티브 없이도, 인간 행동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 것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결과는 훌륭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 ‘넛지’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장실에 파리 스티커를 붙이기로 결정하는 사람을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라 부르고 있습니다. ‘선택 설계자’가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훼손하지 않고도,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인센티브 만능의 시대가 가고 ‘넛지’의 시대가 왔습니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