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주에서 가장 늦게까지 재택대피령을 고수해온 덴버시와 오로라시가 포함한 트라이 카운티의 행정명령이 지난 금요일에 해제되었다. 콜로라도주의 재택대피령은 당초 4월 10일경에 전체적으로 만료될 것처럼 보였지만, 덴버 메트로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한 달 더 연기된 것이다. 이렇게 재택대피령이 풀리면서 일반인들의 외출은 다소 자유로워졌고, 웬만한 비즈니스도 단계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확연히 줄어들지 않은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 및 경제활동의 제재가 풀린다는 것은 ‘알아서 생존하라’는 명제가 이면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주말 미국의 방역 사령탑들이 줄줄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국민들은 더욱 불안하다.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안전 조치를 취하고 있는 곳인 백악관마저도 코로나19에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밀착 보좌하며 시중드는 역할을 해 온 파견 군인이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다음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인 케이티 밀러까지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백악관이 발칵 뒤집혔다. 대변인이 확진 판정을 받자 펜스 부통령도 자가격리 대상자에 올랐다. 이외에 미국의 보건 수장도 줄줄이 격리대상에 올랐다. 밀러 대변인과 백악관 코로나 TF 회의를 함께한 스티븐 한 FDA 국장과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도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전염병 대통령'으로 불리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밀러 대변인과 밀접 접촉은 하지 않았지만, '제한된 자가격리'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추가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악관 내 코로나 확산이 미국의 코로나 대응까지 위협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미국의 문제는 추가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일관되고 종합적인 대응책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간단한 마스크 정책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백악관 직원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8일 백악관 직원에게 보낸 지침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부 행사 때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은 데 이어 주말에 백악관에서 열린 군 지도부와 회의 때도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관되지 않는 정책은 이곳 콜로라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재택명령을 처음 발효했을 때 콜로라도 주지사는 3월 26일부터 4월 11일, 덴버시는 3월 24일부터 4월 10일까지, 오로라시는 3월 26일부터 4월 17일까지였다. 재택명령이 해제되는 날도 콜로라도 전체는 4월 27일이었고 덴버와 트라이 카운티는 5월 8일이었다. 또 트라이 카운티 중 더글라스 카운티는 4월 27일부터 행령명령을 해제해 또 다른 행보를 보였다. 다른 시를 제외하더라도 덴버와 오로라, 트라이 카운티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행정구역이 달라지는 인접한 도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다른 행정명령을 발동한다면 코로나 방역에는 아무런 효용이 없다.

      비즈니스 영업재개 날짜도 혼란스럽다. 콜로라도주 산하의 비즈니스 규제기관인 도라(DORA)는 5월 1일 영업을 재개해도 좋다는 공지문을 재택명령이 연장된 오로라와 덴버시에 소재한 업체들에 일제히 발송했다. 이로 인해 일부 미용실과 네일샵 등은 예약 손님을 1일부터 받기 시작했으나, 9일로 영업재개일이 변경되면서 업체들은 혼란에 빠졌다. 골프장 운영도 마찬가지였다. 덴버시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은 4월 29일에 문을 열었지만 인근 오로라시의 경우는 일주일 후에 코스를 오픈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덴버시는 일 인당 한 개의 카트를 제공했고, 오로라시는 아예 카트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사설 골프장의 경우에는 한 카트에 두 명이 탑승하는 곳도 있어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는 골퍼들에게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그다지 실효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정책도 오락가락이다. 콜로라도주는 마스크를 포함한 얼굴 가리개 착용을 강력하게 권고하면서 의무착용이 확산되고 있다. 덴버의 경우는 지난 6일부터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시 999달러 벌금까지 부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 길 건너 있는 오로라시는 아직까지 권고 사안이다. 그렇다면 덴버에서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고, 길 건너 오로라에서는 굳이 착용을 안 해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번 달부터 미국 내 대부분의 주에서 경제활동이 재개되었다. 더 이상 업체들의 발을 묶어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확연히 깨닫는다. 최근 전국 확진자 10명 이하를 기록하며 코로나 종식을 기대했던 한국이 경제활동 재개와 애매한 거리두기 규칙으로 인해 또 한번의 위기에 봉착했다. 이태원 클럽발 집단 감염 규모가 백여 명이 넘었고, 클럽을 찾은 2천여 명에 대한 전수조사는 시작도 못한 상태여서 확진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로인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특별연설도 다소 빛이 바랬다. 지난 수개월동안 국민과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으로 쌓은 공든 탑이 일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끝난 게 아닌데도 마치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간 것처럼 착각하고 방심한 대가가 크다. 한국이 이렇다면, 미국의 경우는 더욱 위험하다. 주정부는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 중 추상적이고 애매한 규정들을 신속히 보완해야 한다. 콜로라도주 만이라도 일관된 방역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재택명령 해제, 비즈니스 단계적 영업 허용 방침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가 수그러들어서가 아니다. 업체들의 원성을 조금 덜 듣겠다는 정부의 궁여지책일 뿐이다. 확진자가 결코 줄어들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위험한 시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탁상공론적인 백악관과 오락가락한 주정부의 정책 속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가 생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결코 일상에서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와 전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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