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신문과 방송의 해외토픽 코너를 장식하는 게 섹스와 건강에 관한 소식이다. 섹스가 통증을 감소시키고, 면역력을 향상시키며, 심지어 장수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등 섹스의 효과에 관한 얘기다. 최근에도 미국 MSNBC 방송의 인터넷판이 ‘섹스가 건강에 좋은 여섯 가지 이유’란 기사를 올려 화제가 됐다. 건강한 사람이 더 자주, 더 나이 들어서까지 성 생활을 즐긴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정말 섹스를 하면 건강해지고 장수하게 될까? 섹스가 건강에 좋은 이유와 섹스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알아본다.

첫째, 섹스는 그 어떤 운동보다 칼로리 소모가 많다. 일반적으로 10분간 섹스를 했을 때 소모되는 열량은 90㎉. 등산(35㎉)이나 에어로빅(45㎉)보다 2~3배 열량 소모가 많으며, 테니스(71㎉)보다도 많다. 운동효과는 조깅(88㎉)이나 농구(90㎉)와 비슷하다. 섹스는 100m를 전력 질주할 때와 비슷한 운동 효과가 있어 심장을 튼튼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둘째, 섹스는 노화를 방지한다. 스코틀랜드 로열 에든버러병원 연구팀이 3500명을 조사한 결과 주당 3회 이상 섹스를 하는 사람은 평균 10년(남자 12년1개월, 여자 9년7개월) 더 젊은 것으로 평가됐다. 섹스할 때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이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늘려 주기 때문으로 평가됐다. 또 오르가슴과 사정 직전에 노화방지 호르몬인 DHEA의 혈중 농도가 평소의 5배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셋째, 강력한 진통효과가 있어 편두통을 비롯한 각종 통증을 완화하고, 심지어 요통까지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효과는 절정의 순간과 그 직전에 분출되는 엔돌핀과 옥시토신(자궁수축 호르몬) 때문으로 추정된다. 엔돌핀은 통증을 잊게 하는 강력한 자연 진통제다. 또 굵은 가닥으로 전달되는 접촉 감각신경이 가는 가닥으로 전달되는 통증 감각신경을 차단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미국의 베벌리 휘플 교수는 “과격하지 않은 부드러운 섹스는 ‘통증의 문턱’(통증을 참아내는 한계)을 높여서 두통, 관절통, 치통 등 각종 통증을 완화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요통이 있는 사람도 섹스를 해야 하며, 척추수술을 받은 환자는 무리없이 1500m를 걸을 수 있을 때 성관계를 하는 게 좋다고 의사들은 권고한다.

넷째, 면역력을 향상시킨다. 미국 윌크스대학 연구팀은 1주일에 1~2회 섹스를 하면 면역글로블린A의 분비량이 증가해 감기나 독감 등 호흡기 질환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진다고 발표했다. 성적 흥분 상태가 되면 암세포를 죽이는 T임파구가 백혈구 내에서 순식간에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다섯째, 뼈를 튼튼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의 생물학자 위니프래드 커플러 박사는 매주 성관계를 갖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월경주기가 더 일정하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도 두 배 정도 증가해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에스트로겐은 칼슘 등의 흡수율을 높임으로써 골밀도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호르몬. 폐경이 돼 에스트로겐 분비가 끊어지면 골다공증이 생기기 쉽다.

여섯째,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다. 100m를 전력 질주하는 것과 비슷한 운동효과를 얻는 섹스는 심폐기능을 높여 혈압을 떨어뜨리며 결과적으로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위험을 감소시킨다. 

일곱째, 정신적으로 사람을 안정시키고 우울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섹스를 하고 나면 사람을 이완시키는 부교감 신경이 자극돼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고 숙면에도 도움이 된다. 또 아연, 칼슘, 칼륨, 과당, 단백질 등을 함유한 정액 자체가 우울증을 완화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여덟째, 전립선 질환의 예방 효과다. 섹스를 통해 정액이 배출되지 않고 정체되면 정액의 30~40%를 만들어내는 전립선에 병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의 전립선암 예방협회는 전립선암의 예방을 위해 독신 남성들도 섹스 또는 자위행위를 할 필요가 있다고 권장하고 있다.

아홉째, 다이어트 효과다. 칼로리가 소모가 많은 것도 한 이유지만 더 중요한 원인은 쾌감에 반응하는 뇌 부위가 섭식 중추와 겹쳐 있어, 성욕이 만족되면 불필요한 식욕이 억제되고 포만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열째, 상처를 치료하는 효과다. 스웨덴 캐롤린스카 연구소는 섹스를 할 때 분비되는 자궁수축 호르몬(옥시토신)이 특정 세포를 재생시킴으로써 당뇨병 등으로 인한 고질적 상처를 빨리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뇌졸중·심근경색 등 돌연사 가능성도

그러나 모든 섹스가 몸에 좋은 것은 아니다. 사정을 할 땐 100m를 전력 질주하는 운동 효과에다 심리적 흥분까지 겹쳐 혈압과 맥박이 급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고혈압이나 협심증 등 심혈관질환자에겐 뇌졸중, 심근경색, 성교사(性交死)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돌연사 중 성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1%나 된다는 보고도 있다. 때문에 심혈관질환자는 섹스를 할 때 어느 정도 주의가 필요하며 격렬한 섹스는 삼가야 한다. 식사, 사우나, 급격한 운동 후 30분 이내엔 삼가는 게 좋으며, 심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여성상위 체위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집이 아닌 낯선 곳에서 아내가 아닌 낯선 여성과 섹스를 하는 경우엔 성적 흥분이 평소보다 훨씬 고조되므로 삼가는 게 좋다고 전문의들은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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