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하늘의 별빛이 차갑습니다. 가을이 왔나 봅니다. 올해는 가을색이 유난히 깊을 것 같은 예감과 함께 또 가을알이를 할 생각에 가슴부터 시려옵니다. 해마다 가을알이가 속 깊어지는 것은 고향을 떠난 나그네이기 때문일까요? 나이 탓일까요?

자전거로 미국,남미,유럽은 물론 실크로드까지 횡단하고 싶다는 고국의 한 청년이 먼저 미주대륙횡단을 기획하고 LA를 출발하여 40일만에 덴버에 도착하여 몇일 휴식하고는 곧 최종목적지인 뉴욕을 향해 출발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을 때까지 떠돌고 싶어요..’ 그 청년이 떠돈다는 표현을 썼을 때, 대체 무엇이 그를 저토록 떠돌게 할까, 잠깐 그가 안쓰러웠지만 이 세상에서 떠돌기는 누구나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 더 이상 호기심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러나 떠돈다는 말 때문이였을까요? 제가 좋아하는 창세기의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바로가 야곱에게 묻되 네 연세가 얼마뇨? 야곱이 바로에게 고하되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일백 삼십년이니이다 나의 연세가 얼마 못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세월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창47:8-9)

130년을 살고도 얼마 되지 않는다는 말도 놀라운데, 그의 대답에서는 이 세상의 영욕을 모두 맛본 자의 깊은 피로와 쓸쓸한 스산함이 배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성경속에서 야곱처럼 패기만만하고 정열적인 인물이 또 없습니다. 형 에서를 따돌리고 아버지 이삭을 속여 장자권의 축복을 따낸 모략가에다가,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사랑하는 여인 라헬을 얻기 위하여 속는줄 알면서도 14년을 일해 끝끝내 그녀를 얻어 내고야 마는 순정주의자에다가, 모두 네명의 아내에게서 아들만 열둘을 얻은 정력가에다가, 외삼촌에게 빌린 소와 양을 엄청나게 불려 차지하는 비즈니스 마인드에, 거기에 하나님의 천사와 끝까지 씨름하여 이스라엘(하나님을 이기는 자)라는 이름을 얻은 투지의 사나이이기도 했는데..., 그렇게 남들 못 누리는 것 다 누리고, 튼튼한 아들 열둘과 손자들을 거느리고 양과 소와 낙타가 넘쳐나는 부자로서 더구나 이집트의 총리가 된 아들 요셉과 함께 이집트의 왕 파라오 앞에서 담담하게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을 떠돈지 130년, 살아온 나날이 험악한 세월이였다고...’

최근 한국의 인기작가 공지영씨가 이런 고백을 하는것을 들었습니다. “어디에 길이 있을까? 무언가 나를 인도해 줄, 꼭 집어서 무엇인지 알 순 없지만, 그래도 내 영혼을 환히 비춰줄 그 무엇이... 20대의 나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20대의 나는 아는게 너무 많은 사람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30대가 되면서부터 20대에 알던 모든 것이 모르는 것으로 변해버렸다. 처음부터 모른다고 생각하던 것과는 달리, 알기는 안 것이 모르는 것으로 변해버리는 상황은 참을 수 없었다.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았고 이대로 모르는 채로 흘러가게 내 버려둘 수는 더더욱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무엇이든, 그게 무엇이든 붙잡아야 했다. 그렇게 가없이 손을 내밀고 마음을 내밀고, 하지만 알 것 같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가 알 것 같았던 그것은 환영처럼 사라졌다. 그래도 나는 다시 일어서서 길을 떠났다. ‘대체 인생에서 무얼 바라는 거니?’ 누군가 옆에서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마음 한켠에서 웅웅거렸다. 하지만 이대로 엎어져 있을 수는 없다고,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고 싶다고, 내가 왜 태어나 이렇게밖에는 살 수 없는지 그걸 밝히고 싶다고... 그렇게 다시 일어날 때마다 상처자국을 가리기 위해 가면을 쓰면서, 가면위에 가면이 덧씌워지고, 그 위에 다시 가면을 씌우고, 그리하여 나조차도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져 버렸다. 그렇게 떠돌다가 나는 엎어져 버렸다. 내가 졌습니다. 항복합니다! 항복...합니다, 주님!”

경제학에 <가치이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은 낮은가치와 높은가치를 동시에 붙들고 살 수는 없습니다. 낮은가치를 포기해야 높은가치를 붙들 수 있는 것이지요. 매순간마다 우리는 낮은가치를 놓고 높은가치를 선택해야 합니다. 공지영씨도 결국 이 높은가치로 가치이동을 한 것이지요. 독자 여러분! 가을인생의 문턱에서 우리는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 인생이 무엇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야곱의 말대로 살아온 날이 길면 길수록 그 세월은 험악할 뿐이라는 것을 절감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붙들고 살아야 할까요? 예수 그리스도께 나오십시오. 그분을 믿으십시오. 이 단순한 직관의 신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합니다. 저도 젊은 날 수많은 밤을 고민하며 얻은 결론입니다.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하면서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을 때까지 떠돌고 싶어요’ 하며 떠난 청년도 이 최고의 가치앞에 도착하기를 기도합니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