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 평생 해로를 위한 제안(1)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란 말은 이제 옛말이다. 한 번 싸우면 끝장 다 보는 게 요즘 젊은 부부들의 세태. 중년부부 역시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황혼 이혼을 결심하니, 마치 결혼 자체가 행복 끝, 불행의 시작처럼 여겨진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고 아끼며 평생 해로할 수는 없는 걸까? 그 해법을 찾아본다.

Part1 새내기부부를 위한 부부관계 가이드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들은 대체 어떤 심정일까? 깨가 쏟아지는 신혼부부들이야 “평생 나만 사랑할거지~”라며 닭살 멘트를 날리지만 솔직히 그들도 ‘불가능한 사랑’임을 알 것이다. 주례사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며 존중하라.”는 말 역시 귓등으로나 들을 법한 얘기다.
아무리 치고 박고 싸워도 잘 때는 한 이불 덮고 살 부비며 사는 부부야 그나마 좀 낫다. 하지만 솔직히 그런 부부가 또한 몇이나 될까? 요즘은 결혼 1년 차 신혼부부들도 부부싸움을 하고 나면 “서로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다.”며 농담 반 진담 반을 내뱉을 정도다. 그러니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얘기는 그저 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결혼 6개월 된 모 신혼부부의 사연을 예로 들어보자. 그들은 주위에서 부러워할 만큼 뜨겁게 사랑하다 축복 속에 결혼했지만 6개월 만에 이혼을 하고야 말았다. 사연인 즉슨, 아내가 남편에게 가사를 더 많이 도와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되었다. 남편은 아내와 의견이 달랐고 그걸 타협하는 과정에서 남편이 아내를 무시하는 발언을 한 게 화근이었다. 아내는 이를 참지 못하고 다시 남편을 공격하는 말을 내뱉게 된 것. 두 사람은 만난 이후 처음으로 폭언에 가까운 말들을 주고받게 되었고, 결국 화가 난 아내는 가까운 곳에 혼자 살고 있는 지인의 집으로 도피해 버렸다. 남편 역시 자존심이 무척 상한 상태였다. 그 후 며칠간 두 사람은 별거 아닌 별거를 하면서 그 사건에 대해 서로 상대방이 사과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자존심을 굽히고 남편이 찾아갔을 때 냉랭한 아내의 태도를 보고 다시 화가 난 남편은 비난과 모욕의 말을 쏟아내고는 되돌아왔다. 결국 이렇게 두 사람은 2~3개월 별거를 계속하다가 급기야 이혼에 이르게 되었다고 했다.

부부간의 싸움은 이처럼 아주 사소한 것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싸움의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모욕, 경멸 섞인 말투나 행동 때문에 결국 대형 싸움으로 번지고 만다. 결혼지능연구소 김준기 박사는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결혼해서부터 첫 아이를 낳은 뒤 그 아이가 네다섯 살이 되는 4~5년간이 일생 중 부부 만족도가 가장 낮은 때”라고 밝혔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신혼 때가 가장 행복하고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나면 행복이 줄어들어 권태기가 찾아온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부부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이 시기를 잘만 극복하면 오히려 부부 사이가 더 돈독해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Part2 중년부부를 위한 부부관계 가이드

모 아침프로에서 중년 남자의 바람기를 설명하는 설문조사 결과, 1위가 ‘신선한 자극을 받기 위해서’였다. 몇몇 여성 패널들은 “왜 조강지처를 두고 엉뚱한 곳에서 신선함을 찾느냐?”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중년 남자들만 신선한 자극을 찾는 건 아니다. 중년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김준기 박사는 “욘사마 붐으로 몰려온 일본 아줌마부대도 사실은 신선한 자극을 찾기 위해서 온 것이며,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고 더 가슴을 졸이며 로맨틱한 사랑의 간접 체험을 즐기는 것도 같은 중년 여성들”이라며 “남자건 여자건 나이가 들어도, 아니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더욱 로맨틱한 사랑을 그리워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왜 많은 부부들은 함께 지낼수록 점점 긍정적인 감정이 없이 새로운 자극만 찾는 것일까? 이에 김준기 박사는 “초기 연애시절 결혼을 결정하게 만든 배우자의 강력한 매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결점으로 보이게 돼, 부부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통계 자료에 의하면 부부는 대개 결혼하고 2번의 커다란 위기가 찾아온다고 한다. 1차 위기는 결혼 7년 정도, 2차 위기는 결혼 15년 정도라는 것. 결혼 7년 차에 맞는 위기는 서로 성격이 맞지 않아 자주 다투게 되는 부부갈등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결혼 15년 차에 맞는 위기는 조금 더 심각하다. 큰 소리를 내며 싸우지는 않지만, 속마음은 상대방이 절대로 변하지 않을 거라 실망하고 체념하며 상대에 대한 원망이 가득한 상태다. 그래서 부부 사이가 불편하고 서로 점점 무관심해지며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도 멀어지는 초특급 위기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김준기 박사는 “이런 막다른 골목에 몰린 중년부부가 혹시 모를 새로운 사랑을 막연하게라도 꿈꾸는 현상은 어찌 보면 일종의 비상구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배우자를 버리고 외도를 할 수는 없다. 이에 김준기 박사는 독특한 처방을 제시한다.

“세 번 결혼하라”
20, 30대에는 열정적인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러브 파트너와 결혼하라. 그리고 30, 40대에는 따뜻한 가족의 사랑을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는 패밀리 파트너와 결혼하라. 마지막으로 50대 이후 죽을 때까지는 늙어가는 배우자를 서로 보살피고 아껴주는 다정한 길동무와 같은 소울 메이트와 결혼하라. 결국 한 사람의 배우자와 세 번의 새로운 결혼생활을 하면 두 사람 모두 다 변화하고 성장하며 성숙한 부부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중년부부의 위기는 새로운 사랑을 꿈꾸게 하는 유혹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부 사이의 사랑을 다시 점검하라고 하는 중요한 신호이기도 하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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