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추석이다. 연일 한국뉴스에서는 차례상에 오를 과일이나 고기 값이 올랐다는 것과 복잡한 귀성길이 예상되면서, 고속도로에 즐비한 차량 모습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일년에 한 번은 꼭 접할 수 있는 연례행사와도 같은 뉴스 내용들이다. 

이 맘 때가 되면 또 다른 연례행사와도 같은 뉴스들이 있다. 그들은 추석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했다. 북한은 확실이 우리 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 천안함 사건의 슬픔이 채 가시지도 않았고 정부의 조사결과 대로 범인들의 사과도 한마디 듣지 못했는데, 한국에서 당당히 쌀을 받아간단다. 우리 민족의 아킬레스건인 ‘이산가족’이 북한에게는 뭔가를 뜯어낼 수 있는 최고의 수단임이 분명하다. 두고 두고 우려 먹을 수 있는 건수이다.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온 근본 이유는 북한이 말로만‘인도주의’운운할 뿐 실제로는 대남 책략으로 악용해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상봉 행사를 빌미로 대대적 지원을 얻어내면서 도발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도 삼겠다는 계산을 굳이 숨기지 않은 것이다. 천안함 폭침 뒤 한국 정부가 5·24 대북조치를 발표하자 북한은 이틀 뒤 일방적으로 적십자 채널을 전면 차단했고, 앞서 4월에는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등을 불법적으로 몰수하는 조치를 취한 것만 보더라도 북한의 인도주의는 허울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정부의 선택은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의 속셈을 알지만, 생존한 상봉신청자 8만3천여 명의 80 퍼센트가 70세 이상의 고령임을 고려할 때 인도주의적 의미에 더 가까이 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고, 비핵화와 같은 올바른 변화의 경우에만 지원한다는 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현재 남북관계 경색은 북한의 잇단 도발 때문이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은 물론 금강산 관광객 살해에 대한 사과와 진상조사, 재발방지, 신변안전 제도화 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산가족 상봉’은 북한의 영원한 ‘건수’에 불과할 뿐이다.

이달초 한국 국방부는 천안함 폭침 171일 만에 민군 합동조사단의 활동을 망라한 사실상의 최종 보고서를 발간했다. 공개된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 보고서’는 북한군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중간 조사 결론을 재확인하면서, 그 이후에도 일각에서 끈질기게 제기한 의혹들에 대한 해명과 반박을 덧붙였다. 의문이 제기돼온 방어용 기뢰와 충돌했다는 설, 오른쪽 프로펠러만 휘거나 승조원 부상이 경미한 점은 좌초를 뒷받침한다는 설, 어뢰 추진체의 ‘1번’ 글자를 인양 후에 써넣었다는 설 등도 이 보고서에서 설득력 있게 해명된 만큼, 이제는 범 국민적으로 단합하여 실질적인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북한과 더불어 또 하나 불편한 이웃이 일본이다. 일본 또한 연례행사 격으로 우리를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아예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명시한 방위백서까지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뾰족한 대응이 없다. 한나라당 대표라는 사람은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들 수 있으니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하지만 무시하고 넘어갈 단계는 이미 지났다.

일본은 1978년 처음으로 ‘독도 문제’라는 표현이 들어간 이후 표현 수위를 조금씩 높여 아예 이제는 대놓고 독도를 ‘다케시마’ 라고 칭하면서, 급기야 교과서에까지 일본땅이라고 명기했다. 그리고 2월22일을 다케시마의 날이라면서 행사를 치렀다. 일본의 한 대학 교수는 싸움을 해서라도 자기 땅으로 주장해야 한다고 까지 말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노력으로 인해 일본 후세들은 독도는 당연히 자기네 땅이라고 믿게 될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국사과목 조차 대학시험에서 선택과목으로 지정했다. 당연히 분량이 많은 국사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의 후세들은 일각의 지각 있는 사람들이 간간히 내놓는 광고를 통해서나 독도를 접할 날이 곧 올 것 같다. 전교 360명 중 3명만이 국사를 선택했다는 뉴스를 듣고 이 후퇴하는 국사교육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결국 한국정부는 일본에 대한 비실비실한 미온적 대책 때문에 올해로 여섯 번째 뒤통수를 맞았다.

북한과 일본은 한국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데 왜 우리는 이들의 눈치를 보는 것일까. 염치없는 이웃 때문에 울화가 치민다. 그리고 조용한 외교 정책에도 불만이 생겼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동네북처럼 두들겨 맞아온 역사가 무엇이 그리도 자랑스러워 계속 고수하겠단 말인가. 차라리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명확한 일본 영토에‘한국령’글자가 인쇄되어 있는 가짜 지도를 만들어 배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국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조용한 외교, 말은 좋다. 하지만 내 자식을 남이 자기 자식이라고 우기는데 묵묵 부답하는 것이 진정 현명한 처세란 말인가. 그렇다고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 준 만큼은 받고, 내 것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퍼 준 세월이 얼마인데 지금까지 당하기만 했고, 조용히 대처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지만 독도는 벌써 6년째 일본땅이 되었다면 이제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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