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갖기 위해 온갖 비행을 저지르는 이유는 부(富)를 갖기 위함이다. 얼마 전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임이 발표되면서, 지난 30여 년간 축적해온 그의 재산이 도마 위에 올랐다. 총 7백억 달러에 이른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전세계는 깜짝 놀랐다. 30년간 권좌를 지키고 싶었던 이유가 분명이 들어났기 때문이다. 한 국가를 사고도 남는 엄청난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찾아내지 못한 재산이 더 있다고 한다. 이 정도의 재산을 가질 수 있다면 목숨 걸고 대통령직을 고수 할만하다. 갑자기 코웃음이 나온다. 한 달에 고작 몇 천 달러 벌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니 힘이 빠진다. 전세계의 샐러리맨에게 허무감을 준 무바라크 일가족의 재산 대부분은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 은행에 감춰두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해외로 돈을 빼돌린 것도 문제지만, 이집트 국민들은 이들 일가가 돈을 빼돌린 수법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무바라크의 아들 가말과 알라 역시 억만장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가말은 이집트 최대 은행과 손을 잡고 석유와 철강, 시멘트, 곡물 등의 거래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떼돈을 벌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대통령 집안 전체가 이집트의 모든 돈놀이에 참여했다는 얘기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개인 재산은 40억 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하원 정보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재산 가운데 일부는 마약 밀매, 미사일 판매, 달러 위조로 모은 것이다. 북한은 올해로 40여 년째 김일성, 김정일 세습체제를 이어가고 있고, 또다시 아들에게 권력이양 준비를 하고 있다. 무바라크 보다 더 오랫동안 독재를 해왔고, 하겠다는 계산이 나온다. 북한 주민은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미 정보위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프랑스산 헤네시 코냑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는 구매자로 나타났다. 그는 이 코냑을 사들이는 데 한 해 72만 달러를 쓴다고 한다. 독일제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식을 2백대 보유하고 있는데, 그 값어치가 2천만 달러에 이른다. 이것은 일례에 불과할 것이다. 이 정도면 김씨 3대가 계속 권력을 유지하고 싶어할 만하다.

 다음 차례는 철옹성 리비아의‘무아마르 카다피’가 될 것 같다. 튀니지를 23년간 철권 통치한 벤 알리 전 대통령이 지난달 시민혁명으로 축출되었고, 리비아와 동쪽 국경을 접한 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마저 퇴진하면서 리비아에서도 반정부 구호가 터져 나오고 있다. 카다피는 1969년 국왕 이드리스 1세가 외국여행을 떠난 틈을 타 쿠데타를 감행해 권력을 잡고 42년째 리비아를 통치하고 있다. 그는 의회 제도와 헌법을 폐기하고 전제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아직 그의 재산에 대해서는 언급된 내용이 없지만 그도 만만치 않은 재산을 은닉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대통령의 비자금은 항상 말썽이다. 무바라크의 비자금과 비교하면서 한국 대통령들이 챙긴 비자금은 껌 값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들린다. 그나마 위의 사람들처럼 장기집권을 하지 않고, 많은 부를 축적하지 못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와중에 한국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발표하면서 착한 전직 대통령으로 남으려 했다. 처음에 국민들 또한 역대 대통령 중에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면서 반겼다. 하지만 선친이 세운 교회는 사유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기증 운운할 사항이 아니었다. 또, 50억 상당의 재산을 ‘김영삼 민주센타’에 기증했는데, 이는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는 재단법인이다. 정말 이것이‘아름다운 기부’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그는 전두환, 노태우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비리를 공식화했고, 그들을 법정에 세워 실형을 받게 한 장본인이다. 또한 국가 부도를 맞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전 재산을 환원했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재산이 아니라 비자금의 일부라는 의혹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동안 사회 지도계층이 비자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스위스 은행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최근 시민혁명으로 무너진 튀니지와 이집트의 독재자, 세계 각국의 정계 인사들이 스위스 은행권에 상당한 재산을 숨겨놓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스위스 은행은 비밀주의를 더 이상 고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스위스의 철통 같은 금융 비밀주의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발표에 책임이라도 지듯 스위스 은행은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현금과 부동산 등 모든 자산을 향후 3년간 동결키로 했다. 앞서 지난달 스위스 은행들은 보관된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 일가의 재산 수 천 억 달러를 동결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미국 정부의 요청과 스위스 정부의 협조에 따라 김정일 위원장의 비자금 또한 동결할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사기를 친 돈이 대통령의 비자금이다. 한 국가의 지도자들, 별들이 모여 민생안정을 생각하지 않고 비자금 조성에 몰두한 이유는 권력에 대한 집착이다. 저 정도의 돈을 만져 볼 수 있다면 인생에서 한 번쯤은 권력을 갖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인사회에서 일명 일도 하지 않는‘회장님’들은 돈도 안 되고, 명예도 안 쳐주는 직책을 왜 놓지 못하는 것일까. 혹 그들도 비자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감투라도 쓰고 있으면 떡고물이라도 떨어질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꿈은 빨리 깰수록 좋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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