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입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지는 게 싫어서’는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저자의 경험과 저의 경험은 달랐지만 방향은 같았습니다. 저는 공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지방에 있는 W대학교 물리학과에서 2년 동안 전임조교 생활을 했습니다. 다음 해에 교수로 임용될 예정이었습니다. 아내는 돈을 벌어야 한다면서 교수되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저는 M그룹 전산실에 특채로 들어갔습니다. M그룹 창업자는 집안 아저씨였습니다. 회사원들은 제가 창업자의 후원으로 낙하산을 타고 입사했다고 질투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인사고과는 최고점을 받았지만 2년이나 승진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ROTC 1년 후배들에게 결제를 받는 일들이 자주 있었습니다. 3년째에 승진할 자리가 있었고 인사고과도 최고였지만 창업자와 같은 집안이라고 승진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사표를 냈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일주일 후에 다시 회사로 복귀했습니다. 그동안 회사에서는 왜 사표를 냈는가를 조사하게 되었습니다. 회사는 제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는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저에게 미국지사로 발령을 냈습니다. 미국지사에서 3년을 지냈습니다.


   본사로 돌아온 후 ‘해외사업 팀’에서 근무했습니다. 본사로 돌아 온지 2년쯤 된 어느 날 팀장님이 팀원들에게 내일 인사발령이 있으니 오늘 회식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당시 한국회사들은 직접 해고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해고하려면 ‘인사과 대기’라는 발령을 했습니다. 사직을 권고하려면 퇴직금의 3배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또한 직접 해고하려면 인간적인 부담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인사과 대기’라는 발령을 받으면 해고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또한 인사과에서 대기해야 하므로 환송식을 할 수 없었습니다. 팀원은 총 5명이었습니다. 회식 분위기는 우울했습니다. 팀장님은 자기가 해고 대상일 거라고 하면서 이유를 밝혔습니다. 다른 3명도 자기들도 해고 대상일 것이라고 이유들을 말했습니다. 팀원들은 저만 해고 대상이 아닐 것이라면서 근거를 댔습니다. 그중 가장 유력한 근거는 해외지사에서 근무한 사람은 해외근무 1년당 본사에서 2년을 의무적으로 근무해야한다는 회사 규정을 들었습니다. 만약 6년(해외근무 3년이므로) 이내에 퇴직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했습니다. 다음 날 오후에 인사발령지가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해외사업 팀’ 중에서 오직 저만 ‘인사과 대기’ 명단 제일 위에 있었습니다. 저는 다음날 사표를 냈습니다. 회사를 그만 두면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친구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일 년 후부터 ‘그릇 도매업’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업이 잘되었습니다. 수입도 회사원일 때보다 10배 정도 높았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신학을 시작했습니다. 결국 목사가 되고 지금은 에콰도르 선교사가 되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했다고 반드시 보상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열심히 안 했다고 아무런 보상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기도해서 응답받은 것도 많았습니다만 기도하지 않았지만 받은 것도 많았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태평양 한가운데서 조난당한 한 남자가 튜브를 붙잡고서 표류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똑같이 튜브를 붙잡은 한 여자가 헤엄쳐 옵니다. 그들은 나란히 바다 위에 떠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눕니다. 그렇게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눈 후 여자는 어딘가 있을지도 모를 섬을 찾아 헤엄쳐 가고 남자는 그 자리에 남아 맥주를 마십니다. 여자는 이틀 낮 이틀 밤을 헤엄쳐서 어딘가의 섬에 도착하고 남자는 그 자리에서 술에 취한 채 구조대에 의해 구조됩니다. 몇 년 후, 이 둘은 어느 고지대에 있는 작은 술집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데 여자는 굉장히 혼란스러워합니다. "나는 팔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열심히 섬까지 헤엄쳐 갔다고요. 너무나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말이죠, 몇 번씩이나 이렇게 생각했죠. 내가 잘못했고 당신이 옳았는지도 모른다고 말예요. 나는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데, 어째서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다 위에 가만히 떠 있는 걸까 하구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조금은 '남자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노라 고백합니다. 하지만 남자는 살았습니다. 열심히 헤엄친 그녀와 똑같이 말입니다! 성경을 보면 노력이나 선행으로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간다고 주장합니다. ‘하루키’가 예를 든 것과 같은 상황이 교회에서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교회에서 봉사하지 않으면서 믿음으로 천국 간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볼 때에 저런 사람은 지옥에 갔으면 좋겠다! 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그러나 성경이 옳다고 저는 믿습니다. ‘유한한 인간이 유한한 노력으로 영원한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영원한 하나님을 믿음으로 영원한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주장이 논리적이고 믿을만한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이밍을 놓치면 작은 손해에서 그칠 일이 큰 손해로 이어집니다. 무작정 버티고 노력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에겐 노력보다 용기가 더 필요합니다. 무모하지만 도전하는 용기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포기할 줄 아는 용기 말입니다. 괴테는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방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명’을 따라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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